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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어디 가서 놀까?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진로상담부장교사

 

호모사피엔스이기보다는 호모루덴스에 가까운 아이들이 방을 벗어나서 파란 잔디밭에 반짝이는 자전거를 뉘어놓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신체형 실외 놀이가 대세를 이루는 시간이 올까?

 

아이들은 집을 나서면 어디에 가서 놀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학습시간이 매우 긴 편이어서 학교나 학원 근처에서 잠시 시간을 내는 실내형 놀이, 소위 ‘방’에서 논다.

 

서로 친해지는 공간, 노래방
  서로 말문을 트기 위해서 혹은 더 친하게 어울리고 싶어서 곧잘 가는 곳이다. 아이들에게는 보통 1시간 4인 방 1개에 8천 원, 1명을 추가하면
2천 원씩 더 받고, 보너스 1~2시간을 준다. 그러니까 1만 원으로 5명이 2~3시간 동안 놀 수 있다. 사람 수가 적으면 코인 노래방에 혼자 혹은 두세 명이 들어가서 1천 원을 주고 3~5곡 정도 부를 수 있다.
  아이들은 인기차트에 나오는 노래를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부른다. 이때 각자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이해하는 기회를 얻는다. 노래를 부르다 목이 마르면 음료수나 물을 마시는데, 더러 학생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뻥튀기를 주는 곳도 있다.
  아이들이 많이 가는 곳에는 어른들이 노래 도우미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 술이 나오는 가라오케, 혹은 술집과 노래방을 겸한 노래타운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비교적 서로 분리가 잘 되는 편이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 18세 이하이거나 고교 재학생은 밤 10시 이후 출입을 할 수 없고 담배나 술을 먹거나 팔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더러 남녀가 섞여 들어가서 불량한 성인흉내를 내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건전하게 노래를 즐기는 편이다.

 

아이들의 카페, PC방
  최신식 사양의 컴퓨터, 저렴한 가격, 각종 편의시설 그리고 멋진 실내시설 때문에 매년 진화를 거듭하는 아이들의 카페다. 노래방과 달리, 돈가스, 볶음밥, 햄버거, 라면, 치즈핫떡볶기, 매콤라볶기, 덮밥류, 핫도그, 만두, 탕수육, 칵테일맥주 등 아이들을 위한 먹거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이들은 안락한 의자에 기대서 저녁도 해결하면서 게임도 즐긴다. 저녁 시간이나 학원의 공강 시간을 이용해서 잠시 놀기엔 더없이 편리하고 쾌적한 장소다. 게다가 1시간에
1천 원이고 음식값도 1~3천 원이니 부담도 적다.
  아이들은 PC방에 가면 무얼 할까? 거의 전부 게임을 하고, 더러 영화를 보기도 하고(야한 영화도 보긴 한다. 집보다는 속도가 엄청 빠르고 엄마가 없어서 덜 부담스럽다^^), 웹서핑도 하고, 과제를 한다. 요즘 인기 게임 1위는 AOS 장르에 속하는 리그오브레전드(LoL), 2위는 FPS 게임인 오버워치인데 둘 다 전투게임이다. 손님들은 대개 10대에서 20대지만 옛날과 달리 여자애들도 30% 정도를 차지한다. 게다가 피시존(커플룸)이 잘 되어 있어서 사생활 보호라는 면에서 호평을 받기도 한다.
PC방에도 게임중독이나 탈선의 위험이 있지만, 그 비율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비율의 수준이어서 크게 염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한때 콜라텍(1인 입장 2천 원 음료 1천 원)이 유행했지만 PC방에 밀리는 이유는 가격, 시설, 편리성, 인기 등 모든 면에서 PC방이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다만 청소년은 저녁 10시까지 이용해야 하지만, 가끔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흠이긴 하다.

 

최근 인기 장소, 파티룸
  10여 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생축(생일축하), 파자마 파티, 반창회, 동아리 모임, 오락, 추억 만들기를 하는 공간이다. 커다란 공간에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싱크대, 응접세트, 보드게임(할리갈리, 루미큐브, 다빈치코드 등) 도구, TV, 침대가 있고, 노래방, 음악룸 같은 부속방도 있다. 대학생들이 먼저 사용했지만, 청소년들도 뒤따라 사용하는 추세다. 아이들은 여기서 장을 봐와서 직접 음식을 해 먹거나 음식배달을 시키기도 하고, 화이트칼라의 예쁜 벽지와 상큼한 조명을 포토존 삼아서 먹방도 찍고 오락도 하고 게임도 하고 수다도 떤다. 가격은 7~8만 원 선인데, 1박을 하기도 하지만 대개 저녁 시간만 이용할 때가 많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은 주로 방에서 논다. 집과 학교와 학원을 순례하는 틈새에서 찾아낸 것은 방일지도 모른다. 호모사피엔스이기보다는 호모루덴스에 가까운 아이들이 방을 벗어나서 파란 잔디밭에 반짝이는 자전거를 뉘어놓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신체형 실외 놀이가 대세를 이루는 시간이 올까? 어른들이 도와주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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