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디지털 전환 시대 ‘모두를 위한 컴퓨팅 사고력 교육’

글_ 김윤정 한국과학창의재단 미래사회인재단장

 

알고리즘이 존재하는 우리의 인생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뛸 때, 어떤 이는 특정 지역의 집을 보지도 않고 일단 계약했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부동산에 문외한인 나는 ‘그게 합리적 결정일까?’라는 의심을 했었다. 우리의 인생에도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적절히 거래가 뜨거울 때 적정한 가격에 좋은 집을 구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최적멈춤’을 해야 한다. ‘최적멈춤’이란 총 기회 중 약 37%정도에서 최선인 것을 고르는 것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다는 아마존을 들여다보자. 아마존은 물건을 종류별로 분류해 정렬해두지 않고 가장 많이 찾는 것들을 꺼내기 쉬운 곳에 죄다 쌓아놓는다. 물건을 버릴 땐 옷장의 옷이든 서재의 책이든 가장 오래 동안 쓰지 않는 것(LRU: Least Recently Used)부터 버린다. “32자리 정수 100만개를 정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구글 전 회장인 에릭 슈미트의 질문에 “거품정렬(옆에 인접한 것끼리 비교하며 추리는 정렬)을 쓰면 안 될 것 같군요.”라고 태연히 대답한 미국 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대답 등등. 위의 일련의 이야기는 필자가 최근 매우 재미있게 본 책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에 나오는 사례들이다.


이 책이 유독 필자에게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화를 지원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가장 많이, 때론 신경질적으로 들었던 “컴퓨터 전공으로 대학을 가거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왜 컴퓨터 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질문에 꼬리를 무는 대답과 토론은 응당 길어진다.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이하 CT)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모든 사람이 갖추어야 할 역량입니다.”라는 필자의 대답에 “컴퓨팅 사고력이 뭐예요. 비판적 생각과 문제해결력 그런 거면 꼭 정보교사만 가르쳐야 하는 겁니까.”라는 대답이 따라온다. 왜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떻게 하면 꼭 필요한 걸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효율적 문제해결 과정엔 기계와의 협업이 있다


세상에는 흑과 백으로만 나뉘고, 정답이 똑 떨어지는 문제는 별로 없다. 하물며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고, 수많은 주체들, 아니 객체(사물)들까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선택을 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들에는 어떤 형태로든 기계와의 협업이 있다. 합리적 결정에는 반드시 증거에 기반 한 과학적 판단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발전과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협업을 통해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는 탄탄한 조직 문화가 있다. 필자가 평상시 업무를 하면서도 이 모든 과정 곳곳에 ‘컴퓨팅 사고력(CT)’이 긴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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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 수보다 10배 많은 컴퓨팅 관련 일자리


물론 ‘일상의 모든 문제를 빠르고 현명하게 해결하는 법’이라는 말은 거창한 책 제목으로나 좋을 뿐, ‘모든 이’에게
‘시급하게’ 와 닿는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실업이 국가적 현안인 가운데 전 세계의 일자리는 점점 더 개방되어 가는 경제 현실에서 컴퓨터 전공자 수보다 최소 10배 이상 컴퓨팅 관련 일자리가 나오고 있다. 이 기회이자 위기를 잘 활용하려면, 나아가 양극화로 대다수가 빈곤해지는 그 상황 속으로 떨어지지 않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그 필수역량이라는 컴퓨팅 사고력을 가급적 많은 이들이 하루 빨리 습득해야 함은 자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진국의 컴퓨터 교육계에서는 컴퓨터 전공자들의 희소성과 높은 몸 값(미 캘리포니아주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평균 급여는 9만 달러 수준임)으로 정작 중요하나 박봉의 교육현장에서는 컴퓨터 전문가인 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오랫동안 두터운 전문성과 굳건한 체제를 구축해온 기존 교과의 구조에서 어렵사리 틈을 만든 신생 교과가 (학교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기는 너무나도 지난한 현실이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사실 매우 빠르게 돌고 있어도 그 속에 있다 보니 지구의 자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와 어디까지 가능할지 가늠도 되지 않는 기계시대로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이미 시작되었다. 다만 그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노력이 한가하기 그지없을 뿐이다. 


주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오바마 정부 시절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CS for all)’을 표방했고, 오바마 정부의 모든 교육정책과 지원 예산을 중단시킨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경쟁력 있는 보조금을 지급할 때 고품질 STEM과 컴퓨터 과학교육에 우선순위를 매기도록 지시”하고, 매년 2억 달러의 예산을 여기에 지원토록 승인을 받은 것은 컴퓨터 과학교육의 시급성 앞에는 이념도 의미 없음을 잘 보여준다. 아시아 경제를 좌우하는 중국과 인도 역시 컴퓨팅 사고력과 기업가 정신교육을 통합하여 혁신 생태계 내에서 실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은 최근 개혁의 성과를 자랑하면서 지금까지 4,200개 이상의 메이커스페이스에서 3천개 이상의 하이테크 인큐베이터들이 육성되었으며 40만의 중소 과학기술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극성스러운 타이거 맘들의 코딩교육 열풍과 모든 이에게 첨단기기 활용 활동을 개방한 대학과 지자체의 민첩한 대응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인도 역시 2013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초중등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나아가, 2,400개 이상의 ATL(Atal Tinkering Labs)을 만들어 학생들의 과학적 기질과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도입하여 커리큘럼과 교과목의 정해진 패턴을 뛰어넘어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실습을 하도록 뒷받침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예비 교원


그렇다고 선진국의 사례만 소개하고 그쳐야하는 실정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2015 교육과정을 통해 초등학교(17차시)와 중학교(34차시)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하도록 개정한 후 필수화가 시작되는 올해 시행을 위해 3년 전부터 소프트웨어 선도학교 사업 및 대대적인 교원 연수, 컴퓨터 개선·무선통신망 구축 등의 교육환경조성 사업 등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교육부, 과학기술통신부의 협업 지원을 받아 1,597개교의 선도학교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초(소양함양), 심화(교구활용 및 교수학습 방법), 핵심교원(SW기반 타 교과 융합교육 방법 연수 등), 전문연수(Master Teacher, 교원지도 역량강사 양성) 등 다양한 코스의 교사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예비교원들, 특히 모든 교과를 가르치게 되는 교대생들이 컴퓨팅 사고력 역량을 갖추고 모든 교과에서 이에 기반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교원양성대학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지원 사업(SWEET)’도 시작된다. 특히 이 SWEET 사업은 모든 예비교사가 여러 교과의 주제들을 가지고 컴퓨팅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융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SW(컴퓨터과학)교육은 적은 시수와 전문교사의 부족, 단순 코딩교육으로의 오해 등 여러 제한 여건을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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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식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찾는다


우리의 ‘코딩 열풍’을 주목하는 시각에는 우려와 비판이 만만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급변하는 하이테크 기술의 시대에 미래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지금 특정 언어로 코딩을 배운다 한들 그게 얼마나 소용이 있을 것인지, 공교육의 제반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고액 사교육 열풍만 더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그러나 별별 추상적인 것까지 다 계산해 내는 인공지능 계산기인 ‘울프람 알파’를 만든 스티븐 울프람은 단순 코딩과 구별되는 컴퓨팅 사고력은 ‘모든 것에 대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질문을 하며 컴퓨터 식으로 구현하려는 방법을 찾는’ 활동들에 의해 키워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가 개최하는 여름캠프에서는 학생 주도의 다양한 그룹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매우 많은 일상의 질문들을 참신하게 규명하는 과정을 통해 참가한 모두가 영감과 자신감을 얻고 있다 한다. 이 캠프에는 코딩에 거의 문회한인 학생부터 게임 만드는 것이 취미인 학생들까지 다양하게 참여한다.


현명한 학부모들이면 한번쯤 사교육 프로그램들을 주체적 시각을 갖고 들여다 볼 일이며, 정부는 제로섬 시수 싸움의 구도에 긴요한 모든 교육이 갇힌 구도를 과감히 탈피해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의 관심사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 시행될 고교학점제에서 턱없이 부족한 SW교육이 다채롭게 보강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일대 혁명적 변화라 하는데, 당장 우리는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까지는 못해도, ‘모든 교사를 위한 컴퓨팅 사고력 교육’을 추진하고, 학교마다 미래세대의 디지털 삶을 준비시키는 디지털 팀을 두고 정보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이끌게 함은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