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화 잘 내는 성진

전문 상담교사가 전하는 우리 아이 심리  
화 잘 내는 성진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

걸핏하면 화를 내는 아이들, 이들은 학교에 와서도 친구들과 갈등을 빚는다. 이런 아이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성진문제
  성진은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인데, 체격도 우량아인 데다 활발해서 학급을 쓸고 돌아다닌다. 좀 이상한 아이가 있다 싶으면 따라다니며 성대모사도 하고 동작 흉내도 낸다. 그러면 아이들이 ‘와~!’ 하고 웃고 박수를 친다. 하지만 그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씩씩거리거나 울음을 터뜨린다. 친한 아이들끼리 노는 걸 보면 꼭 들어가서 그 판을 독점하는 꼭낄레옹(꼭 참견하는 아이를 이렇게 부름)인데,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화를 내면서 때린다.   
  대부분 성진에게 맞고 참았지만 경수만은 ‘나한테 이러지 마.’ 하고 맞섰다. 성진은 경수에게 종합격투기를 가르쳐 준다면서 경수를 괴롭혔고, 경수는 울면서 담임선생님과 어머니께 성진을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담임선생님이 둘을 불러서 타이르자, 일이 일단락되었다. 아니,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성진은 경수에게 더 화를 내면서 티 나지 않게 구박했다. 경수는 그때마다 담임선생님께 말했지만, 어언간 선생님께 지나치게 예민한 학생으로 취급받았고, 경수 엄마도 매번 전화로 서비스를 요구하는 극성 엄마로 보여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셨다. 게다가 성진 엄마는 ‘저 집 엄마가 좀 잘나가는 데다 아들 성적까지 좋으니 눈에 뵈는 게 없나? 사실 우리 아들도 맞았다던데.’ 하면서 성진만 나쁜 아이 취급받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우물우물 시간이 흐르는 사이 일이 커졌다. 참다못한 경수 엄마가 A4 용지에 육하원칙에 따라 매 맞은 내용을 20항목 이상 적고, 매 맞은 다른 아이들의 부모 서명까지 받은 후 담임 선생님께 제출하면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서 용서 없는 처벌을 할 것과 민사재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한 날, 선생님이 경수 엄마의 손을 잡으며 만류했지만 그녀는 손을 뿌리치면서 ‘진작 해주셨어야죠!’ 했다.  

성진진단
  상담선생님이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일은 첫째 부모님들이 마음을 곱게 쓰시도록 해야 되고, 둘째 원인을 파악해서 처리하고, 셋째 부모님께 아이 키우는 법을 조언해 드려야 한다. 성진 어머니와 얘기를 나눠보니, 아빠는 지방에 계시고 엄마는 일 나가시고 그 때문에 성진은 할빠(아빠 역할하시는 할아버지)가 키우셨다. 엄마는 버릇없는 성진에게 화를 냈고, 할빠는 ‘애들은 놔둬도 다 알아서 큰다.’며 며느리에게 화를 냈고, 주말마다 집에 오는 아빠는 엄마에게 화를 냈고, 엄마는 성진에게 더 화를 냈다. 성진이 자주 하는 말은 ‘엄마, 또 화났어?’ 이었다. 아이고, 분노가 가득 찬 가족이다. 

성진지도
  상담선생님이 경수 엄마에게 ‘상대를 처벌하는 게 목적인지, 아드님을 편안하게 하는 게 목적인지’ 물었다. 후자라는 대답을 듣고 좋은 방법을 가르쳐 드렸다. 그에 따라 경수 엄마가 성진 엄마를 만나서 ‘학폭 재판을 열자고 해서 죄송해요. 과거의 잘잘못은 따지지 말고 당분간 두 아이들을 서로 떼어놓을 수는 없을까요?’ 하고 부탁했다. 서로 합의가 되자 경수는 행복해졌고, 오직 성진이 친구들에게 자주 화내고 강요하는 문제만 남았다.
  상담선생님은 성진에게 ‘경수를 괴롭히지 않기’를 강조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친한 남자애 2명과 여자애 1명과 더 사이좋게 놀까?’를 상담했다. 경수는 좋아하는 아이들과 놀 때도 화를 잘 냈는데, 그때마다 상담선생님이 ‘친구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는 연습을 시켰고, 엄마도 화내며 꾸중하기보다 ‘우리 경수 화가 많이 났네.’ 하면서 가라앉힐 시간을 주었다.  
  얼마 후 경수는 ‘내가 욕을 하면 친구 마음이 속상해요.’ ‘내가 친구를 밀면 친구가 기분 나빠요.’ 하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걸핏하면 친구들에게 화내면서 고집 피우던 버릇이 많이 줄었다. 
  친구 흉내를 내는 버릇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담임선생님이 계기교육을 하시면서 누군가 친구를 놀리면 일제히 ‘하지 마! 친구야!’ 하고 외치라고 가르치셨는데, 경수가 또 그러다가 친구들에게서 박수 대신 이 합창을 듣자 머쓱하면서 그 버릇이 뚝 떨어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