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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자꾸 바꾸는 미진이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부장교사

 

미진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다. 담임선생님이 학기 초에 면담했을 때 간호학과에 가서 장차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고, 이유를 물으니 사람을 고쳐 주는 것이 좋아 보여서라고 했다. 3월 말에 다시 상담했을 때는 주변에서 취직이 잘 된다고 말하는 공대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중에서 어떤 과를 원하느냐고 하니까 컴퓨터 관련 학과면 다 된다고 했다. 5월에는 친구처럼 미술을 전공해서 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진로를 너무 자주 바꾸는 것 같아서 이유를 물었더니 “다 괜찮아 보여서요.”라고 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저는 요즘 대학교 학과에 대해서 잘 몰라요. 애한테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어요.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셨다.

 

미진진단
  담임선생님과 진로상담선생님이 마주 앉았다. 진로상담선생님이 말했다. “진로 검사를 먼저 해보죠. 자기 적성과 직업을 매칭(matching) 못 하는 학생에게는 홀랜드(Holland) 이론에 따른 직업 흥미 검사를 하고, 나이에 비해 직업에 대한 인식이나 준비가 엉성하면 수퍼(Super)의 이론에 따른 진로 성숙도 검사를 하죠. 둘 다 알지만 막상 결정을 잘 못 내리면 하렌(Harren)의 이론에 따른 의사결정기술을 가르쳐 줘야 해요. 이 세 가지 검사는 진로 상담실에서 해도 되고, 커리어넷(www.career.go.kr)에 가서 온라인으로 해도 돼요.”
  미진이는 직업 흥미 검사 결과 RC형이었고, 진로 성숙도 검사에서 진로 동기는 정상이었으나 자기 이해와 자기 주도 점수가 낮았다. 또한 진로 결정 유형 검사에서는 우유부단형(undecided)이었다.
  진로상담선생님이 담임선생님에게 말했다. “미진이는 흥미 검사에서 현실형(R)-관습형(C)으로 나왔는데, 간호사나 컴퓨터 관련 직업을 하기에 적절한 것 같아요. 하지만 예술형(A) 점수가 낮으니 미대에는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아마 주변 사람들이 자꾸 권하니까 휘둘렸나 보죠. 특히 자기 이해가 부족하니 진로 정보를 많이 제시해 주고, 자기 주도성이 부족하니 결정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어야겠네요.”
  미진은 고등학교 1학년이니까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기(15~
17세)지만, 지금까지 해오는 방식을 살펴보면 즉흥적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흥미기(11~12세 단계)에 머문 것 같았다. 그러니 부족한 발달단계를 보충하는 한편,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기술을 훈련해야 한다.

 

미진지도
  담임선생님이 미진에게 말했다. “너는 기계나 의료 쪽에 흥미가 발달했다고 나오네. 그렇지만 미술은 흥미 점수가 낮은데…” “그거요, 제 친구가 미대를 간대요. 그래서 저도 같이 가고 싶었어요.” 미진은 세 개 학과가 마음에 들어서 골랐을 뿐 정보를 많이 알아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진로상담선생님이 세 학과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해 주었다. 그러자 미진이가 말했다. “미대로 가면 디자인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매일 뭔가 아무것도 없는 데서 머리를 쥐어짜서 새로운 걸 창작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돼요. 저는 매뉴얼에 따라 일을 착착 진행해 제시간에 깔끔하게 끝내고 쉴 때 제일 즐겁거든요.” 그래서 미대는 제외했고, 간호학과와 컴퓨터 관련 학과가 남았다.
  이번엔 담임선생님이 두 학과 이름을 백지에 써놓고, 좌측 세로 칸에는 미진이가 고려하는 6가지 요소를 썼다. 직업 매력은 미진이 10점 만점에 7점을 줄 정도로 중요시했고, 예상수입은 8점, 안정도 10점, 유능한 정도 9점, 부모님들의 찬성 6점, 사회적 인정 8점이었다. 그다음 두 학과를 비교하면서 12개 빈칸에 점수를 써넣게 하였다. 그 결과 간호학과 45점, 컴퓨터 보안학과는 41점으로 비록 작지만 간호학과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 차이가 작을 때 차근차근 살펴보는 대차대조표 방식이다. 미진이가 말했다. “전 사람을 만나고 고쳐주는 간호학과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지역의 대학에 가려면 수학을 3등급으로 올려놔야 해요. 지금 수학이 4등급이니까 문과로 가면 2~3등급이 가능할 것 같아요.” 어느덧 미진은 합리적이고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능력이 늘었다. 그러는 사이에 꿈도 영글었다. 미진아, 좋은 간호사가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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