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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글  서덕인 안산광덕초등학교 교사


우리 아이들에게 차이와 차별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한다.
어쩌면 껍데기와 같은 것들로 우리 주위의 보석과 같은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며칠 전 토요일 점심때쯤 교감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다. 우리 반 아이가 동네 형한테 맞아서 다쳤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급히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들으니 동네 형이 자기 엄마를 놀리는 말을 했다는 거다. 엄마가 베트남분이신데 엄마 관련해 욕까지 들으니 순간 욱했나 보다. 그러다가 말싸움을 하게 되었고, 그 형한테 맞게 되었다고 한다. 다쳤다는 얘기에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도 아찔하다.

  예전에 <완득이>라는 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됐었다. 나도 몇 번 본 영화라 그 여운이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동남아에서 온 엄마라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완득이(유아인 분)의 아픈 마음에 동정심과 함께 마음이 아팠다. 우리 반 아이도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담임교사로서 너무나 마음이 서글프다. 내가 태어나는 가정환경은 순전히 운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사회로부터 냉대와 무언의 놀림을 받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군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많다. 그런데도 그런 다문화 따돌림이 존재하는 걸 보면 소위 잘 사는 동네는 더 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피부색, 종교, 출신지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아직도 지구상에 사라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최근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따른 시위만 봐도 그렇다. 특히 다문화 가정 출신의 자녀들은 다문화 부모님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현실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 전 세대 어른들도 서독에서 광부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일군으로, 미국에 일자리를 찾아 이민을 해서 인종차별로 어려움을 겪었던 아픔이 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인종차별에 관한 교육을 훈화로 자주 들려주곤 한다.

  “얘들아, 부모님 중 한 분이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이면 참 재미있고 좋을 것 같아. 만약 우리 엄마가 필리핀에서 오셨다면 영어도 배우고, 중국에서 오신 분이면 중국어도 무료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며 진심을 전하곤 한다.

  몇 년 전 근무학교에서 초4 담임을 맡았을 때, 어머니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던 남자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싸 주신 중국 만두가 아이들에게 어찌나 인기가 있었는지, 그 이후로 그 아이는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아이가 되었다. 중국 만화도 가져오고 무술 잡지도 가져오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까?

  우리 아이들에게 차이와 차별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한다. 차이는 인정하되 공정하지 못한 차별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더 이상 피부색, 언어, 출신지, 외모와 같은 어쩌면 껍데기와 같은 것들로 우리 주위의 보석과 같은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골 초등학교에 영어 강사로 온 남아공 출신 교사와 함께 1년을 근무한 적이 있다. 동네 시장에 가면 흑인이라는 이유로 노인 분들이 빤히 쳐다보는 것이 너무 당황스럽고 모욕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은 피부색만 다를 뿐 생각도 바르고, 너무나 다정하신 선생님이었다. 영어로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속담이 있다. 겉만 보고 진실된 마음을 보지 못한다면 나 자신에게 큰 손해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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