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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유치원 풍경

글  구영목 혜화병설유치원 부장교사


풍경 하나, 선생님은 계획이 다 있었단다

  3월 초, 코로나19로 인해 각 유치원과 초등학교마다 긴급 돌봄이 시작됐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신 학부모님들은 선뜻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누비던 유치원 곳곳은 정적만이 흐르고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연락을 취하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수화기 저편에 들리는 자그마한 목소리에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설렘과 함께 나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였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 학부모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기 위해 매일 안전수칙을 담은 문자를 보내고, 연령별로 엮은 놀이 중심의 활동지들을 구성하여 배부했다. 한편으로는 숙제를 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부담스럽지 않으실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기우였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안내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고 표현해 주시는 학부모님들 덕분에 더욱 힘이 났다.



풍경 둘, 얘들아! 보고 싶다

  스승의 날, 유치원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였다. 졸업한 아이의 편지일까? 약간의 기대 부푼 마음에 편지 봉투를 본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봉투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였다. 올해 신입 유아의 편지였다. 그 이름은 한다연. 글씨에서도 수줍음이 보이는 다연이의 편지 속 내용은 나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선생님!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유치원 가서 신나게 놀고 싶어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편지 한 통으로 소중함과 감동을 담은 날이 아닐 수 없었다. 네덜란드의 신학자 페트루스는 평범한 일상에 충실할 때 기적이 일어나고 비범함이 나타난다고 했다. 지금 현 상태가 평범한 일상은 아니지만, 그러한 일상을 바라는 마음을 모아 이 상황을 충실히 이겨낸다면 오랜 기간의 공백 끝에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적이 곧 일어나지 않을까?


 
등교 개학이 시작되면서 우리 아이들과의 만남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마스크로 가린 입이지만 그 안에서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풍경 셋, 그토록 기다린 아이들과 마주하다

  이토록 기분 좋은 떨림과 설렘을 느끼게 될 줄이야! 드디어 등원이 시작된 날, 유치원 현관에서 아이들을 처음 마주했다. 크게 웃음 지으며 “선생님~~” 하고 부르는 아이, 어색해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아이, 유치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선생님을 봤다며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아이 등등…. 이렇게 우리는 드디어 만났다. 바깥세상에서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를 잊을 만큼 알콩달콩 재미난 시간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생일 축하식,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란 모종들에게 인사도 하고, 우리 기관만의 특색교육인 염색 티셔츠 물들이기 체험활동 등등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그런데 개학을 하고 며칠이 지났을까? 한 아이가 가방 속에서 엄마가 보낸 편지를 꺼내 들고 다가왔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그동안 유치원에 가고 싶어 했던 우리 성현이가 요 며칠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정말 좋아하는 모습에 저도 마음이 놓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상황들이 저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낯설고 많이 힘드시겠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그동안 실내에서도 마스크 쓰기 연습하며 유치원 개학 준비를 했어요. 잘 지켜봐 주세요.’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지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모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이 감사함을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원을 하며 인사하기 전, 아이들에게 나는 말한다. “얘들아! 선생님은 엄청난 위기에 힘이 더 세지고 강해진다는 사실 알고 있니? 아이언맨보다, 스파이더맨보다 말야!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선생님과 우리 친구들이 힘을 합쳐 잘 이겨내 보자.” 나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코로나가 끝날 날이 꼭 올 거라고,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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