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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의식 함양, 통일사회 이룩한 ‘독일’

글_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이 글에서는 독일 통일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 전과 통일 후에 어떤 통일교육을 해 왔는지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통일 전 독일의 정치(사상)교육
  통일 전 독일에서 통일교육은 정치교육(서독) 또는 정치사상교육(동독)이라는 이름 아래서 행해졌다. 독일은 전범 국가였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통일교육’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통일 전 서독에서 실시한 ‘정치교육’이란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교육 안에는 민주시민교육, 평화교육과 더불어 통일교육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민주시민교육이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적 가치관, 지식, 능력을 갖추도록 하여 정치사회 활동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끄는 교육을 말한다. 평화교육이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당면하게 되는 갈등, 공격성 등 비평화적 요소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을 말한다. 통일교육은 통일에 대한 의식과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서독의 정치교육이 통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는 않았으나, 학생들에게 국제정세 이해, 동독 이해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을 제공하였고, 동독에 대한 공동체 의식과 연대 의식, 민족의식을 강조하면서 통일역량을 키우는데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다.
  통일 전 동독에서 실시한 ‘정치사상교육’은 사회주의 이념을 교화시키는 교육이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념을 가르쳐 사회주의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정치사상교육의 주 관심사였다. 통일 전 동독에서 정치사상교육은 교과활동과 교과 외 활동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교과활동으로는 전담교과인 ‘국가시민’ 교과가 있었다. 교과 외 활동으로는 군사교육 및 청소년 조직 활동을 통하여 정치사상교육을 실시하였다.

 

 


갈등해결능력, 민주시민의식 강화
  통일 전 서독은 통일교육을 통하여 서독 사회에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정착하고 민주시민을 양성하여 평화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노력하였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통일의식을 고취하고 통일의지를 키우는 교육을 실시하였다. 더불어 평화적인 갈등해결능력과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서독의 통일교육은 통일 이후에도 통일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민주적인 통일사회를 건설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반면, 동독 지역의 정치교육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통일 전에는 체제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 교육이 통일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으나, 통일 후에는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교육적 과제로 제기되었다. 즉, 동독식의 사회주의 이념 교육에서 서독식의 다원화된 민주주의 체제를 익히는 교육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교육의 변화는 학생들에게 큰 문화충격을 주었고 많은 적응 문제를 수반하였다. 그러나 통일 직후 통일 정부는 구 동독 지역에서도 서독식의 정치교육을 시키면 서독 학생들처럼 민주적인 의식을 함양하고 민주적인 시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동독 지역 학생들과 주민들이 서구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적응하는 데에는 훨씬 많은 시간이 요청되었다. 40년 동안 사회주의 교육을 받았고, 그러한 교육이 내면화된 사람들의 의식을 단기간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결과 통일 초기 동독 지역 청소년의 부적응과 정치적 미성숙함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폭력적 행위, 외국인 혐오, 극우주의 등 성숙하지 못한 사고와 행위가 지속되면서 서독식 정치교육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시민역량과 통합역량이 필요한 때
  통일 전후 독일에서 실시된 통일교육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 통일 전 서독이 실시한 정치교육이 서독 학생들의 통일역량과 통합역량을 강화하는데 기여하였다는 점이다. 통일교육이 통일을 준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것으로 지평을 확대한다면, 시민역량과 통합역량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통일교육의 지평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통일 한국사회에서 민주적 가치에 기초한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고,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사를 존중하고,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민역량’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 공동체 안에서 남북한 국민들이 국가적 정체성을 공유하고,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의 생활세계를 이해하고, 이질성을 포용하고, 하나의 공동체로서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통합역량’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통일과 더불어 평화를 강조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남북한은 서로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어 상호 적대감과 대결의식이 동서독의 경우보다 훨씬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평화교육’의 중요성이 훨씬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 간의 갈등, 반목, 적대감을 해소하고, 남북한이 공존·공영 속에 하나의 통일공동체를 건설하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기반 조건으로서 평화교육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점은 통일의 과정뿐 아니라, 통일 이후를 내다볼 때에도 그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구 동독 학생들의 부적응과 갈등 양상이 특별히 통일 초기에 심각하였던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통일 초기 사회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 심리적 갈등이 폭력과 부적응으로 표출되었는데, 남북통일 이후 북한 청소년들 역시 심각한 부적응과 갈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평화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지식보다는 체험과 역량 중심으로 통일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통일교육의 내용을 통일과 북한 이해에서 벗어나, 민주시민교육, 평화교육, 갈등극복 교육, 상호이해 교육 등으로 확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통일교육의 방법을 ‘지식 중심’에서 ‘체험 중심’, ‘행위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분단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통일의 장점을 이해하고, 북한을 이해하고, 직접 만나서 겪어보면서 통일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북한 이주민, 특히 탈북 학생들과의 만남과 어울림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통일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또한 통일 후 일시적으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준비시키고, 북한 국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 독일이 통일 전에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 직후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알려주고, 우리의 다음세대 또한 통일역량, 평화역량, 통합역량을 갖추도록 지금부터 준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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