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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학교폭력 대응, 미국의 무관용 정책

글_ 전인식 한국교육개발원  학교폭력예방연구지원센터장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2011년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자살을 계기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학교폭력의 정의부터 새롭게 검토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가 강화되고, 학교폭력 사안에 심의와 재심 등이 빈발하는 상황이 되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로 보면, 학교폭력 발생 비율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대해 민감해졌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엄격한 법과 끊이지 않는 논란으로 학교와 교사가 지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학교에서의 괴롭힘(왕따)은 폭력인가 아닌가?
  유네스코에서 나온 자료에는 학교폭력과 괴롭힘(왕따 등으로도 사용한다.)에 대해서 아래의 그림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학교폭력이란 학생, 교사 그리고 다른 학교 직원에 의해서 범해진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성적 폭력과 괴롭힘이다. 괴롭힘은 폭력의 일종으로, 약자이거나 약자라고 느끼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의도적이고 공격적인 행위이다. 다시 말해서 괴롭힘은 학교폭력 행위에 해당된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단기적으로는 우울, 불안, 분노, 과도한 스트레스, 무력감에 사로잡히고,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학교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자살(bullycide) 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불안감, 신뢰 부족, 극도의 민감성, 정신병, 인격 장애 또는 PTSD와 같은 정신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피해자는 보복을 원할 수도 있는데 미국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 대부분 왕따 피해자의 보복 심리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최소한 피해자는 자신보다 힘이 약한 대상을 가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피해자는 성장해서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증가하며, 가정 폭력을 포함한 범죄 행위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경우에도 분노, 공포, 죄책감, 슬픔을 느낄 수 있고, 동급생의 반복적인 희생을 목격한 방관자는 피해 학생과 비슷한 부정적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폭력과 왕따를 간과할 수는 없다.
  2015년 몬타나주에서 반왕따법(Anti-Bullying Act)이 반포되면서 미국 전역에 학교폭력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에서 다루는 내용에는 왕따의 정의, 왕따 예방, 왕따 실태조사, 신고 및 교육장에게의 보고의무, 조사, 학생과 학부모 통보,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조치, 보복금지, 왕따 방지 학교규정 게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가해자를 방과 후 학교에 남도록 하기, 상담, 정학, 퇴학 및 대안학교로의 전학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왕따에 대한 학교규율을 강화하는 결과가 되었다. 주마다 다르지만 골격은 우리나라의 법률과 대동소이하다고 하겠다.

 

무관용 정책
  우리나라에서 2012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미국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무관용 정책’일 것이다. 이 정책은 1994년 미국 연방법으로 제정된 것인데, 약물 소지와 무기 소지 또는 사용과 관련된 경우이다. (무관용 정책은 예외 없이 법적으로 처벌한다는 의미이고, 그 범위는 마약과 총기에 한정된다.) 그러나 최근 무관용 정책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무관용이 학교폭력이나 약물 남용을 줄인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학교 정학 및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에게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둘째, 무관용으로 인한 법적 처벌이 흑인과 라틴계 학생에게 집중되고 있어서 인종차별 요소가 있다. 셋째, 성인에게는 적법 절차와 법률을 따라 처벌이 결정되는데, 학생에게 무관용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무관용 정책에 입각하여 사소한 위반으로 학생을 퇴학시키고, 법적 제재를 가하면, 촉법 소년은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심리적 위축을 경험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교도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무관용 정책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게 되어, 초기의 엄격한 무관용 정책과는 달리 실질적인 마약과 무기소지에 대한 처벌로 조정되고 있다. 학생들의 문제는 법적으로가 아니라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접근은 징계보다는 학생들에게 긍정적 가치관 주입을 위한 학교 규율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회복을 위한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활용(경기도교육청의 회복적 생활교육)과 같은 것이 교육적 접근의 한 예라고 하겠다.
* 다음호에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해외사례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