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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호진 연양초 교사의 초등 진로 나를 알고 너를 알고 우리들의 꿈 찾아볼까?

글_ 편집실

 

어느 날 한 아이가 꿈이 없다며 진로희망에 ‘X’표를 했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아이에게 다가가 ‘X’표를 ‘?’표로 바꿔주었다. “꿈이 없는 게 아니란다. 네가 아직 네 꿈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야.” 세종 연양초 공호진 교사는 아이들의 물음표는 무궁무진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꿈은 모두가 다르며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틀려도 괜찮아, 우린 서로 다르니까! 나 보다 너, 너 보다 우리” 큰 소리로 외친 아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우리들의 꿈을 찾아가고 있었다.

 

 

1. 3. ‘도화지 위의 내 꿈’을 들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

 

 

  “아이들 꿈이 매번 바뀌는데⋯ 초등학생도 진로교육이 필요한가요?”

 
  어린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초등 진로수업에 대해 이렇게 묻곤 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야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여기고 탐색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호진(32) 세종 연양초 교사는 그 때마다 “진로와 직업은 동일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진로탐색을 직업선택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때는 자신에 대해 알고 탐색해 가는 과정으로서 진로지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지요. 초등 진로지도는 꾸준하게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 교사의 진로체험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연간 촘촘한 계획의 연장선에서 진로체험이 이뤄지고 아이들에 대한 충분한 상담과 지도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최한 ‘지역 맞춤형 진로체험 프로그램 우수사례’ 대상 수상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지난 3월 13일 공 교사의 학기 초 진로수업 시간을 들여다봤다. 

 

2. 진로지도는 생활 속에서 스민다는 공 교사

 

 

학기 초, 아이들 관심과 흥미 알아보기
  5학년 나래반. 아이들 책상 위에는 저마다 꿈이 적힌 하얀 도화지가 놓였다. 지난 시간, 직업세계를 탐색해 보고 그린 꿈 그림글자다. 상상력이 더해진 글자 위로 의사, 건축가, 제빵사, 운동선수, 가수 등 다채로운 직업이 돋보인다. 직업탐색을 통해 하고 싶은 꿈은 더 많고 더 다양해졌다. 


  지원이의 꿈은 의사였다. 공 교사는 지원이의 그림글자 소개영상을 촬영해 수업시간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2만 5천여 명의 아프리카 친구들은 병원을 못 간다. 병원도 만들고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는 지원이의 바람에 아이들은 귀를 기울였다.


  학생들은 지난 시간 진로흥미를 탐색해 보는 아로주니어검사에 참여했다. 그 결과지를 받은 날, 각 유형을 확인하며 자기 꿈과 대조해 보는 아이들. 이 때, 공 교사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무지개 이야기」를 함께 낭독했다. 서로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싸움이 일어난 색깔들이 화합해 무지개로 더 아름다워졌다는 줄거리다. “각 유형이 자신의 꿈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관심과 흥미 분야를 알아보는 수단이라는 의미”라고 공 교사는 설명한다.


  이후 I(탐구형), S(사회형), E(진취형), C(관습형) 유형별로 그룹을 지어 앉은 학생들은 유형에 맞는 특징과 직업을 함께 정리했다. 건축사 꿈을 꾸던 재윤이는 이번 검사를 통해 사이버 범죄수사관이란 새 꿈을 하나 더 추가했다. ‘친구 돕는 걸 좋아한다’는 S유형 특징을 적으면서 또 다른 직업의 매력에 빠진 것. “나뿐 아니라 내 친구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다.”며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교과와 연계한 진로체험… ‘생태야 놀자’ 프로젝트
  담임반 아이들을 ‘꿈두레’로 지칭하는 공 교사는 올해 8기 아이들과 만났다. 소중하고 예쁜 꿈을 키워가는 공동체로 만들어간다는 평소 바람이 그 속에 담겨 있다.


  2015년 진로교육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그는 보다 체계적으로 진로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6학년 아이들과 진행한 ‘생태야 놀자’ 프로젝트는 지역 자원을 교과와 연계해 개발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이다.


  “교실 속 배움을 시작으로 교실 밖에서도 무언가를 깨닫고 느끼며 경험하는 기회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현장체험학습과 연계해 다녀오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요.”


  공 교사는 학기 시작 전 교내 교사학습공동체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며 진로체험을 교과와 연계하고, 연간 진로지도와의 연속선상에 놓는다. 이벤트성 체험을 지양하고 교과와 지속적인 연장선으로 경험이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 그는 과학교과 분석 후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운영 중인 ‘생태학자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실질적인 생태 모습을 탐색하고, 직업에 대한 이해와 연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2학기 과학 생물 단원과 해캄과 짚신벌레를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는 학습을 사전 체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과학 교과과정 2단원 생물과 환경, 3단원 렌즈의 이용 단원 내용을 재구성 하고, 생태원을 방문해 현미경에 대한 내용을 학습하도록 했다. 2학기 학습과 이어질 수 있도록 6월로 시기를 조정하고, 사전·사후 활동으로 QR코드를 활용한 에코리움, 생태체험관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활동도 이어갔다.


  특히, 공 교사는 사후 활동을 직업 계획해 학습지를 만들고 △생태로고 만들기, △생태복원 계획 세우고 포스터 만들기,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기억하는 파우치, 에코백 만들기 등의 활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미술활동과 융합도 꾀했다.


  이를 통해 평소 즐겁고 기쁘다는 표현을 안 하던 아이가 “동물들을 볼 때 사막여우, 펭귄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와 같은 말을 하게 됐다. 또 다른 친구는 “생태학자가 관심 있어지고 내 세 번째 꿈 목록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이러한 변화들은 진로체험 이후 생겨났다.

 

4. 국립생태원 연못과 늪지에서 채집키트를 사용한 ‘물 속 보물찾기’

 

5. 보호동물 저어새 파우치 만들기 ‘나도 생태 디자이너’

 

6. 생물 채집 후 실험실에서 광학현미경 관찰

 

 

생활 속에서 배우는 꿈 날개 달기
  무엇보다, 평소 꾸준히 해 온 진로지도는 진로체험의 효과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는 학기 초마다 LCSI검사를 통해 아이의 성격을 알아보고, 커리어넷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로주니어검사와 홀랜드검사를 활용해 진로흥미검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진로가 단순히 직업이 아닌 나의 관심과 특성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직업을 소개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닮고 싶고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1·2유형 직업에 소개되면 스스로 뿌듯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설사 유형과 자신의 꿈이 달라도 “일치 여부보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알아보는 수단”이라는 점을 공 교사는 잊지 않고 강조한다.


  특히, 올해는 꿈 날개 달기 프로젝트를 학기 초부터 시작했다. 3월 포스트잇에 자신이 되고 싶은 꿈, 닮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유와 그것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도화지 위에 내 꿈’이라는 활동으로 진행했다. 이 후 아이들은 자신이 꿈꾸는 것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과정을 거치며 친구들 앞에서 공언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1년을 마치는 학기말에는 친구들과 학기 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이 자신이 무언가를 꿈꾼다는 것은 소중하고, 다른 친구들도 이런 고민을 한다는 동질감이 형성되면서 더 끈끈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지요.”


  공 교사는 최근 크리에이터, BJ 등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 방송매체와 관련된 꿈을 접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성북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에서 운영한 ‘꿈넘꿈 프로젝트’의 <54초 영화제>를 교실에 도입하기로 한 것. 진로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영화치료 프로그램 논문 준비로 교사로서 그의 꿈도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7. 진로흥미검사 결과에 따라 유형별로 모인 아이들이 만든 ‘직업 나무’

 

 


8. 꿈두레 7기 아이들과 함께한 ‘생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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