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박지웅 전북 안천초등학교 교사

시골 학교에서 만난, 추억이 방울방울 샘솟는 교실

글 김혜진 객원기자



전교생 26명의 안천초 박 교사와 1~2학년생들

  전북 안천초등학교 박지웅 교사는 올해로 교직 10년째다. 2013년부터는 시골 학교 아이들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으로 학급캠프를 기획·운영해 왔으며, 거꾸로실험 등 스토리텔링이 있는 과학 수업연구에도 매진해 오고 있다. 전교생 26명의 작은 학교에서, 현재 담임을 맡은 2학년생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추억이 방울방울 샘솟는 교실’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그를 만났다.

  “땅에 사는데, 다리와 날개가 없어요. 먹는 건 육식! 자, 이제부터 책상 위에 있는 카드에서 어떤 동물이 있는지 찾아볼까요. 스마트기기로 검색해서 찾아도 좋아요.”

  9월 23일 오후, 전북 안천초등학교(교장 김승기) 1∼2학년 학생들의 5교시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시간. ‘어떤 동물에 날개가 달려 있는지, 혹은 다리가 있는지, 그들은 무엇을 먹고, 하늘과 땅, 물 등 살아가는 곳은 어디인지’ 등등. 이날 수업의 주제는 바로 동물 분류의 기준에 대해 알아보기다. 이 수업은 특히 1∼2학년 학생들이 함께하는 무학년제 프로그램. 수업에 참가한 학생은 2학년 3명을 포함하여 모두 6명이다. 농촌 지역 소규모학교인 안천초교의 전체 학생은 26명(1999년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되면서 안천초중고등학교의 현재 전교 학생 수는 중학생 22명, 고등학생 12명 등 총 60명이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박지웅 교사(34)는 소규모 시골 학교의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 마을체험 교육과정, 그리고 ‘학급캠프’ 등을 운영해 오면서 지역사회 교육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누구보다 앞장서 오고 있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SW학급캠프


스토리텔링이 있는 과학 수업연구

  “오늘 이 창체 수업은 아이들이 3학년에 올라가서 배우게 될 과학 교과 ‘분류’ 단원의 엿보기 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학년 학생들이 서로 지식을 나누며 소통하고 관찰하면서, 동물 분류 기준에 대해 미리 배워보는 시간이에요.”

  박 교사는 동물카드와 스마트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연신 질문을 던지면서 수업의 몰입도를 높였다. 올해로 교직 10년째인 박 교사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국어·과학 교과서 검토위원 등 다양하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그가 활동해온 전북지역 과학교사모임의 ‘거꾸로실험’ 연구는 학생활동이 중심이 되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과학 수업의 새로운 모형이자, 지향점을 제시해 준다고 그는 소개했다.

  “흔히 과학 교과서의 실험 구성은 원인-과정-결과의 공식을 따르게 됩니다. 반면 저희가 주목하는 ‘거꾸로실험’에서는 이 순서가 원인-결과-과정의 순으로 혼재해서 구성돼 있죠. 실험결과를 미리 제시한 뒤, 역으로 그 과정을 탐색해 나가다 보면, 그 실험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사고능력은 그만큼 더 극대화되고, 확장된다고 할 수 있죠.”

  이를테면 두 개의 얼음을 아이들에게 제시한 뒤 어떤 방법으로든 가장 빨리 한쪽 얼음을 녹이는 미션을 부여하는 것. 이 경우 아이들은 다양한 사고를 통해 얼음을 녹이는 방법을 스스로 연구하고, 터득해 나아가게 된다는 부연설명이다.


“수학 싫어하는 친구들, 여기 모여라!”

  박 교사는 올해로 8년째, 시골 학교 아이들의 관계성 회복은 물론 진로 연계 교육을 위한 ‘학급캠프’를 기획, 꾸준히 운영해 오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한 달에 1∼2회 운영됐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 운영에 정성을 쏟아왔었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장기화 등으로 학기 중 1회 정도로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

  “2013년에는 교육적인 내용보다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의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취지가 더 컸었죠. 그 당시, 제가 담임했던 반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도 있었고요. 그 아이가 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관계 맺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다가 학교에서, 혹은 가까운 야외에서 함께할 수 있는 캠프를 구상하게 됐지요.”

  해를 거듭하면서, 이 학급캠프는 자연스럽게 진로 탐색 교육과도 연계됐다. 특히 학생들의 학력 더딤요소를 해소하고 보완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추가됐다. 이전 부임지에서 기획된, 수학을 싫어하는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수학 밤샘 캠프’가 그 좋은 예. 밤을 새워가며 친구들과 천체 망원경을 통한 별자리도 관측하면서, VR을 활용하여 실제 별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보는 체험도 한 바 있다. 박 교사는 현재 전북수학산책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누구나 쉽게 일상생활에서 수학적 요소로서 접근할 수 있는 수학교육 자료를 개발, 수업에 적용해 오고 있기도 하다.

  지난 8년 동안 이 학급캠프에서 늘 공통으로 빠지지 않았던 프로그램은 바로 독서. 지도교사는 물론, 참가 학생들은 자신이 읽고 싶은 주제의 책을 골라 자유롭게 독서 활동에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참가 학생이 저학년일 경우에는 학부모 등 지역사회에서 책 읽어주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이 별도로 마련되기도 한다.


연신 질문하며 수업에 몰입하는 학생들


평소 익혀뒀던 영상제작 등 노하우 나눔실천

  “캠프 활동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프로그램은 역시 요리를 할 때였어요. 텃밭에서 손수 기른 채소도 수확하고, 아이들이 불을 피워 직접 고기도 굽고요. 학급캠프에서의 체험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고, 오래도록 추억으로 간직하기를 바랄 뿐이죠. 실제로 제자들을 졸업 후에 다시 만나면, 학교에서 캠프 할 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녀석들이 참 많아요.”

  소규모학교이다 보니 이 학급캠프도 무학년 연합팀으로 꾸려질 때가 있다. 6학년과 1학년이 한팀이 되는 식이다. 이때 6학년 형들로서는 책임감을 배우고, 또 저학년은 형들을 믿고 캠프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된다고.

  1∼2학년 아이들의 창체 수업을 참관하던 9월 말 현재, 안천초교는 청정한 지역환경과 전교 학생수 기준에 따라 다행히 등교수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전국적으로 강도 높은 원격수업이 시행될 때만 해도 박 교사는 그 어느 때보다 바빠야 했다고. 각종 수업자료와 동영상 제작, 그리고 전북지역 동료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동영상 제작 강의 지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온라인 원격수업이 처음 시행되면서 이 새로운 교육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동료 교사들에게 이전부터 교육 동영상 제작하면서 익혀두었던 노하우와 꿀팁들을 나눔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2학년 저희 반의 급훈이 바로 ‘추억이 방울방울 샘솟는 교실’입니다. 제가 교사로서 바라는 소박한 꿈도 여기에 담겨 있어요. 우리 반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더할 나위 없이 신나고 재미있게, 또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제 중점연구 분야인 과학·수학 교과 등 수업연구 영역에서도 전문성을 향상시키면서 더욱 정진해 나아가는 것이고요.”

  교사로서 늘 새로운 학문 분야의 연구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박지웅 교사는 그가 속해 있는 이 교육공동체가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도 했다.


2013년부터 시골 학교 아이들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으로 ‘학급캠프’를 운영해 온 박지웅 교사. 올해에는 코로나19로 학급캠프는 어렵게 됐지만, 대신 평소 익혀뒀던 영상제작 등 원격수업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