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항공우주공학자 임석희_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 “우주의 ‘ㅇ’만큼의 애정만 있으면 됩니다”

글 _ 양지선 기자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우주를 품지 않았을까? 학창 시절 과학 상상화 그리기 시간을 떠올려보면 로켓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것이 단골 소재였다. 항공우주공학자는 이처럼 우리가 상상했던 일들을 실현하기 위해 항공기, 우주선, 로켓, 인공위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하 항우연)의 임석희 책임연구원은 어릴 적 꿈을 잃지 않고 이어와 현재 미래발사체연구단에서 발사체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누리호 발사로 우주산업에 관심이 쏠리는 지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그를 만나기 위해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항우연을 찾았다.



기사 이미지



  지난해 10월 21일, 우리 모두의 눈은 하늘, 아니 우주로 향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첫 번째 시험비행을 완료한 것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우주라는 무한한 시장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됐음을 입증했다.


  누리호 개발을 책임지는 항우연은 국가 항공우주 전문연구기관이다. 미래발사체연구단 소속 임석희 책임연구원은 이곳에서 한국 최초 액체추진 로켓인 과학로켓 3호부터 나로호, 누리호 개발을 함께 해왔다. 이제는 누리호 이후를 바라보며 발사 서비스를 통한 민간의 우주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로켓에 흠뻑 빠져있던 임석희 책임연구원은 꿈을 잃지 않고 이어온 끝에 항우연의 다섯 번째 여성연구원으로 입사했고, 발사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팀 내 유일한 여성이다. 그는 학부 시절 화학공학과에 진학한 110명의 동기 중 홀로 여성, 러시아 유학길에 올라 바우만공대 로켓엔진학과 석사과정에서도 홀로 여성이었다. ‘홀로, 유일한’이란 수식어가 익숙했던 그는 소수자로서 우주만큼이나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편견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학생들을 위한 진로 상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그는 “어릴 적 진로에 관해 상담하거나 물어볼 창구가 없었던 게 아쉬웠다.”라며 “내가 겪어온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우주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고, 한 번 꽂힌 것에 치열하게 파고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남겼다.



나로호 1차 비행시험 당시  발사지휘센터(MDC)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우주센터 내의 현황을 방송을  통해 공지하고 있는 임석희  책임연구원나로호 1차 비행시험 당시 발사지휘센터(MDC)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우주센터 내의 현황을 방송을 통해 공지하고 있는 임석희 책임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로켓엔진부품인 연소기를  3D프린팅으로 만들어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이 연소기는 메탄엔진으로  향후 재사용 발사체의  기초기술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로켓엔진부품인 연소기를 3D프린팅으로 만들어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이 연소기는 메탄엔진으로 향후 재사용 발사체의 기초기술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다음은 임 책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하나,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한다면?_____

  항우연에서는 항공, 위성, 우주발사체 연구를 진행하는데, 그중에서도 발사체 분야 연구를 맡고 있다. 현재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소형 로켓 개발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위성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이에 맞춰 소형 로켓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더욱 성능이 좋고, 가볍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로켓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우리 부서(미래발사체연구단)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협력해 금속 3D프린팅으로 우주발사체 추진제 탱크 제작기술을 개발했는데, 한국기계기술단체총연합회 선정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 오르기도 했다. 



둘,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_____

  어렸을 때부터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집에 아주 두꺼운 백과사전이 있었는데, 미래에는 우주선이 교통수단이 될 거라는 내용이 짤막하게 있었다. 유독 그 부분만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몇 번이고 봤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지구과학 첫 시간에 선생님이 태양계를 칠판에 그려주셨는데, 아직도 그 그림이 생생하다. 칠판 밖으로 넘어가 복도까지 가도 태양계를 다 그릴 수 없었는데, 이 거대한 우주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우주로 갈 수 있는 로켓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 원서를 쓸 때는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천문우주학과에 가면 앞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다(웃음). 부모님의 반대로 화학공학과를 가게 됐지만, 마침 학교에 로켓동아리가 있어서 덕분에 그곳에서 모든 꿈을 펼칠 수 있었다. 로켓 모형의 소재를 정해 직접 납땜질을 하며 엔진도 만들었다. 처음으로 제작한 로켓이 발사에 성공했을 때, 그 순간의 기억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셋, 여성이 드문 분야에서 겪었던 어려움도 있었나?_____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직이 안 되기도 했다. 항우연 입사 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럴 만한 것이 발사체 분야에서 첫 여성연구원이었다. 처음이었기에 부담도 컸다. 이후에 후배들 중 여성이 뽑혔을 때, ‘내가 최소한의 할 도리는 했구나’라는 생각에 안심했다.


  소수여서 겪는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입사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여성연구원 비율은 10%가 채 안 된다. 발사체 분야는 타 분야보다도 더 보수적이다. 최근 항우연 설립 30년 만에 여성협의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개인적인 목표는 여성협의회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여성연구원들끼리 모이면 ‘힘들어도 꼭 살아남자’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오래 일을 하는 여성 선배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넷, 항공우주 관련 직업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가?_____

  우주의 ‘ㅇ’만큼의 애정만 있으면 누구나 우주산업에 도전할 수 있다. 이제는 어떤 한 국가가 우주개발을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라, 다 함께 힘을 합쳐 달에 가서 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구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우주 공간에서도 필요하게 될 거다. 꼭 현재 우주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재능을 발현해 우주와 연결 짓기만 하면 된다. 우주에서 입을 옷, 먹을 음식, 살 공간 등 모든 것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우주산업 시대가 새롭게 열리면, 그와 관련된 일자리도 무궁무진해진다.



다섯, 앞으로 계획은?_____

  발사 서비스가 시작되면 발사체와 위성, 위성에서 받은 데이터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이 한 세트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위성을 통해 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거나 농작물이 잘 자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지구를 관측해 모은 데이터를 활용한 앱이 만들어지면 또 다른 산업이 펼쳐지게 된다. 이러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현재 포부다. 


  이와 관련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KARI아카데미 항공우주교육센터가 최근 생겼다. 과거에는 소수의 나라에서 국가 차원 연구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민간이 우주로 진출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KARI아카데미는 그동안의 항공우주 연구 개발 관련 노하우를 민간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미래 진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_____

  먼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훈련이 필요하다. 유학 생활 때부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매일 빠짐없이 일기를 썼는데,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진짜 원하는 것들이 나타나곤 한다. 연습장을 펼쳐놓고 한쪽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 한쪽에는 싫어하는 것들을 쭉 적어보자. 형용사, 명사, 동사 등 어떤 표현이든 상관없다. 다 적고 나면 공통점이 보인다. 거기서부터 진로를 찾아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영화 <스테이션7>을 추천하고 싶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대화도 나누며 재밌고 신나는 일들을 많이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2007년부터 독서 모임인 ‘백북스’에 참여했는데,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꼭 우주나 로켓과 관련된 분야가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새롭고 재밌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그게 생산적인 방향이었으면 좋겠다. 만약 게임을 해서 즐겁다면, 단순히 즐기는 것에 끝나지 말고 내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는 것처럼 말이다. 




TIP BOX


기사 이미지

TIP. 1 ______준비 과정

  항공우주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항공우주공학을 비롯해 기계공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등 다양한 과학 기술을 공부해야 한다. 외국에서 이미 앞서나간 기술을 공부하기 위해 해외 유학을 하기도 한다. 보통 석·박사 과정까지 마친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회사(KAI),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에서 연구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항공기 제작 회사, 헬리콥터 개발 업체, 전자 부품 업체 등의 일반 기업이나 관련 대학의 연구직으로 일할 수 있다. 


TIP. 2 ______적성 및 흥미

  새롭고 신비한 것을 좋아하고 탐구하려는 정신, 창의성 등이 바탕이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수리 논리력, 분석력, 판단력도 요구된다. 항공우주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어 새로운 기술 습득을 위해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수학, 물리학, 화학 과목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 기술에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기계나 전기, 전자와 같은 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고, 천문학이나 기상학 분야에도 흥미를 느낀다면 더욱 적합하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