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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그 해법 찾기 ③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
 

 코로나가 부추긴 청소년 ‘미디어 과의존’ 해결 시급

글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삶 속에는 불안이 일상화됐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뜻한다. 장기화되는 감염병 상황으로 대한민국은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더욱 취약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행복한 교육>은 3회에 걸쳐 코로나 시대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①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② 영양 불균형·운동부족에 놓인 아이들 ③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

#A군은 올해 부쩍 인터넷 게임으로 인한 부모님과의 말다툼이 많아지고 있다. 발단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평소에는 간간이 PC방에 가서 친구들과 하던 게임을 집에서 하게 되었고, 게임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부모님의 잔소리가 많아진 것이다. 학교나 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수업 중간중간 스마트폰이나 다른 창을 띄워 웹툰 등을 보는 것을 몇 차례 어머니에게 발각되어 혼이 났는데, 그 이후로 어머니가 자주 방문을 열어 보고 감시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미디어 과의존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
 게임을 비롯해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여러 조사에서 주의 수준 이상의 청소년들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과거 중등 남학생 비율이 높았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중·고등 여학생과 초등생의 비율도 높아져 청소년 전반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10~19세 청소년의 30.2%가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온라인으로 하는 활동이 늘어나면서 게임 및 미디어 과의존 위험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보호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청소년의 인터넷·스마트폰 사용문제였다. 청소년과 미디어의 관계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밀착되고 견고해졌으며, 이제는 청소년의 생활에서 미디어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되었다. 하지만 밀착되면 될수록 게임과 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다양한 어려움이 증가한다. 가족 간의 갈등, 학업 등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생기는 발달 과업의 실패, 건강의 어려움, 경제적인 손실 발생,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과도한 사용에 따른 의존 경향, 그리고 유해 매체 노출에 따른 위험성까지 어려움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다. 이제부터 미디어 과의존 위험에 놓인 우리 청소년들의 현재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들 청소년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미디어 과의존 위험으로 생겨나는 어려움
 청소년이 게임 등 미디어에 과의존함으로써 나타나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가족 간의 갈등 문제가 있다. 게임의 특성상 한번 시작하면 오랜 시간을 소요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와 함께 하는 대부분의 시간에 모바일 게임이나 SNS 게임 등을 하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우려와 걱정에 지적이 심해지기도 한다. 함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해보았으나 잘 지켜지지 않아 이 때문에 오히려 보호자와 심한 갈등 관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 입장에서는 미디어 사용이 취미생활이자 또래와 함께 하는 놀이의 성격이 강한데 보호자의 통제에 자유가 침해받는 느낌이 들어 더욱 반항적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자신이 친구들과 비교하여 많이 하는 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서 억울한 마음으로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또한 미디어 과의존 상태에 이르면 미디어 사용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때 청소년은 집중력과 기억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시간 활용도 실패하게 된다. 학업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수행하지 못하면서 성적 저하 등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장기적으로 청소년의 안정적인 발달 과업 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건강한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로 미디어 과의존은 청소년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거북목, 시력 저하 등의 증상으로 진료를 받는 청소년들도 많아지고 있다. 거리 이동 중 스마트폰 작동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게다가 미디어 과의존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게임이나 SNS 등을 기분전환이나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초기에는 일시적인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이러한 회피적 방식이 장기화되었을 때는 우울감, 불안감 등 부정적 정서경험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지나치게 게임 사용을 많이 하는 청소년은 충동적이고 자기 조절에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자극을 추구하는 활동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조절 능력이 저하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본인이 하려고 하는 활동에 제지를 받았을 때, 이전보다 쉽게 화를 내고 신경질적이 되었다는 보고도 많다.


 더불어 청소년의 ‘관계 맺기’에도 영향을 준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관계를 맺으면서 그동안 대인관계가 불편하고 어려웠던 청소년도 새로운 관계의 장을 경험하는 순기능을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 많은 청소년들이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한 좋은 창구로 커뮤니티나 SNS를 활용한다. 하지만 온라인 안에서의 관계 맺기 특성상 사람들의 반응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거나 편하고 쉬운 관계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공들이고 여러 가지 부침을 견뎌야 하는 오프라인에서의 상호작용 발달은 뒤처져 안정적인 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의 사소한 오해가 심한 다툼이나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비단 이것이 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에서만 기인한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문자나 이모티콘은 추측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아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최근 청소년들이 불법 채팅이나, 동영상, 도박 사이트 등 유해 매체에 대한 노출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녀가 인터넷 게임을 많이 사용해 걱정이 되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의뢰하였는데, 알고 보니 게임처럼 보이는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불법 도박을 하고 있었다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미디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유해 매체에 노출되어 심각한 위험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유해 매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자들이 청소년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SNS 등을 활용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이 이런 매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청소년들은 발달하는 과정에서 관계에 대한 욕구, 유능감에 대한 욕구, 자율성에 대한 욕구 등 기본심리욕구가 충족되어야 스스로 선택하여 결정하는 내재적 동기가 발달한다(Ryan & Decy, 2000). 이런 맥락에서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은 청소년의 기본심리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스마트 미디어는 청소년 스스로 조절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자극적이며, 자극이 주는 보상에 익숙해진 청소년의 생활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등 부적응을 초래하게 된다.

미디어 과의존 청소년을 위한 해결책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게임 및 미디어 과의존 청소년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1년에 한 번 학교에서 실시하는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를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며 가까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서울은 서울시립미디어센터와 아이윌센터)에서 참여 가능한 서비스 내용(상담, 교육 등)을 확인하여 문제 발견 초기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게임 및 미디어 과의존 위험성이 높아 집중적인 치유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한 방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마다 초등생은 보호자와 함께 할 수 있는 2박 3일간의 가족치유캠프, 중·고생은 11박 12일간의 기숙치유캠프를 운영하는 기관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전라북도 무주에는 미디어 과의존 상설 집중치유 시설인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이 있어, 1주에서 4주까지 중·고등 청소년 대상으로 기숙형 치유캠프가 상설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안내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셋째, 청소년을 게임 및 미디어에 몰두하게 하는 그들의 욕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의 행동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게임이나 미디어에 집중한다면 그들이 느끼는 유익함이 있는 것이다. 어른들이 이것을 모르고 청소년의 행동만을 문제 삼는다면 그 청소년은 과의존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청소년이 게임 및 미디어를 통해 충족되는 욕구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욕구 만족의 이면에 자신에게 상실되는 것이 있음을 알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상실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함께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상의하고 조절을 위한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양육 가이드를 함께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녀의 청소년기 특성을 이해하고, 자녀를 비난하는 식의 의사소통 방법을 바꾸는 등 친밀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이 게임 및 미디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자기 조절을 위한 유능감을 얻을 수 있도록 사용 규칙을 쉬운 것부터 함께 정해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한 번 정한 규칙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평가하는 시간을 갖고 수정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또한 규칙을 잘 지키든 잘 지키지 못하든 자녀를 믿어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믿음을 통해 자녀는 실수에도 쓰러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얻을 수 있고 이것은 미디어 과의존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섯째, 게임과 미디어를 대신해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의 욕구를 건강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다방면으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건전하고 교육적인 것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청소년의 관점으로 함께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의 문화를 세대 차이라는 이유로 모른 척만 하지 말고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이 접하는 게임과 미디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유익하고 다양하며,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위험하다. 청소년이 건강하게 게임과 미디어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접하는 콘텐츠를 알고, 가능하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더불어 청소년이 각종 유해 매체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필터링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 실행하여 관리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참고자료
김대진,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 2020, 생각속의 집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2013),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예방 프로그램 개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2019), 저연령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 상담프로그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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