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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자 이승택 놀공 대표 게임으로 사람과 세상을 움직이다

글 양지선 기자

게임 기획자는 게임용 소프트웨어 제작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감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전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게이미피케이션 등 게임의 긍정적 효과에 집중하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어 게임 기획자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체험형 교육 게임 ‘월페커즈’, ‘건축놀이사무소’를 만든 이승택 놀공 대표를 만나 게임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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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 금지”. 놀공을 소개하는 말이다. 진짜 재미있는 일을 한다면 노력이라는 말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게임과 교육을 결합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꿈을 꾸는 놀공은 노는 것처럼 재미있고 신나게 일하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이승택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20년간 게임 회사와 게임 학교를 설립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 2011년부터 놀공을 이끌고 있다. ‘빅게임(Big Game·현실에서 참가자들이 미션 수행 등을 하는 오프라인 게임)’ 위주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온 놀공은 통일교육에 활용 가능한 ‘월페커즈’, 학교공간혁신을 이해하는 ‘건축놀이사무소’ 등을 학교에 보급하기도 했다. 그는 “게임을 기획하려면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요소가 몰입감을 주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다음은 이승택 놀공 대표와의 일문일답.


하나, 게임 기획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첫 직장은 타임지였다. 미디어 디자이너로서 웹 콘텐츠를 맡아 작업했는데, 직장을 다니며 주말마다 친구와 카페에 모여 게임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곤 했다.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매체다. 내가 만든 게임을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거다. 그때 만든 게임이 운 좋게 공모전에서 상을 타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둘, 게임 학교도 설립하게 됐는데.

  지난 2008년 미국 뉴욕시의 학교 설립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이 계기였다. 그 당시 미국 대도시에서는 고등학교 졸업률이 40%를 넘지 못할 정도로 교육 문제가 심각했다. 재미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 평가전문가와 함께 게임과 프로젝트 학습 위주의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그렇게 6~12학년을 위한 자율형 공립학교 ‘퀘스트 투 런(Quest to learn·Q2L)’이 설립됐고, 2009년에 첫 입학생을 받았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시스템이었기에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는데, 학교 설명회에 많은 사람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다들 진짜 변화를 원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한국 교육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셋, 게임 기획자에게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모든 게임에는 플레이어가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뛰어넘어, 이 게임의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보드게임 같은 아날로그 게임을 많이 즐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날로그 게임은 디지털 게임과 달리 사용자가 규칙을 잘 알아야 게임이 이어질 수 있다. 또, 내가 알고 경험하는 것으로부터 콘텐츠가 나온다. 전반적인 문화적 소양을 기르면서 나의 경험을 가져와야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넷, 일할 때 어떤 성향인가.

  한마디로 관심이 있는 것에 완전히 빠지는 스타일이다. 게임을 기획할 때도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되,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서 선택을 바꿔야 할 땐 융통성 있게 행동한다. 일을 하면서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좌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럴 때는 지금 상황에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 한다.


다섯, 게임 기획자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나.

  지금은 게임의 시대다. 게임 관련 직업은 유망직종으로 꼽힌다. 다만 예전처럼 그래픽이 화려하다고 해서 인기 있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게임에 직접 참여하고 몰입하는 경험에 관심을 둔다는 점에 초점을 둬야 한다. 모든 서비스가 체험중심으로 가고 있다. 게임 기획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 기획자가 된다면 전통적인 게임 산업뿐 아니라 브랜딩이나 마케팅 관련 산업, 혹은 콘텐츠 창작자 등 다양하게 확장해나갈 길이 많다.


여섯, 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게임을 직접 만들어봐라. 기획은 머리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생산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획한 게임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꼭 개발자가 되지 않더라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필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이 게임을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앞으로 계획은?

  게임과 교육을 접목하는 것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이어갈 예정이다. Q2L과 같은 게임 학교를 새롭게 만들어 확산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대신 기존 학교가 성장하고 변화하도록 교육과정 내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 지난해에는 주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최근 인생 후반기 교육에도 관심이 생겼다. 앞으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관련 게임 콘텐츠도 고민해보고 싶다. 



“노력 금지!” 노는 것처럼  재미있고 신나게 일하는  이승택 놀공 대표와 팀원들“노력 금지!” 노는 것처럼 재미있고 신나게 일하는 이승택 놀공 대표와 팀원들




월페커즈’는 플레이어가  분단 전문 기자가 되어  DMZ와 베블린 장벽에 관한  소식을 담은 신문을 작성하는  게임이다월페커즈’는 플레이어가 분단 전문 기자가 되어 DMZ와 베블린 장벽에 관한 소식을 담은 신문을 작성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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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BOX


게임 기획자


TIP. 1 하는 일

  게임 기획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한다. 게임 시장과 소비자 조사를 통해 개발할 게임의 장르, 내용과 난이도, 캐릭터와 아이템, 게임 진행 방식, 주된 이용 대상, 시스템 사양, 그래픽 수준 등을 고려해 게임 기획안을 작성한다. 


  게임 기획자는 크게 시스템 기획자와 레벨 기획자로 구분하는데, 시스템 기획자는 전반적인 게임 구성과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레벨 기획자는 게임 난이도, 사용자 플레이 패턴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TIP. 2 준비 과정

  게임 기획자가 되기 위한 전공이나 학력의 제한은 없지만, 고등학교의 게임 기획과를 선택하거나 전문대학 또는 대학교에서 게임학, 게임공학, 게임콘텐츠학, 게임모바일공학 등을 전공하고 업무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이는 것이 좋다.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기관에서 게임 기획 과정을 이수하거나 민간 훈련 기관의 게임 기획 과정을 통해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관련 국가 자격으로는 게임 기획 전문가 자격이 있다.


TIP. 3 적성 및 흥미

  게임 기획자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통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드러낼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어떤 게임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시장조사와 소비자 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분석해 낼 수 있는 수리 논리력이 필요하다. 


  게임 기획자는 평소 여러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고 즐겨야 하며, 게임 아이템과 룰, 게임 캐릭터 특징 분석, 난이도 정도 등 게임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잡지 구독, 여러 주제에 대한 독서나 웹툰 구독, 미술 감상, 공연이나 영화 관람, 세계의 지리·역사·신화 등 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 참고: 진로정보망 커리어넷(https://www.caree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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