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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왕선초등학교 ‘드라마 교육’ 놀이가 ‘배움’이 되는 연극놀이 온몸으로 표현하며 끼 발산

희극과 연극을 의미하는 드라마(Drama)로 세상을 배운다. 대구왕선초등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한 ‘드라마 교육’으로 즐거운 배움을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은 극중 인물을 통해 ‘나’를 만나고,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끼를 발산한다.

 

 

  “몸짓으로 자신의 꿈을 표현해 보세요.”
  지난 6월 13일 대구왕선초등학교(교장 이경숙)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뮤지컬 동아리 학생 20여 명이 예술강사의 말에 다양한 몸짓을 선보인다. 교실 바닥에 놓인 색색의 천들은 아이들의 표현을 도울 도구들이다. 4~5명이 한 조가 되어 5분간 열띤 논의를 주고받더니 그럴싸한 꿈 몸짓을 연출한다.
  수갑처럼 두 손을 천으로 묶어 표현한 ‘경찰관’, 푸른 천을 드레스처럼 몸에 둘러 ‘모델’을 따라하기도 한다. 5명이 한 명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착석하며 판사, 변호사, 검사, 피고인, 피해자를 표현한 남학생 모둠의 표현 활동은 가장 많은 오답을 배출한 난제로 꼽혔다.
  이선영 교육과정기획 부장교사는 “뮤지컬 대본 연습 전에 어색함을 떨치는 시간이다. 보면 다들 표정이 밝다. 학생들은 공 튕기기, 몸짓 표현하기 등으로 서로 서먹한 분위기를 깨고 연습에 임한다.”며 “극단 배우인 예술강사와 교사의 협력수업으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5~6학년은 희망학생들이 모여 뮤지컬을 배운다면, 1~4학년은 학급별로 연극놀이에 참여한다. 매주 2차시 블록타임으로 학급 시간표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는데, 아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연극놀이 3년째… 표정이 밝아진 아이들
  그 시각, 2학년 2반 교실 문을 열자 모두들 왁자지껄 떠들썩하다. 책상을 모두 복도에 내놓고 둥글게 둘러 앉아 연극놀이에 한창이다.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 담임교사가 “레디! 액션~”을 외치자 채연이가 일어나 환한 얼굴로 팔짝팔짝 뛴다.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신나는 마음”이라고 답하자 이어 또 다른 아이가 ‘즐거운 마음’, ‘화난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도 이 시간만큼은 친구들을 따라 몸짓을 지으며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평소 말도 잘 안 하는 아이가 친구들과 맘껏 웃고 신나게 몸을 움직인다.”는 이선영 부장교사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학생들조차도 연극 시간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없을 정도”라고 덧붙인다.
  대구왕선초는 3년 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드라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소양교육으로 독서, 한자, 인문토론을 진행하면서 연극을 접목해 재미를 불어 넣었다. 이경숙 교장은 7년 전부터 교육연극을 학교현장에 도입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교장으로 처음 부임한 학교는 교육복지가 필요한 학생이 다수였습니다. 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소외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 명의 낙오자나 구경꾼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교육을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 발견한 교육이 연극놀이이고 드라마 교육입니다. 연극놀이 후 아이들의 표정은 밝아졌고, 학교는 더없이 즐거워졌습니다. 그때 경험을 토대로 현재 교육과정과 연극놀이를 긴밀하게 연계하면서 정착시켜나가고 있습니다.”

 

1~4학년은 학급별로 연극놀이에 참여한다.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2학년2반 아이들

 

대본 연습 중인 5~6학년 뮤지컬 동아리

 

모두를 위한 ‘구경꾼 없는 교육’으로
  교과활동 시간에는 관련 교과와 연계해 연극놀이를 수업시간에 도입하고, 진로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형극 관람, 뮤지컬 배우와의 만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전 교사가 연극연수를 받고, 달성군청 지원으로 예술교육협회나 콩나물 극단 전문 예술강사와 함께 아이들을 지도한다. 연말에는 인문학 기반의 연극놀이를 주제로 한 주간 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인문학 이야기를 희곡으로 바꿔쓰기(국어), 창작 희곡으로 연속 만화 만들기(미술) 등의 활동은 놀이를 ‘배움’으로 이끈다.
  재능자랑 발표회인 ‘거리 버스킹’과 학예발표회인 ‘왕선 예술제’는 아이들이 맘껏 재능을 펼칠 무대다. 유쾌한 학교생활을 보여주는 ‘왕선 막내 1학년 생활’과 꿈을 찾는 여정을 그린 ‘Our dreams’에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난해 처음 열린 대구교육연극축제에서는 인근 학교 학생들과 학생극단으로 시험 점수에 집착하는 학생들의 현실을 그린 ‘No, No!’ 공연을 했다. 올해도 창체 동아리 ‘뮤지컬로 찾아가는 나의 꿈’ 부에서 ‘마법처럼’ 공연을 종합 예술제와 지역주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 교장은 말한다.
  “교육연극은 재미있고 신나는 활동입니다. 온몸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지요. 종합예술인 드라마를 통해 창의성과 인성도 자연스럽게 길러지고 있습니다.”

 

 

이경숙 교장이 전하는 드라마 교육 노하우! Tip

체험을 통한 과정중심의 연극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완벽한 공연예술작품을 만드는 일보다 체험을 통한 과정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드라마 교육이 연극놀이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높이고 몸짓, 목소리로 에너지를 맘껏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이 서툰 아이는 기다려준다
유달리 소극적이고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은 스스로 마음을 열고 참여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대신 좀 더 빨리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작은 발전도 칭찬해 주고, 혼자보다는 친구나 모둠과 어울려 표현할 수 있도록 스캐폴딩(Scaffolding, 학습자에게 적절한 인지적 도움과 안내를 제공해 학습을 촉진시키는 전략)을 제공한다.

Step by Step!
처음부터 대본과 상황을 주고 연극을 해보라 하면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학생들이 드라마 교육에 참여하기까지 마음을 열고, 사소한 감정표현, 상황표현 등을 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차근차근 안내해야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를 성공적으로 꾸밀 수 있다.
학급·학년·학교단위 발표회를 계획하라
학급, 학년, 학교 단위의 발표회를 계획
하면 학생들은 재미를 넘어 더 큰 성취감
을 느낄 수 있다.

친구가 가장 좋은 예시로!
교사가 예시를 보여주는 건 활동의 처음단계에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와 닿는 예시는 친구들의 모습이다. 교사는 표현 활동을 잘하는 학생의 모습을 발견하면 칭찬하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다시 표현하도록 해 서로 배우며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사연수는 필수!
드라마 교육에서 가장 힘든 점은 표현 활동에 어려움을 갖는 소극적인 학생들이다. 이러한 학생들을 잘 끌어안고 가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다양성, 창의성, 엉뚱함을 잘 포용해줘야 한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참여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사전에 교사 대상 연수를 반드시 실시하고, 프로그램 계획 시 교사의 희망을 반영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행복놀이 : 행복놀이는 친구와 함께하는 놀이를 통해 배움이 ‘놀이’처럼 즐겁게 여겨지는 대구왕선초의 교육과정을 말한다. 연극놀이 또한 행복놀이의 일환으로, 행복놀이는 주로 4개 영역(들머리, 탐구, 게임, 연극)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놀이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학교는 매주 2회 블록타임으로 놀이교육 시간을 확보하고, 교구·게임 등을 비치한 놀이교실인 ‘놀이마루’ 등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나도 창체스타!

 

   

       

서로 마음을 열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 활동.
공 튕기기, 몸짓으로 꿈 표현하기

 

 

“극중 인물이 바로 나”
6학년 김민영(13) 양은 지난해 이어 올 연말 또다시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극 중 인물이 되어 그 삶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감정을 맘껏 발산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꿈을 키우는 인물이 엄마의 반대를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은 자신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고 했다.
“극 중 인물의 마음이 크게 와 닿았어요. 저도 고민을 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지만 부모님은 다른 일이 더 좋다고 하시거든요. 어떨 땐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이 드는데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교우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돕는 역할이다. 일기에 쓰면 그대로 실현되는 마법의 샤프심을 친구에게 전하는 전학생으로, 주인공은 전학생의 도움을 받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김 양은 “반에서도 극 중 인물인 전학생처럼 생활하면 좋겠다.”며 “힘들고 어려운 친구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다.

 

 


“무대 위 자신감이 생겼어요!”
“무대에 설 때 자신감이 생겼어요. 친구들과 대본을 리딩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역할을 정할 때 다양한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6학년 이서윤(13) 양은 올해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 극 중 주인공 언니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 수연이는 평소 불평불만이 많아 친구들이 싫어하는 아이다. 수연의 언니는 동생이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따뜻한 조언을 하며 곁을 지켜준다.
“언니와 자주 다투면서 가끔 미워도 했어요. 그런데 주인공 언니 역할을 하면서 언니의 기분은 어땠을까 생각하게 돼요. 마음을 이해하고 나니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윤이의 꿈은 개그우먼이다. 아이들을 재미있게 만들지만 사람들 앞에 설 때는 주눅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뮤지컬 무대는 그런 서윤이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자기 말을 다하는 좋은 연습 기회가 되고 있다. “대사가 많이 없어도 좋다. 배우면서 즐겁다.”는 서윤이는 “앞으로도 무대에 꼭 서고 싶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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