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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만드는 우리들의 교실

글 _ 이진명 경기 중흥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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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메타버스가 뭐예요?

“메타버스? 선생님 저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우리가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2021년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이 지쳐갈 때쯤, 메타버스를 만났다. 줌(Zoom)으로 수업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였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우리 반 아이들에게 메타버스를 소개하자 아이들은 당장 만들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그렇게 우리의 메타버스 교실이 열렸다. 처음에는 메타버스 교실에서 간단한 온책읽기 활동부터 시작했다. 메타버스를 경험하며 어떻게 만드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메타버스의 기본 기능과 활용법을 익힌 후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이들이 선정한 주제는 ‘통일’이었다. 당시 통일프로젝트를 교사인 내가 나름대로 계획했었는데, 아이들의 메타버스 활용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다른 학급 친구들을 초대하여 아이들이 직접 진행하는 통일 방탈출 메타버스 프로젝트로 방향이 정해졌다. 아이들이 직접 문제와 공간을 만들고, 다른 아이들을 초대하여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던 일이기에 매일 아이디어를 모으고, 공부하고, 토론했다. 우선 아이들이 자신이 있는 분야별로 모둠을 나누었다. 메타버스 제작팀, 스토리 기획팀, 퀴즈팀, 내용조사팀으로 나누고, 회의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도 있었고, 메타버스를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데 기쁨을 느꼈다.


  어느 정도 프로젝트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학교와 비슷한 환경을 구성하고, 도서관, 음악실, 방송실, 컴퓨터실, 보건실로 공간을 구성하기로 했다. 방별 특징을 살려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어야 풀 수 있는 통일 책 문제, 음악실에서는 음악을 들어야 풀 수 있는 통일 음악 문제를 내기로 했다. 방송실에서는 방송을 봐야 풀 수 있는 통일 방송 문제, 컴퓨터실은 컴퓨터로 검색해야 풀 수 있는 통일 검색 문제로 구성하기로 했다. 보건실도 만들었는데, 이곳을 방탈출에 실패한 아이들이 마음을 힐링할 수 있게 아재 개그로 구성했다.


방탈출 메타버스. 도서관·음악실·방송실·컴퓨터실·보건실에 방탈출을  위한 문제가 숨어있다.방탈출 메타버스. 도서관·음악실·방송실·컴퓨터실·보건실에 방탈출을 위한 문제가 숨어있다.


  처음에는 메타버스의 겉모습만 보고 게임과 비슷하다고 우려하던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도가 높아졌다. 거의 한 달 가까이 노력해서 만든 메타버스에 다른 반 아이들을 초대해 행사를 진행했을 때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어렵고 뻔하다고 생각했던 통일교육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갔다. 함께 문제를 풀고 숫자를 조합해 방탈출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학습내용을 익히고,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메타버스를 막연히 미래세계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구축해 보면서 아이들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 세계여행을 떠나다

  그 뒤 세계여행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이번에는 6학년의 다른 학급도 참여했다. 여권을 만들고,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세계여행을 했다. 세계여행 전문가와 온라인 진로멘토링도 진행하고, 소감을 세계지도에 붙여 전시했다. 각국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아이들이 직접 메타버스에 전시하여 결과물을 나누었다. 아시아는 아시아 분위기로, 유럽은 유럽의 분위기로 메타버스가 만들어졌다. 각 학급에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에는 다른 학급의 메타버스에도 들어가 서로 잘한 점을 칭찬해 주기도 했다. 경험이 확장되면서 아이들은 흥미와 함께 교과내용도 익힐 수 있었다.

VR안전지도 메타버스. 아이들이 직접 촬영한 VR영상과 안전영상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VR안전지도 메타버스. 아이들이 직접 촬영한 VR영상과 안전영상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수업뿐 아니라 별도의 동아리도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운영했다. 학교 유튜브 영상제작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영상을 전시하는 영상회도 메타버스로 진행했다. 영상회는 아이들이 직접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했다. VR안전지도도 메타버스 안에 만들어서 학교에 오랜만에 등교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공간별 영상을 촬영하고, 그 주변을 VR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메타버스 안에 배치하고, 관련 퀴즈를 풀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이 직접 조사하고 만든 영상들이기에 의미가 더 컸다. 



메타버스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없을까?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나도 함께 학교를 옮기게 되었고 새로운 학교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옮기게 된 학교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자율동아리가 특색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활동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여러 학년이 함께 모여 활동하는 것은 방역수칙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간을 메타버스로 옮기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이름하여 메타버스 학생주도 자율동아리. 공간을 가상세계로 옮기면 함께 모여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자율동아리의 목표는 하나였다. 코로나19가 빼앗아 간 자율동아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매일 밤을 새워가며 메타버스 공간을 구축하고, 아이들에게 안내할 홍보자료도 만들었다. 각 학급 담임 선생님들의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기에 교사 설명회도 열었다. 전교 자치회 임원들과 진행 방향에 대한 협의회도 거쳤다. 


메타버스 안내 포스터메타버스 안내 포스터


  사실 계획을 들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취지와 내용을 듣고 나자 어리둥절한 눈빛은 설렘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설레었고, 선생님들이 설레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메타버스에서는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대부분 구현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보탰고, 선생님들도 아이디어를 보탰다. 시작이 어려웠을 뿐 관점을 바꾸고 나니 코로나 시대에 방역수칙을 지키며 자율동아리를 운영할 방법이 있었다. 유튜브 영상 제작 동아리, 방탈출 동아리, 칼림바 연주 동아리, 큐브 동아리, 식물 가꾸기 동아리 등 많은 동아리가 접수되었다. 접수된 동아리 중 학생자치회의 승인을 거친 13개의 동아리부원을 모집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동아리 홍보 포스터를 1층 현관에 전시하고, 참여하고 싶은 동아리 포스터 아래에 아이들이 이름을 적도록 하여 동아리 부원을 모집하고 있다. 동아리별로 담당 선생님도 배치했다. 메타버스에서는 매주 목요일 방과 후에 자율동아리가 운영될 예정이다. 아이들은 하교 후 각자 자율동아리 메타버스에서 다시 모인다. 이로써 메타버스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함께 하고 싶은 아이들과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모두 처음 시도해 보지만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자율동아리를 재개한다는 사실에 한껏 들떠 있다.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니다

  메타버스에서는 동아리별로 방도 만들어 주고, 그 방도 동아리별 테마에 맞추어 꾸며주려 한다. 실제 우리가 학교에서 동아리방을 만들 듯이 말이다. 동아리별 로고도 만들고, 전시회도 메타버스에서 개최하여 많은 사람과 활동 결과를 수시로 나눌 예정이다. 필요한 재료가 있다면 아이들이 직접 신청하여 등교했을 때 받아가고 집에 가서는 활동 방법을 메타버스에서 보며 배워나갈 것이다.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면 온라인이기에 유명하신 분도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메타버스 자율동아리는 아이들에게 주도적으로 하는 기쁨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학교에 에듀테크 교사 동아리도 만들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태블릿PC를 활용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이들이 활동하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활용하면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아이들은 함께 하는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메타버스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점을 다른 선생님께 소개할 때마다 당부드리고 있다. 메타버스를 수업 목표에 맞게 구현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해서 만들어 본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아이는 졸업하며 우려하는 어른들에게 이런 말을 꼭 해달라고 했다. “게임처럼 보이지만 게임이 아니에요. 우리가 직접 공간을 만들면서 공부한 건 교과서보다 훨씬 멋진 공부였어요.”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이 의미 있게 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이 더욱 필요하다. 단순 흥미가 아닌 수업의 수단으로 접근할 때 메타버스가 수업에서 의미 있게 될 것이다. 


1층 현관에 동아리원을 모집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1층 현관에 동아리원을 모집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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