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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학교 신뢰도가 높은 네덜란드

공립학교 신뢰도가 높은 네덜란드

 

 

글│강 석 UTSA(University of Texas San Antonio) 교수

 

 

  유럽 대륙은 나라의 수만큼이나 교육 체계도 다양하다. 전체적인 틀은 유사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마다 독특한 환경을 반영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교육 과정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단일 구조 과정’이다. 이는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가 선택하고 있는 과정으로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하나의 과정으로 통합하여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학 입학 때까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다. 두 번째는 ‘일반 교과 과정’이다. 이는 가장 많은 유럽의 국가들이 택하고 있는 방식인데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그리스 등이 택하고 있다. 이 과정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모든 학생들이 중학교로 진학하여 같은 과정을 따르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여러 형태의 특수 목적 고등학교나 일반 고등학교를 택하고 있다. 세 번째 방식은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택하고 있는 방식으로서 ‘차별화된 교과 과정’이다. 이 과정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바로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일찍부터 진로를 결정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 교과 과정 방식 중에서 특히 주목받는 방식은 세 번째인 차별화 교과 과정인데, 그 이유는 초등학교 이후부터 대학 진학 사이의 교과 과정을 단일 고등학교 과정으로 분류하는 점이 특이하며, 유럽의 주요 교육 강국들이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세 번째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교육 강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네덜란드 왕족도 공립학교 다녀… 사교육 수요 학교에서 충족
  작지만 강한 나라인 네덜란드는 교육 면에서도 작은 나라이지만 다양성과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의무교육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인 점은 우리나라와 동일하나 초등학교 과정이 4살부터 시작된다. 4살과 5살 과정은 유치원에 해당하는 시기로서 등록은 부모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6살부터 12살까지는 의무 초등교육을 받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네덜란드의 교육이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중학교 과정이 분리되어 있으나 네덜란드의 경우 우선 중학교 과정이 없고 학생들은 초등학교 졸업 후 여러 종류의 특수 목적 학교를 택하게 되어있다.
  공립교육 과정에는 일반 공립학교 이외에 종교 목적 학교, 특수 목적 학교가 있다. 이 과정은 모두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의무교육 과정이다. 특이한 점은 미국 교육에 비해 사립학교의 수가 극도로 적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왕족도 모두 공립학교를 다닐 만큼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점은 네덜란드 공교육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네덜란드의 공교육이 신뢰를 받는 첫 번째 이유는 교육과정의 다양성이다. 사교육이 활성화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공교육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교육적 욕구를 사교육을 통해서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정부의 지원 아래 직업교육부터 이론교육까지 모든 분야를 체계화시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네덜란드 정부는 학생과 부모가 공교육에서도 교육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그 체계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교육과정과 정책이 정부의 관리와 통제를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느 학교이든지 정부의 그러한 기준에 미달하면 폐교가 될 위기에 처한다. 그만큼 다양성과 체계성이 네덜란드의 공교육을 강하게 만들고 학생과 부모들은 이를 믿고 공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다.

 

‘자율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다
  12세부터 시작되는 고등학교 과정에는 ‘응용 교육 준비 과정(The vmbo),’ ‘일반 고등학교 과정(The havo),’ ‘고등 학문 준비 과정(The vwo),’ 그리고 이전에 고등학교 과정을 사정으로 마치지 못한 성인을 위해 개설된 ‘일반 성인 교육 과정(The vavo)’으로 나뉜다. 따라서 학생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부모 그리고 교사와의 상의를 통해 자신의 성적이나 적성에 맞는 과정을 택한다.
  첫 번째로 응용 교육 준비 과정(The vmbo)은 12세에서 16세까지의 4년 과정으로서 주로 직업훈련에 중점을 둔다. 동시에 학생들은 기본 교양과목인 언어, 수학, 역사, 예술, 과학을 수강하여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이 과정에 입학하는 초등학생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 학생들은 이론이나 실기의 비중이 다른 4가지의 교과과정을 택할 수 있다. 첫째, 이론 중심 과정은 학생들이 3년간 기초를 다진 후에 5년 과정인 일반 고등학교 과정(The havo)로 편입하여 일반 계열을 졸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주로 선택한다. 둘째, 이론과 실기 병합 과정은 두 분야의 비율을 동등하게 다루는 과정이다. 셋째, 기초 관리 중심 과정은 실기 교육에 더 중점을 두고 전문대학 과정(The mbo)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주로 선택한다. 넷째, 완전한 실기 과정의 경우 실기만을 다루는 과정으로서 이 과정을 졸업하면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바로 직업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 일반 고등학교 과정(The havo) 과정은 5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과정을 마치면 일반 대학이나 기술이나 과학, 공학 중심의 대학에 주로 진학한다. 세 번째로 고등 학문 준비 과정(The vwo)은 6년 과정으로서 12세에서 18세까지 다룬다. 이 과정을 마치면 연구 중심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등 학문 준비 과정(The vwo)은 라틴어와 그리스어가 필수인 과정과 그렇지 않은 과정으로 나뉜다. 또한 vwo-plus 과정도 있어서 이 과정을 선택하면 철학이나 외국어 등을 추가로 수강해야 한다.
  이와 같은 네덜란드의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인다. 자신의 전공을 미리 파악하고 어려서부터 그 전문 지식을 교육하는 것이 네덜란드 교육의 목적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의대를 진학하고 싶다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관련 과정에 입학하여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처음 3년간 자신의 적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혹시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일반 고등학교 과정으로 방향을 변경하고 그에 맞게 대학에 진학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신이 판단하여 교과 과정을 택하고 그 과정에서 진로를 수정할 수 있는 자율 구조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우리나라가 참고한다면 ‘다양성’ 속에서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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