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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대상자 진로ㆍ직업교육의 해외 동향

글_ 김삼섭 중부대학교 교육대학원장(중등특수교육)

 

 

특수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들의 견해가 같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특수교육의 목적은 미래 사회의 삶을 준비하는 데 있고, 그 삶의 질은 주로 직업생활의 성공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견해를 반영하여 지금까지 교육부에서도 특수교육대상자의 진로ㆍ직업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공과 설치 운영을 비롯하여 특수학교 학교기업,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특수학교 직업교육 중점학교 운영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특수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12.2%로 낮은 편이다. 직업교육·훈련 직종도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수교육대상자 ‘직무적 접근’으로 직업교육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낮은 취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특수교육 선진국의 진로·직업교육 우수 사례를 비교교육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벤치마킹하는 것이 제안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나라 간에 비교가능성(comparability)이 있어야 하는데, 각 나라들을 비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발달된 선진국의 경우는 지방정부의 독자적 특수교육행정이 이루어지는 관계로 그 나라를 한 덩어리로 묶어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특수교육대상자의 진로ㆍ직업교육이 발달한 나라들, 예컨대 미국, 영국, 일본, 스웨덴, 대만 등의 관련 학자들을 초청하여 세미나 혹은 국제학술대회를 여러 차례 진행하였다. 각 나라마다 배울 점이 있었지만 특히 미국의 성공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진로ㆍ직업교육에 있어 미국의 사례들을 통해 배운 바가 많다. 그 중에서도 ①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의 개념적 혼돈, ② 직무적 접근, ③ 직업적 성공 요인 등에 눈길이 갔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방식으로 진로ㆍ직업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필자의 소망쯤으로 여겼으면 싶다.   

 

 

특수학교는 직업훈련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다

 


오늘날 교육(education)과 훈련(training)이라는 개념은 구분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특수교육에서도 교육과 훈련을 구분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특수학교에서는 아직도 교육과 훈련이 혼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특수학교에서는 직업훈련까지도 담당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 제기된다. 모두가 견해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현대적 의미의 교육은 훈련과는 구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는 교육의 장이지 훈련의 장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직업훈련은 학교교육의 영역을 벗어난다. 직업훈련이 학교교육의 범주를 벗어나야 한다는, 또는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훈련의 성격에서도 찾을 수 있다. 훈련이라는 말은 숙련된 전문기능인이 미숙련자에게 기술(기능)을 전수함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전문기능인이란 한 가지 영역 혹은 매우 좁은 영역을 두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요구하는 직종의 수만큼 훈련자 또한 필요하고, 훈련할 수 있는 실습실도 각각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가. 아무리 경제가 발전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뿐 아니라 비경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특수학교는 몇 개의 실습실을 갖추고 그곳에서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직업훈련은 어디에서 실시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특수학교의 한계점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즉 특수학교에서 교육도 해야 하고, 직업훈련도 시켜야 하며, 치료도 해야 한다는 선의의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수학교의 본분은 훈련이 아닌 교육이다. 따라서 직업훈련은 당연히 국가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기관이나 장애인 복지기관, 혹은 기업체 훈련기관 등에서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장애인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직업이라는 용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칭되는 개념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직업이라 함은 작업 활동이 비슷한 방법ㆍ재료ㆍ생산품ㆍ작업자 대우ㆍ작업자 특성 등이 같거나 관련이 있는 직무군을 말한다. 그리고 직무(job)는 특정 작업장에서 주요 작업 활동과 목표가, 작업가 행위ㆍ방법ㆍ생산품ㆍ작업자 특성 등이 비슷한 단순 직위 혹은 직위군을 말한다.


진로인식에서부터 직업안정에 이르는 접근방법은 크게 직업적 접근(vocational apporoch)과 직무적 접근(job approach)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적용해오고 있는 직무적 접근은 넓은 의미의 직업보다는 좁은 의미의 직무를 개발ㆍ훈련하여, 가능한 그 직무에 적합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흔히 지적장애인은 단순노동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즉, 벽돌공이나 호텔의 벨보이, 토큰 판매 등은 단순노동이기 때문에 지적장애인이라 할지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단순한 노동이라 할지라도 여러 가지 직무들로 구성되며, 그 직무들 중 가능한 것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바라는 장애인의 직업적 성공 요인에 주목하라

 


지적장애인의 고용에 있어서 고용주의 부정적인 태도는 고용기회와 직업유지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간주되어져 왔으며, 장애인 실업률을 결정짓는 주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고용주가 생각하는 장애인의 직업적 성공 요인을 조사하여 이를 특수교육의 직업교육 과정에 반영해 왔는데, 특히 지적장애인의 취업률을 높이고 직업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장애인 고용주는 의사소통이나 용모 단정, 감독자 지시 따르기 등을 장애인 직업적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직종에 눈을 돌리자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제도나 법만으로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고자 하였으나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실업자가 급증하여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장애인으로 하여금 경쟁고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론 중증장애인에게는 지원고용의 형태가 바람직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어느 정도 작업 관련 기술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


이와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장애인 각자의 능력에 맞는 직종을 교육ㆍ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에게는 정신적ㆍ신체적으로 일반인과 경쟁하기 어려운 직군보다는 서비스 직군 등 비교적 용이한 직종을 중심으로 교육ㆍ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장애인 복지 선진국들에서는 장애인의 직업 재활에 있어 서비스 직군이 점차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향이 짙다.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 특수교육

 


미국의 특수교육을 소개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최소한 특수교육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미국 등 소위 선진국들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전공과 설치 운영을 비롯하여 특수학교 학교기업,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특수학교 직업교육 중점학교 운영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장애학생 진로ㆍ직업 모형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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