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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경남 행복마을학교 아이들도 마을 주민들도 배움으로 하나 되다

글_ 편집실

 

업사이클링 교실에서 직접 재활용해 만든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대진초 아이들

 

“삶을 배웁니다.” 
경남 창원 행복마을학교가 지난 4월 말 문을 열었다. 지역 공동체인 ‘마을’에서 ‘배움’이 일어난다는 의미를 담아 행복마을학교라 이름 지어진 곳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을 주민들과 한데 어울려 배우고 소통하며 ‘더불어 사는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빵교실

초벌 그릇에 그림을 그리는 도예교실 모습


  평일 오전 9시 반이 되자 옹기종기 모여드는 아이들. 지난 6월 21일에는 김해 대진초 전교생 67명이 행복마을학교를 찾았다. 학생들 작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1·2층 복도를 따라 아이들은 목공·도예·요리 등 8개 교실로 흩어졌다.

 

모두가 함께 배우는 마을학교
  “허니 마들렌은 냄새도 달콤해요. 조금 전 오븐에 빵을 넣었어요.”
  제빵교실에 참여한 민수(대진초 5학년)는 빵 만들기가 재밌는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반죽기로 유기농 밀가루를 반죽한 일도 신기하고, 틀에 넣어 예쁘게 만든 빵 모양도 만족스럽단다. 데크오븐과 버티컬 믹서, 생크림 믹서기와 각종 제빵도구들도 민수에겐 즐거운 ‘구경거리’이다.
  같은 시간, 또 다른 교실에서는 도예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초벌로 구운 그릇에 아이들은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 넣느라 분주해 보였다. 성우(대진초 2학년)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렸다며 “힘이 쎈 고질라”라고 연신 자랑이다. 이렇게 만든 그릇은 유약을 발라 교실 옆 가마실로 옮기고, 마을 선생님이 직접 구워 완성하게 된다. 물레와 성형실, 석고 캐스팅실부터 최신 가마실까지 최대 15명이 실습할 수 있도록 갖춘 점이 눈길을 끈다.
  오후 2시가 되자 이번에는 지역주민들이 마을학교를 찾았다. 드릴링 머신과 CNC조각기 등을 이용해 목재 서랍을 만들고 있는 목공교실. 인근에 사는 박수현(44) 씨는 “집사람 권유로 시작했다. 목공도 배우고 동네 주민도 알 겸 해서 왔다.”며 앞으로 목공 일로 창업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올해 은퇴한 이정배(60) 씨는 “혼자 식사를 할 일이 많은데, 요리를 배우면 좋을 것 같아 왔다.”며 “칼질이 가장 힘들다. ‘적당히’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처음에는 마을학교에 대한 주민들 반대가 심했어요. 체육관이나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와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지요. 하지만 지금은 마을 분들이 더 좋아하세요. 학생 수가 줄어들던 옛 구도심에 모두가 함께 배우고 어울리는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죠.”
박경화 행복마을학교 담당교사의 말이다.

 

현관 앞 이정표. 각 층을 나눠 쓰며 교육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운영하는 커피·음료교실

적정기술교실에서 코딩을 배우는 아이들

 

폐교 리모델링으로 구도심 활기 
  현재 행복마을학교가 들어선 곳은 옛 마산 구암중학교 건물이다. 학생 수가 1,600여 명에 이르던 이곳은 지난해 신입생이 61명으로 줄자 인근 구암여중과 통·폐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폐교 활동을 논의하던 경남도교육청은 학생과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행복한 교육 공동체학교를 제안했고, 지금은 1, 2층에 행복마을학교를, 3층에는 예술교육 위탁과정을 운영하는 창원예술학교와 1년 위탁과정으로 운영되는 ‘자유학년제 고등학교’인 창원자유학교가 들어서 있다. 옛 구암중 체육관을 중축한 독서문화공간 ‘지혜의 바다’는 마을학교보다 며칠 앞서 문을 열고 지역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김성준 행복마을학교 교사는 “옛 구암중이 모교다. 통·폐합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구도심이 마을학교를 통해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며 “폐교가 늘고 있는데, 이곳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개관 2년 전부터 발로 뛰며 찾아다녔다.”는 마을교사는 행복마을학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그 분야 기술을 지니고 실제 창업을 했던 마을주민 15명이 아이들의 ‘길잡이’이자 ‘코디네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마을주민들이 마을학교에서 배워 자격증을 취득하면 보조교사로 채용해 ‘배움의 선순환’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커피·음료교실에서 바리스타 3급 자격증을 준비 중인 김예지(46) 씨는 “신랑이 커피를 좋아해 배우게 됐다. 아이들도 좋아하다 보니 마을학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진로 탐색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체험을 통해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감과 힐링을 느끼고 있지요. 자신을 알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마을교사들의 하나된 말이다.

 

 

주말 배움터와 평일 저녁 기본·심화과정 운영
  적정기술과 상상경제 교실은 행복마을학교만의 특색 있는 공간이다. 3D프린터, 레이저 커터기, 용접기 등이 갖춰진 적정기술 교실은 프로젝트형 수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곳으로 태양열 오븐을 만들거나 비주얼코딩과 사물인터넷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상상경제 교실에서는 모의창업 활동으로 청소년 창업과 1인 창업, 마을기업 등에 대한 사회적 경제학습과 지원이 이뤄진다.
  주말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해보는 토요 학생자치배움터도 열린다. 얼마 전에는 70~80명의 아이들과 청소년 대토론회를 열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친구들끼리 그룹핑 해 여러 활동을 모색했다. 노래와 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도서벽지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촬영과 공연을 기획했다. 이러한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진교육 등 각종 지원을 마을학교가 준비 중에 있다. 박경화 교사는 “앞으로는 재미난 프로젝트를 제안하려 한다. 촌놈의 서울 구경하기, 메이킹 아이돌과 같이 아이들이 관심 있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신청자도 받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저녁시간을 활용한 중·고생 대상 심화과정도 여타와 차별화된 특색프로그램이다. 일회성 체험에서 벗어나 더 배우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마을학교는 평일 늦게까지 문을 열었다. 생활 프로젝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방과 후에 한 달 단위로 배우는 기초·기본 성격의 프로젝트라면, 꾼 프로젝트는 학생과 마을교사가 협력해 1인 1전문 기술을 키우는 심화형 장기프로젝트다.
  현재 마을학교 체험교실은 댄스·연극, 업사이클링, 직조실, 마을방송국 등 총 10개. 20여 분 동안 아이들은 실습 도구 사용을 위한 안전교육을 꼼꼼히 받고, 2시간 정도 한 과정을 체험한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경남지역 학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데, 지역주민들은 매주 2회 화, 목요일 오후 시간에 참여 가능하다.
  오는 7월까지 체험 신청자 수는 6,200여 명. 올 상반기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될 정도로 지역 내 호응이 높다. 전인탁 대진초 교사는 “아이들이 좋아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전교생 모두를 데리고 왔다.”고 말한다.

마을주민이 배우는 목공교실

 


 Interview    “협동조합학교는 행복마을학교의 미래입니다”


박경화
행복마을학교 교사

박경화 교사는 행복마을학교 건립의 1등 공신이다. 2010년 대안학교인 태봉고 교사로 근무할 때 만든 작업장학교는 지금 행복마을학교의 모태이다. 아이들은 약 109㎡ 규모의 이곳 작업장에서 20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거운 경험을 쌓았다. 이후 교실 한 칸 한 칸을 작업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몇 년 뒤 행복마을학교에서 실현됐다. 
 Q   행복마을학교를 설립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아이들은 직접 만드는 과정을 통해 몰입을 경험하고 즐거움을 느낀다. 이를 통해 스스로 즐거워하는 일을 찾고,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게 된다. 협력도 재능이다.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Q    폐교 리모델링 우수 모델로 꼽히는데.
옛 건물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면 적은 예산으로도 폐교 활용이 가능하다.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 실습 기기를 제외하면 디자인은 ‘재생’에 포인트를 뒀다. 현관은 아이들을 위한 전시관이다. 지금은 김두루 학생이 인도네시아 여행을 다녀온 후 그린 그림과 어릴 적 물건들을 모아 <잡화전>을 열었다. 다음 학생은 타투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Q   앞으로 계획은. 
협동조합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영국에는 사례가 있지만, 아직까지 경남에는 없다. 협동조합학교가 되면 학교 안 목공 동아리가 목공 회사가 되고, 제빵 동아리가 제빵 회사가 된다. 각각의 협동조합은 마을사람들과 아이들이 함께 운영해 나가는 형태다. 앞으로 행복마을학교의 중·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