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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술지주회사와 대학의 연구역량

글_ 고혁진 산업기술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전통적인 대학의 핵심적인 기능은 교육과 연구이며,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대학의 연구역량은 높아지고 있다.


최초의 대학으로 간주되는 이탈리아의 살레르노대학과 볼로냐대학, 프랑스의 파리대학 등은 12세기 초에 사회를 이끌어갈 소수 엘리트를 양성하기 위해서 등장하였다. 대학 교수는 전문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했으며 논문, 출판 등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것을 요구받지 않았다. 대학에서 연구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은 19세기 이후이다. 1810년 설립된 베를린대학은 연구대학의 최초의 모델로 간주되며, 그 개념이 꽃핀 것은 1876년에 설립된 미국의 존 홉킨스대학이다. 이후 대학에서 생산된 지식의 활용에 대한 정부와 산업의 성과와 기대가 커지고 그에 따라 대학-산업-정부의 새로운 관계가 생겨났다. 기초-응용-개발 연구의 단계를 거쳐 기술이 발전한다는 전제에 기초했으므로 대학에서 수행되는 기초연구가 언젠가는 사회에 실용성을 안겨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의 연구를 지원했지만, 대학의 연구는 보편성과 자율성을 기초로 이루어졌으며, 연구의 내용이나 결과의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대학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부도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22.5%(금액은 4조 2,727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연구지원에 힘입어 2016년 말 기준 전체 대학의 연구비는 5.8조원으로 2012년 대비 12.9% 증가하였다. 연구비의 증가에 따라 대학이 보유하는 지식재산권도 101,427건으로 연평균 18% 이상 성장하고 있다(대학 산학협력 활동 조사보고서, 2017).

 

 

급부상 중인 기업가적 대학


대학 보유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이 시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며, 창업으로 이어지는 성과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2003년 산학협력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대학 보유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BRIDGE) 사업’은 대학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 자산을 산업계에 이전하여 대학이 기술 기반 국가 신성장 동력 창출의 선도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교육부가 2015년부터 연간 약 150억 내외를 지원해온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 외에도 과기부의 TMC(Technology Management Center)사업은 대학 내 분산된 대학 기술사업화 조직 및 기능을 연계·통합하는 대학 기술경영센터를 설립하여 효율적인 기술이전·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 대학의 기술이전 건수는 4,767건으로 2012년 이후 연평균 23.8% 증가하고 있으며, 기술이전 금액도 762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술이전 계약 체결 대상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9%에 이를 만큼 기술이 필요한 중소기업의 역량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학 보유 기술의 기술이전율1)은 25%에 불과하여 공공연구소의 54.8%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며(2016년 공공기관 기술이전·사업화 실태조사 보고서), 전체 보유기술 기준으로는 4.7%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학 보유기술기반의 창업건수는 2016년 기준 191건에 불과한 수준이다. 많은 기술들이 여전히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외국 주요대학의 경우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식트라이앵글2) 관점에서 볼 때 대학은 지역혁신활동의 중요한 위치이며, 혁신활동의 지역화에 따라 지역의 성장과 발전에서 대학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대학의 역할은 전통적인 임무였던 교육과 연구보다 ‘제3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기술이전이나 고급인력 양성 등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이 지역혁신에 기여하는 역할은 한계가 있으며, 지식의 확산과 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이란 대학 운영에 있어 기업가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연구 성과를 사업화함으로써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연구 및 운영의 방향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교수 및 학생의 기업가활동을 장려하는 대학(Henry Etzkowitz, 2011, Burton Clark, 2001)을 의미한다. 특히 학력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인한 새로운 수익모델의 발굴이 시급한 대학의 입장에서 기업가적 대학으로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의 산하 기술지주회사인 베이다팡정은 지난해 820억 위안(약 13조 9,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대기술지주회사 매출(260억 원)의 500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 교육부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선 552개 대학이 5279개 기업을 운영 중인데, 대학기업의 연간 총 매출은 2,081억 위안(약 37조 4,000억 원), 순이익은 83억 위안(약 1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대학재정에 기여하는 금액도 베이징대는 연간 4억 4,000만 위안(약 791억 원), 칭화대는 8억 4,000만 위안(약 1,51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실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술지주회사 본연의 기능 수행의 한계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담당하는 핵심주체는 대학 기술지주회사로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


대학 보유 기술의 사업화를 담당하는 핵심조직은 대학 기술지주회사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보유한 특허 등의 기술을 출자하여 자회사를 설립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전문조직이다. 최근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대학 기술지주회사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2018년 6월 기준 총 66개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설립되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기술지주회사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전문역량이 부족하여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먼저 기술지주회사 본연의 목적인 자회사 설립현황을 살펴보면 ’15년 12월 말 기준 36개 대학 지술지주회사 중 상위 7개(20%) 대학이 설립한 자회사가 271개인 52.8%를 차지하고 있으며, 3개 이하의 자회사를 보유한 대학도 16개 대학(44.4%)이나 된다. 최근 2년간(2014년, 2015년) 6개 기술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설립하지 못하였고, 3개 회사는 1개 자회사만 설립하였다. 자본금 규모도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는 열악한데, 출자 당시 현금출자는 평균 5.89억에 불과하고, 3억 이내의 기술지주회사가 18개로 50% 수준이다. 자회사 설립에 발생하는 가치평가 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투자여력은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투자회수와 같은 성과도 미흡한데, 자회사 배당과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지주회사는 10개사에 불과하다.

 

 

자회사의 투자요건을 완화해야


기업가적 대학으로의 혁신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액셀러레이팅 기능을 강화하고 자회사 투자요건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가적 대학으로 변화를 유도할 대학 차원의 주체는 기술지주회사이다. 기술지주회사의 역할은 비단 대학의 수익창출 기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학발(發) 창업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민간 투자자들이 위험이 높다고 대학발(發) 창업기업에 투자를 회피하지만, 상대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이 적은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대학발(發) 창업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기술지주회사의 실질적인 투자여력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기술사업화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브릿지플러스사업에 보다 많은 대학이 사업에 참여하여 전문 인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업비를 확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규모 대학 중심의 선정방식에서 벗어나 사업화 의지가 높은 중소규모 대학이 참여할 수 있는 별도의 트랙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기술지주회사가 자회사 투자 시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규정을 10% 이내로 완화하는 것은 시급한 개선과제이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가치가 높기 때문에 기술지주회사가 투자할 여력도 없으며, 투자받는 입장에서도 20%는 경영권과 관련되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잠자는 대학의 우수한 연구결과물이 시장으로 나가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동시에 대학도 돈을 벌어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는 그런 미래를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