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도덕지수 낮은 영철이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

 

흥사단(2017년)에서 중·고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억 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응답한 고교생이 55%였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성향은 학력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도덕지수가 낮은 아이의 마음에 이기주의, 마키
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악의적 성향이 들어와서 자리 잡는다. 도덕적으로 무심한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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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 문제
  수학 선생님 한 분이 상담실에 찾아오셔서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점심시간 20분 전 영철이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더니 수업을 마치기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제야 퍼뜩 지난주 이 시간에도 영철이가 그랬던 기억이 떠오르셨다. 교내 식당에 1등으로 들어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거짓말을 했을 거란 의심이 들어서 화장실을 확인해 보았더니 영철은 거기 없었다.
얼마 후 영철이가 교무실 문을 쾅 열고 들어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제가 수업시간 빼먹었다고 결과처리하실 거라면서요? 저 억울해요. 그런 거 아니라고요.” “얘야, 화장실에 없던데?” “우리 반 앞에 있는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져서 2층 화장실로 갔어요. 그러니 거긴 당연히 없죠.” “그래도 일을 다 봤으면 돌아와야지.” “볼일 다 보니까 마침종이 울리더라고요. 그래서 교실로 돌아왔는데 선생님이 수업 마치고 가셨던데요. 그래서 식당에 갔어요.” “네가 교실에 왔을 때 누가 거기에 있던?” “아무도 없었어요. 다 식사하러 갔던데요.” “식사하러 가지 않았던 아이들도 있었어. 아무도 너를 못 봤다던데.” “아, 지금 생각해 보니 교실로 가다가 아이들이 없는 것 같아서 곧바로 식당에 갔어요.” “말이 바뀌는 것 같은데?” “언제 제가 말을 바꿔요?” “지난주에도 이런 식으로 안 돌아온 것 같은데?” “제가요? 전 기억에 없는데요.” 대화는 교착 상태에 들어갔고 선생님은 진실을 알 수 없어서 당황했다. 일단 교실로 돌아가 있으라 하자 영철은 불손한 태도로 교무실을 나가면서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투덜거렸다.
  선생님은 부득이 학생부 선생님께 조사를 부탁했고, 학생부에서는 복도에 설치된 CCTV를 통해서 영철이가 교실을 나간 시간과 식당에 입장한 시간을 확인해 주었다. 선생님은 영철이가 이토록 뻔뻔하게 거짓말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 영철을 다시 불러서 타일렀다. “영철아, 나는 너를 가르치는 선생님 아니니? 내 생각에는 네가 거짓말을 하고 식당에 간 것 같아.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않니? 솔직하게 말하렴. 그러면 용서를 해주겠다.” “전 더 말할 게 없어요. 억울하다고요.” “그럼 부득이 학생부에 보내서 사실 조사를 할 수밖에 없어. 그땐 나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그제야 영철은 움찔했다.
  영철은 재빨리 학생부 간부로 일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계속 거짓말을 하다가는 처벌을 받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듣고 교무실로 뛰어와서 선생님께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사실은 화장실에 가지 않고 곧바로 식당에 갔어요. 선생님은 성자 같으신 분이십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일 없다고 하셨잖아요. 용서해 주실 거죠?” 선생님은 기가 막혔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기가 막힌 연기로 선생님을 속이려 들 뿐만 아니라, 불리해 지면 용서를 빌면서 빠져나가려는 폼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철 지도
  상담선생님이 수학선생님의 하소연을 듣고 말했다. “이제까지 말씀하신 것을 보면 영철은 품행장애가 있는 학생인 것 같군요. 교육자로서 학생을 좋게 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모든 학생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요. 이런 학생들은 도덕심이 매우 약해서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그냥 방치하면 나중에 사이코패스로 변형되기도 하고요. 조기에 발견하셨으니 지도를 해봐야겠어요.” “어떻게 하죠? 전 교직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런 아이를 다루는 방법은 모르는 걸요.” “선생님처럼 마음씨가 착하신 분은 차마 벌을 못주시고 용서하시는데, 그럴수록 이런 아이들은 착한 사람의 친절을 이용하는 데 익숙해질 뿐이죠. 따라서 맨 먼저 정당한 분량의 벌을 주어야 됩니다. 그러면 잘못에는 벌이 따른다는 조건반사를 학습하게 됩니다. 그러면 나쁜 짓을 못하는 제동이 걸리죠. 그 후 침착하게 도덕교육을 시켜야 됩니다.”
  영철은 선도위원회에 넘겨져서 벌을 받았다. 영철에겐 유창한 말과 반성하는 표정을 사용해서 번번이 벌을 피하던 방법이 통하지 않았고, 나쁜 짓을 하면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배운 최초의 사례였다. 영철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지금부터 민주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정직과 원칙에 대해서 공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