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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의 위기와 고등교육 거버넌스 재구조화

글 _ 유한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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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의 감소와 지방대학의 위기

  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베이비붐’,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인구절벽’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베이비붐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 증가를 경험하였고, 최근에는 저출산 현상으로 인구절벽을 경험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동은 사회 제도의 변화를 동반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면서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전형, 1974년 고등학교 평준화, 1980년 대학 졸업정원제 등의 교육 제도의 변화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인구절벽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까지 인구절벽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서 나타났다. 1차 인구절벽은 33~37세에 해당하는 연령층으로 이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에 인구절벽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었고, 2차 인구절벽은 15~20세에 해당하는 연령층으로 대학 입학 학령인구에 해당하며 현재의 지방대학 위기 현상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3차 인구절벽은 0~5세에 해당하는 인구로 미래의 우리나라 교육 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2차 인구절벽 학령인구의 감소 규모는 향후 5년간 70만 명에 이른다. 이는 대학진학률을 70%로 계산할 경우 매년 입학정원이 3,000명인 대학을 15개씩 문 닫아야 하는 규모다.



고등교육 보편화와 직업 교육화

  트로우(M.Trow)는 고등교육의 변화 단계를 취학률을 기준으로 엘리트교육, 대중교육, 보편교육의 세 단계로 구분한다. 엘리트교육 단계에서는 보편적인 이성의 형성을 통하여 사회의 지도자가 되는 엘리트를 양성하였고, 대중교육 단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전문적 지식인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였다. 취학률이 50%를 넘어서는 보편교육 단계에서는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다양화되며, 이 과정에서 취업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 교육화’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1997년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통해 대입 정원에 대한 통제가 풀리면서 보편교육 단계에 들어섰다. 1979년 전문대학을 설립하면서 중견기능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대학과 전문기술인력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4년제 대학의 구분은 고등교육이 보편화하면서 모호해진다. 전문대학은 학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심화과정의 운영을 확대하면서 4년제 대학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4년제 대학은 취업에 유리한 직업 관련 학과를 신설하여 전문대학의 영역을 침범한다. 물리치료, 방사선, 안경광학, 임상병리, 직업치료, 치위생, 치기공 등 보건관련 직업 학과를 설치한 전문대학이 74개인데 비해, 4년제 대학도 63개로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다. 현재 대학과 전문대학의 학과 구조는 ‘전문대학의 직업 학과’, ‘4년제 대학의 직업 학과’, ‘4년제 대학의 학문중심학과’로 구분되며, 4년제 대학의 경우 취업에 불리한 ‘학문중심학과’에서 취업에 유리한 ‘직업중심학과’로의 학과 구조 변화가 지속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과 직업중심대학으로의 개편

  현재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의 구분은 1980년의 대중교육 단계에서 설정된 것으로 고등교육이 다양화하고 직업 교육화하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진보는 공장 및 사무자동화로 인한 단순 인력의 감소와 연구기술개발인력 수요의 증가를 동시에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고등교육의 기능은 직업교육과 연구개발로 구분된다. 즉 ‘직업중심학과’와 ‘연구중심학과’의 구분이다. 직업중심대학은 기존의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가운데 직업 중심의 학과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학이며, 연구중심대학은 학문 중심의 학과와 대학원 과정을 갖춘 대학이 여기에 속한다.


  직업중심대학은 연구개발 등의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여 학교 운영비의 대부분을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직업중심대학은 ‘준공영제’를 통해 정부의 직접적인 운영비 지원을 전제로 구조개혁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직업중심대학은 지역 산업과 지역의 인력수급전망 등을 토대로 학과 간의 통폐합과 대학 간의 학과 교환 등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가운데 사립학교가 절반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사립학교를 준공립 형태로 운영한 것처럼 직업중심대학도 정부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대신에 학교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지역 산업 중심의 구조개혁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연구중심대학은 연구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학 및 학과 간 경쟁을 바탕으로 차별적인 지원책을 도입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구비 중심의 지원은 연구비에서 간접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30% 미만에서 60~70%까지 확대하고, 연구 간접비를 대학 운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대학 간 경쟁을 통해 연구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이렇게 하면 연구중심대학의 수입 가운데 연구 간접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대학은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경쟁하게 된다. 아무리 우수한 대학이라도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인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에 따라 경쟁 우위가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 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직업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의 구분은 대학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직업중심대학은 정부의 직접적 구조개혁을 전제로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에 대해 재정지원을 하는 준공영제를 표방한다. 준공영제 형태의 직업중심대학에 스스로 들어오지 않는 대학은 경쟁 중심의 연구중심대학의 경쟁 구조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적 선택에 의한다.



지방대학의 발전 방향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직업중심대학은 수도권, 강원권, 중부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제주권 등 초광역 단위의 산업을 중심으로 재구조화한다. 즉 초광역 단위를 기초로 지역대학청이나 지역대학재단을 설립하여 직업중심대학에 대한 지원과 구조개혁을 단행한다. 지역대학청 또는 재단은 지역의 산업에 대한 전망과 이에 따른 인력수급을 전망하고, 이를 토대로 지방대학의 학과구조를 통폐합하여 운영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학의 잉여 자원은 지역의 직업훈련 및 재교육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 지역 산업을 기반으로 학교 간의 학과 통합이나 전문화는 향후 해외 유학생을 유치할 때에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유경쟁 체제로 전환된 연구중심대학의 경우는 지방대학이 수도권 대학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어 대학이 스스로 성장하기에는 어려운 여건이 있다.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지원은 광역 지자체 수준에서 지역의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브랜드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즉, 해당 지역의 핵심 산업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대학을 1~2개 선정하여 광역 지자체 수준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광역 지자체 수준에서는 지역의 모든 대학을 책임질 필요가 없어서 재정적 부담을 덜면서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집중 육성함으로써 지역의 대표 대학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연구중심대학을 집중 육성한다면, 수도권 대학 이상의 우수 대학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인구절벽으로 대표되는 학령인구의 감소는 이미 시작되었고, 향후 5년간 대학에 엄청난 고통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학의 위기를 한계대학에 대한 정리와 재정지원의 확대를 통해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는 있지만 향후 지속하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극복할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산업 기반으로의 재구조화를 통해 기존 대학자원을 직업훈련과 직업 재교육, 지역민교육, 해외 유학생 유치 등 다양한 수요를 창출하여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대학은 지역 산업을 기반으로 특성화와 전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직업중심대학의 특성화와 전문화는 초광역 단위의 준공영제를 통해 직접적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연구 경쟁력이 있는 연구중심대학은 광역 지자체 수준에서 육성전략을 수립하여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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