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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전문상담사 한우서_서울스마트쉼센터 수석상담사 ‘스마트폰 압수’ 대신 소통·공감이 필요

글 _ 양지선 기자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전문상담사는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과 관련된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문 상담을 실시하고 예방교육을 지원한다. 한우서 상담사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서울스마트쉼센터의 수석상담사로서 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서울스마트쉼센터에서 한 상담사를 만나 직업과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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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노 사피엔스란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를 뜻한다. 이제 여가뿐 아니라 학업, 업무까지 모든 일상생활이 인터넷으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가 일으킨 비대면 상황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더욱 앞당겼다.


  문제는 과의존이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과 재택근무가 일상화됐고, 이는 인터넷 이용시간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성인과 비교해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우서 서울스마트쉼센터 수석상담사는 이처럼 스마트폰·인터넷의 과다한 사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예방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한 상담사는 “흔히 ‘중독’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과의존’이라는 단어로 대체한다.”라며 “중독이 지닌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긍정성에 초점을 맞춰 건강한 사용 습관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9세에 다시 대학을 진학, 새롭게 진로를 찾으며 상담사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하다. 한 상담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흥미가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의 직업으로만 평생 살 수 없는 시대다. 앞으로는 ICT(정보통신기술)와 본인의 강점을 접목해 새로운 직종을 만드는 시대가 될 거라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한 상담사와의 일문일답.


하나,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전문상담사는 일반 심리상담사와 어떤 차이가 있나?

  일반 심리상담사로서의 주 업무인 상담·치유 이외에 예방 영역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학교, 기관, 시설에 전문 강사를 파견해 전 국민 대상 과의존 예방교육을 지원한다. 부모나 교직원 등 보호자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스마트폰·인터넷 사용에 관한 특강도 진행한다. 지자체나 기업 등 유관기관과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도 하고, 비대면 상황에 맞게 온라인 예방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스마트쉼센터에서는 학생들에게는 ICT 발달로 변화하는 미래 유망직업을 탐색할 기회도 제공한다. AI·코딩교육과 VR체험 등으로 적성을 파악해 진로를 설계하거나 신기술 관련 역량도 기를 수 있다. 이외에 원예, 승마, 숲 체험, 부모와 함께 하는 캠프 등 다양한 대안 활동을 통해 흥미를 확장하도록 돕기도 한다.


둘, 상담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상담 대상이 청소년인 경우 학부모가 먼저 연락해오거나, 아이가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해 신청하기도 한다. 간혹 자녀에게 말없이 신청하시는 학부모도 있는데,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으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므로 자녀와 먼저 상의해본 후 다시 연락해 주시라고 안내해 드린다. 


  상담은 성인일 경우에도 보호자와 함께 받는 것을 추천한다. 정보가 많을수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상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사용하고 있는 매체(게임, SNS, 유튜브 등)를 전반적으로 점검해보고, 부모와의 의사소통이나 학교생활, 또래관계 등에 대해 살펴본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모에게는 먼저 자녀 세대에게 게임과 SNS의 의미 등 스마트폰·인터넷 사용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자기조절력을 기르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함을 설명하고, 보호자가 지지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 자녀에게는 보호자가 호소하는 문제점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하고, 문제 원인을 파악해 상담의 방향성을 정한다. 구체적으로는 노력과 성공의 경험이 쌓여 긍정적인 자기상을 가지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관계·학습·진로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지지해 주는 과정을 반복한다. 


셋,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과 반대로 어려웠던 점은?

  담임선생님의 의뢰로 기관을 찾아왔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 게임 외에는 전혀 흥미가 없고, 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는 아이였다. 3년 정도 상담을 진행하면서 점점 자기 의견이 생기고, 진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고등학교에 진학 후 마지막 상담에서는 대학도 가고 싶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미래 계획을 얘기하더라. 이렇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워했던 아이가 점점 사고가 넓어지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 상담을 통해 보호자가 자녀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점점 관계가 좋아질 때도 보람을 느낀다.


  힘들 때는 치료에 대해 정형화된 매뉴얼이나 정답을 요구하실 때다. 상담을 몇 번 받아야 하는지,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등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인터넷을 차단하거나 스마트폰을 뺏는 등 극단적인 방법은 문제해결이 아니라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계기가 된다. 부모님마다 양육방식이 다르고,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니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건 위험하다. 개개인의 심리상담이라는 점을 인지하셨으면 한다.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은 겉으로 보이는 문제행동 중 하나일 뿐, 그 속에 숨겨진 다른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넷,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상담을 공부할 때 ‘자기인식’을 중요시한다.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지, 또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려워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하나의 직업만 가지고 평생 살 수 없을 거다. 나의 관심사와 ICT를 접목해 새로운 직종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도 미래 생존방식이라 생각한다. 



다섯, 전문상담사로서 미래 직업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지능정보사회에서 살아가는 디지털 세대에게는 ‘디지털 시민성’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 윤리의식, 디지털 공간에서 안전하게 상호작용하는 능력 등이 요구되는데, 이를 쉽게 가르치고 전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현재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데, 이에 적응하는 속도는 느려서 문제가 일어난다. 이러한 격차를 좁히는 데 전문상담사의 역할이 크다. 디지털 시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앞으로 계획은?

  스마트쉼센터에서 진행하는 예방교육, 가정방문 상담, 캠페인 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대중화되어서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예방과 해소의 대표 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싶다. 온라인 콘텐츠 개발도 그 일환 중 하나로, 올해 50여 종의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상담사 개인으로서는 많은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기보다는 한두 번을 만나더라도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는 상담사가 되고 싶다. ‘내가 힘들 때 이런 위로를 받았지’ 하고 생각났으면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아이들이 제 이름(한우서)을 보고 ‘한우’라고 놀리곤 한다. 그러면 “선생님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번져서 이름이 ‘우서(웃어)’”라고 정정한다. 이름처럼 잠시 스쳐 지나가더라도 미소가 지어지는 상담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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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BOX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전문상담사


TIP. 1 하는 일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내담자의 심리상태를 진단, 분석, 평가하고 그에 따른 예방교육과 개인·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상담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TIP. 2 준비 과정

상담심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고 일정 기간 수련을 거쳐야 한다. 대학에서 심리학, 교육학 및 아동학 등 관련 학문을 전공한 후 상담심리학 분야의 석사 및 박사학위 과정에 진학하면 유리하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상담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지식을 습득하거나, 상담 실무경력을 쌓아도 된다. 관련 국가자격증에는 청소년 상담사 1급·2급, 전문상담교사 1급·2급, 임상심리사 1급, 사회복지사 1급, 정신건강전문요원 1급·2급, 보건교육사 1급 등이 있다.


TIP. 3 적성 및 흥미

문제 및 원인 파악을 위한 분석력과 타인에 대한 포용력, 집중력 등이 요구된다.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관련 상담을 진행하게 되므로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며 ICT 등 신기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임상가이지만 관련 사업을 추진하거나 프로그램 기획 등 행정적인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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