교육부
행복한 교육

‘매너리즘’ 극복하는 선생님들의 자세!


글_ 허승환 서울강일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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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직에 선 지 10년차, 매너리즘 어떻게 극복하죠?교사 10년 차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학교 일들이 파악되고 손에 잡히는 시기가 됐습니다. 수업을 하고, 동료 교사들과 업무를 나누는 것도 익숙해졌죠. 그런데 업무가 익숙해지니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요. 딱히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휴직을 할까, 대학원 공부를 해볼까, 아예 다른 분야에 도전해볼까 온갖 생각이 듭니다. 이 매너리즘 어떻게 극복하면 좋죠?

  어떤 일이든 10년을 해오셨다면 선생님은 이미 가르치는 일의 장인입니다. 10년이란 하루에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하면 10년이 돼야 비로소 1만 시간이 되는 ‘만 시간의 법칙’과 유사합니다.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가장 밑 단계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배우면서 성장하는 10년의 세월이야말로 전문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이자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르치는 일은 그럼에도 매너리즘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의 일상은 너무나 바쁩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업무와 수업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교사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학급의 아이들을 살펴볼 여유를 가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학급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나는 자금 왜 힘겨운지 돌아보지 않은 채 하루하루 버텨가며 살아가게 되기 쉽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고경력 선생님과 저경력 선생님을 구분하는 잣대 중의 하나가 바로 ‘여유’라고 생각합니다. 여유가 없는 선생님은 이것도 시키고 저것도 시키고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느라 바쁜데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서 빈틈이 생깁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01 잠시 멈춰 서서 학급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깊게 살피시길 바랍니다.

  교사 자신이 상처받았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지표, 교사가 지쳤을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무엇일까요? <희망의 심리학> 저자인 김현수 교수님은 ‘스스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지 살펴보면 안다.’라고 하셨습니다. 상처받은 교사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을 쳐다보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반복할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학급 안에서 자신의 모습과 학생의 상황을 깊게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급에서 ‘나는 처음 발령날 때 되고 싶은 선생님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있는가?’, ‘아이들과의 관계는 잘 맺고 있는가?’, ‘학생들은 의미 있는 배움을 얻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내 마음이 어디서 흔들리는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천천히 찾아보아야 합니다.


교사의 내면을 중심으로 학급을 본다는 것은 교사의 속마음을 서로 깊이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평소에 쉽게 말하지 못했던 교실에서의 아픔과 상처를 동료 교사들에게 쏟아내면서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자주 지각을 해서 너무 화가 나요.”

  학급경영의 서투름을 공개하는 것 같아 자꾸만 감추는 이야기들을 마음을 열고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다 보면 참 희한하게도 힘이 생깁니다. 특별한 처방을 받는 것도 아닌데 동료 교사가 내 아픔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얻게 될 것입니다.


02 2020년,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와 함께하시길 권합니다.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탈 때마다 승무원이 내게 다짐하는 말이 있다.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내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쓴 다음 딸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선생님 스스로를 먼저 돌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의 학생들은 선생님께 받아야 하는 도움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해주는 승무원과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전직 교사이자 교육 전문가인 제니 그랜트 랜킨(Jenny Grant Rankin)의 <교사 번아웃 탈출 매뉴얼> 책 속에서 발견한 문장입니다.

  교사는 혼자 수업하고, 대부분 혼자 수업 준비를 하며, 개인적인 근무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평균 66%의 교사는 지지집단 없이 혼자 수업을 계획하고 수행합니다. 수업의 질은 여러 교사의 참여를 통해서 더욱 향상됩니다. 학교에서 매너리즘과 번아웃이 일어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부족하기 때문(Maslach&Leiter(2008), Skovholt &Trotter-Mathison(2011))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020년에는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모임에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사실 꼭 공부 모임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댄스 모임, 배드민턴 모임 등 움직임이 가득한 활동을 하는 모임에 함께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몸과 감정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기력감은 몸을 무력하게 만들어 자꾸 에너지를 줄이고, 움직임을 통한 활기찬 활동은 정신적인 활력을 주기 때문에 에너지를 자꾸 사용하고 심장을 뛰게 만들고 평소와 다른 화학물질이 몸에서 생겨나면 감정에도 변화를 만든답니다.


03 일상의 삶 속에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만들어 보세요.


많은 교사들은 자신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올바른 자기인식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좋은 교사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안팎의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사람입니다.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에서 토트 휘태커가 소개한 38년째 5학년을 가르친 선생님은 매너리즘에 빠진 저를 다시 힘내게 하는 분입니다. 그녀는 어떻게 늘 열정적일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38년째 5학년을 가르치지만,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올해가 처음이거든요.”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하지 않을까요? 그 사랑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애를 가지려고 꾸준히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지도로 인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교사 내면에서는 매너리즘을 깨트리는 진정성 있는 동기유발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제가 만난 모든 교사들은 진심으로 반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돈 보스코 신부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교과서 봐, 읽어, 풀어, 나와서 써” 하며 자신에게 지쳐있는 모습이 느껴진다면, 한명 한명 눈을 마음을 다해 마주치며 아이들의 사소하지만 위대한 일상에 ‘환대’의 말을 걸어주는 하루이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