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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대한민국 교육과 우리의 미래 ⑤교원수급은 이상 없나?

교원-교육-인구정책 일관성 유지하는 큰 틀의 논의 필요

글_ 신현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글 싣는 순서

① 신입생이 사라진 학교   

② 늘어나는 폐교, 마을 속으로   

③ 학습복합공간으로 거듭나는 학교   

④ 지방교육 재정의 혜안  

⑤ 교원수급은 이상 없나?




2030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최근 ‘범부처 인구정책 T/F’는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2019.11.6.)를 열고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방안’을 발표하였다. 요지는 정부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 경향에 따라 교원 수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귀화자 병역 의무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원수급과 관련하여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의 질 제고 등을 고려해 수급기준을 조정하고, 교원수급과 연계된 양성기관평가를 통해 양성교육의 질 제고와 교원양성 규모를 지속해서 축소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설정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2019-2030)’에 대한 신뢰보호를 위해 2030년까지는 중장기 계획에 따라 신규채용을 추진하고, 2031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교원수급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협의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교육부가 2018년 4월 30일에 발표한 ‘중장기 교육수급계획’은 관계부처 합동 T/F를 통해 마련한 것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출산율을 고려할 때 전체 초·중등 학생 수가 2018년에 비해 2030년에 약 110만 명(19.7%)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세워 교직 안정화를 꾀하고자 한 것이다.

  수급계획의 기본방향은 정부 임기 내 2022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되,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고 매년 신규 채용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연차별 증감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등교원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2022년에 OECD 평균 수준(15.2명)에 도달하도록 2019년에 최대 4,040명에서 2030년에 3,500명 수준으로 신규채용 규모를 책정하였다(14~24% 감축). 중등교원은 2018년에 OECD 국가 평균 교사 1인당 학생 수(13.1명)에 도달하지만, 고교학점제, 중학생 자유학년제 등 새로운 교육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OECD 평균 수준보다 개선된 11명대를 유지하고자 2019년에 4,460명에서 2030년 최대 3,000명 수준으로 신규채용 규모를 관리한다(33~42% 감축).


안정적 교원수급의 기틀 마련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의 최대 장점은 OECD 국가 평균 수준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드디어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함께 항상 논란과 갈등의 대상이 되어 왔던 교원수급 문제를 중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안정화를 위한 법정화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물론,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단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행간에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교원양성체제의 구조 개편,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통한 양성인원 감축, 지역 간 초등교원 수급격차 완화,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할 수 있는 교·사대 교육과정 개편 등 어려운 문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발표로 인해 교원수급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98명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하였다. 급기야 올해 3분기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88명으로 발표되면서 ‘인구 절벽’으로 ‘저출산 재앙’이 현실화되어 이제는 저출산 문제가 ‘발등의 불’이 아니라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에 이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매스컴은 연일 쏟아내고 있다.


특히 통계청이 올해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질러 인구 자연감소 시작 시점이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여 기재부가 주관하는 인구정책 T/F는 교원수급 전망을 보다 현실화하여 현재의 중장기 계획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정·보완하고자 하는 의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기재부의 강도 높은 교원 수 조정에 대해 교육부의 기존 계획과의 배치,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발표, 현장 교원 수 감소의 신호탄, 교육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경제 논리적 방안, 디테일이 부족한 경제부처의 일방적인 수급정책 조정 등의 비평과 불만의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돌발 변수를 예측해야 하는 교원수급정책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의 교원수급정책의 면면을 점검하기 위해 교원수급정책의 정도에 해당하는 원리와 이론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교원수급은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교원을 공급하는 것이다. 필요한 교원 수를 양적으로 보충하여 배치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원수급을 정책으로 실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원수급정책은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수급의 역동적인 맥락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와 예지에 가까운 해석이 요구된다.

  우선 교원수급정책은 교원공급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양성기간이라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짧게는 4년을, 길게는 10년 이상을 예측해야 한다. 여기에 교원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들은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돌발 변수에 의해 갑자기 많은 공급을 요구할 경우 적기에 필요한 수만큼 교원을 공급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우리는 과거에 교원정년 단축, 교육여건개선사업, 연금법 개정 및 근무여건의 열악함으로 인한 교원 명퇴자 증가 등을 경험한 바 있다. 반대로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학교·학급·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원수요가 줄어들어 공급을 줄여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교원수급을 계획할 때 가급적이면 예기치 않은 변수나 운영의 묘를 발휘할 여건을 최소화하고, 만일 불가피하다면 이 또한 수급계획이라는 큰 틀 속에 포함시켜 예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원수급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교원수급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적기에 공급하는 양적인 균형의 유지뿐 아니라
공급되는 교원의 질 측면을 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원수급은 인적자원 계획 그 자체

  교원수급정책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교원수급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적기에 공급하는 양적인 균형의 유지뿐 아니라 공급되는 교원의 질 측면을 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교원양성기관에 어떤 수준의 학생들이 입학하여, 어떤 과정을 통해 교육하며, 교원자격을 어떻게 부여할지에 관한 양성과 자격의 질적 우수성을 담보하는 설계가 교원공급의 원천이다. 또한 신규 임용 시 질적으로 우수한 예비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 입직한 교원이 현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 능력을 평가받고 그 결과에 따라 연수를 받기도 하고 인사이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교원수급계획은 교원정책에 있어서 인적자원계획 그 자체이자 정책의 총체적 시발점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논의로부터 교원수급정책은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질적으로 우수한 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합리적인 계획의 과정으로서 교원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이 정의에는 교원정책에서 교원수급의 우선적·관계적 고려, 교원수급에 관한 합리적인 계획 과정, 질적으로 우수한 교원의 충분하고 안정된 공급이라는 교원수급정책의 세 가지 원리가 압축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교원수급정책에서 이러한 원리가 잘 지켜진다면 이상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교원수급정책이 가진 고유한 특성 때문에 수요와 공급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시차가 발생하고 돌발 변수에 따라 정확한 수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교원정책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고 관계하는 정책을 포괄하면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셋째, 교원의 질을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교육의 질을 담보해야 하는 정책 설계의 디테일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정부 유관 부처 간 긴밀한 공조와 협력적 거버넌스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원수급 논의


기획재정부의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새로운 교원수급 기준 마련에 대해 매스컴이 제기한 비판적·부정적 보도내용은 교육부의 즉각적인 해명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교원수급 기준은 범부처 협의를 통해 2020년에 마련할 예정이며, 2031년부터 교사 수를 줄인다는 것은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새로운 교원수급 기준을 마련할 때 학령인구 감소 및 미래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한 교육의 질 제고 등 다양한 변인들(고교학점제, 기초학력 보장, 다양한 학교 운영 등 미래 교육정책 방향)을 고려하여 준비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리하여 현재 교육부는 교원정책과에서 미래 교원수급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교원 및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정책 책임부서로서 그리고 부처 간 협력과 공조가 요구되는 범부처 인구정책 T/F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교원수급계획과 기준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기한 교원수급정책의 세 가지 원리는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제이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충분조건이며, 정책이 처한 네 가지 현실적 어려움은 정책 추진의 제약요인이자 해결해야 할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새로운 교원수급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원수급정책의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실제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확인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현상들을 교육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화하여 다양한 관계 속에서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식화하는 것이다. 교원수급정책의 주관 부처는 교육부이지만 교원수급은 교육당국과 교육계 그리고 유관 부처 등 다양한 국가사회의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체 속에서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성 요소 간 협력과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원정책→교육정책→인구정책 일관성 유지를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네트워크상 관계의 작동 내용과 방식을 체크리스트화 하여 교원수급정책 시스템의 다이내믹스를 수시로 점검·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체크리스트는 종래 정책 추진과정에서 큰 단위의 업무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부분의 성과를 전체 정책의 성공으로 환원하는 용도로 국한되지 않는다. 부분에 해당하는 과업과 운용 방식에 대한 확인을 통해 교원수급정책의 큰 틀, 더 나아가 교원정책, 교육정책 전반 그리고 인구정책이라는 상위 정책 시스템의 큰 틀에 일관성 있게 부합되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일컬음이다. 아울러 차제에 지금까지 교원수급정책을 폐쇄적인 시스템 속에서 고립된 단위 과의 책임 업무로 국한하여 보는 부분적·환원적 과오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교원수급의 문제를 단지 교원 수의 감축 문제로 단순화하여 보는 것은 정책이 자칫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게 하는 달콤한 유혹이자 함정이다. 이 함정에 빠지는 순간 정책은 이상보다는 현실을 쫓게 되고, 현실의 요구와 비판에 경도되어 이해에 부합하는 기능중심의 정책방안 마련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하여 다수가 만족하거나 적극적인 이해집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게 됨에 따라 정책의 본래 목표는 왜곡되고 형식만 남게 된다. 새로운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신현석 님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사범대학장 및 교육대학원장을 겸하고 있다. 한국교육정치학회장(2012~13), 한국교원교육학회장(2013), 한국교육행정학회장(2016)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교육학회 부회장, 교육부 정책숙려제 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교원정책>, <한국의 교육개혁정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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