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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쿨하고 싶지만 불안한, 내 아이의 ‘이성교제’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진로상담부장교사

 

우리 아이들은 사랑과 성에 대한 욕망과 무지 사이에서 헛디딜까 긴장할 때, 간섭이 아닐 만큼 부드럽고, 두려움을 달래줄 만큼 지혜롭고, 절제에 도달할 만큼 엄한 목소리를 듣기 원하는 게 아닐까?

 

천둥보다 번개가 빠르듯, 어른들이 이성교제의 찬반을 논하는 사이, 아이들은 이미 그 이상과 맞닥뜨리고 있다. 다들 말한다. “엄마 아빠 때보다 속도가 빠른 것 같아.”

어디서 만나나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남녀공학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만나는 경우가 제일 흔하다. 그다음은 학원이고 인터넷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을 살펴보다가 유치원 동창의 근황을 알게 되거나 내 친구의 중학교 이성 동창 중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긴다면 온라인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연락을 주고받다가 오프라인으로 만난다. 반팅도 있는데, 남고 2-3반 아이들과 여고 2-3반 아이들이 단체톡방을 만들어 연락하다가 친해지면 그룹으로 노래방을 가거나 식사를 한 후, 1:1로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반팅은 불행하게도(?)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
  성공률이 높은 것은 친구의 소개로 ‘이어지는’ 것이다. 마치 중매쟁이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만나듯, 친구의 소개로 고등학생들이 연하의 중학교 동창을 소개받는 것이다. 남고생들의 경우,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보고 과감히 접근해서 전화번호를 얻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성교제는 보통 언제 시작할까? 사춘기와 일치하는 16세 무렵이 가장 많다.

어떻게
  호감이 가는 이성을 발견하면, 좋아하긴 하지만 연애를 하진 않는 ‘썸 타는’ 상태가 된다. 썸을 타는 기간 동안 밀당을 하면서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느 정도 썸을 타는 시간이 지나면 고백을 하고, 서로 연인으로서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이성교제를 시작한다. 요즘 아이들의 데이트 장소는 영화관, 노래방, 관광지나 번화가 산책을 하면서 쇼핑도 하고 먹거리도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대략 성인들과 비슷하다. 데이트 비용은 일방적으로 내는 것보다 더치페이가 대세고, 가끔 어른들의 흉내를 내서 술을 먹기도 하는데, 술집에서는 못하고 집이나 야외에서 먹는다.
  아이들은 이성교제 시 신체접촉을 어떻게 할까? 커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고백을 기점으로 빠르면 10일쯤 지나 손을 잡고, 20일쯤 지나 어깨동무를 한다. 이 대목에서 잠시 멈추고 상대가 성충동만으로 접근한다고 느끼거나, 성격적인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하면 헤어진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믿음이 많이 생기면 10일에서 100일 사이에 가벼운 볼 뽀뽀를 거쳐서 입맞춤을 한다. 더 나아가서 성관계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니까 데스몬드 모리스라는 학자가 『접촉』이라는 책에서 말한 이성 간의 접촉 단계와 일치한다.
  아이들은 이성 친구와의 만남을 축하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보통 22일, 50일, 100일, 200일, 1주년 이런 식으로 기념일을 챙기는데, 보통 100일 단위로 한다. 그렇다고 모든 커플이 기념일을 챙기는 건 아니고 오히려 싫어하는 아이들도 많다.

아이들의 의견은?
  이성교제를 하다가 성적이 떨어질까봐 제일 많이 걱정한다. 아니, 두려워한다. 핸드폰 사용량이 증가하고, 시간을 많이 쓰고, 만약 실연하면 충격 때문에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그래서 자신의 진로가 막히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이 때문에 부모님들이 이성교제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신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더 조심스럽다. 학업과 이성교제를 병행하는 균형 잡힌 생활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할지 몰라 난감해한다. 또한 부모세대에 비해서 이성교제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높아졌고, 성관계까지 가는 속도도 빨라져서 불안감이 더하다. 게다가 이성교제를 단순한 만남이 아닌 성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전략적으로 하려 드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염려가 되기도 한다. 만에 하나 원치 않는 성관계, 임신, 실연, 학업중단 같은 일에 빠지면 ‘나는 여기서 끝이구나.’ 하고 모든 것을 놓고 무너져 버리는 것도, 어른들도 교훈만 할 뿐 도움이 되진 못해서 괴로움이 가중되는 것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런 난제 앞에서 마치 여울을 거슬러 올라가느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연어들처럼 긴장이 심하다.
  이때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무얼 바랄까? 이성교제는 근본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비록 나이는 어릴지라도 지나친 조언이나 심한 개입을 원치 않는다. 어른들이 너무 아는 체하면 반항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 대신 연애와 공부에 대한 경험담이나 좋은 얘기들을 해주고, 공부와 이성교제를 어떤 순서대로 하는 게 좋은지, 만약 균형을 잃었을 때는 어떻게 회복하는지 알려주기를 원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아이들은 사랑과 성에 대한 욕망과 무지 사이에서 헛디딜까 긴장할 때, 간섭이 아닐 만큼 부드럽고, 두려움을 달래줄 만큼 지혜롭고, 절제에 도달할 만큼 엄한 목소리를 듣기 원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