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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숲에서 책하고 놀자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글│이순이 본지 기자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가을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도 좋지만, 자연 속에서 만나는 그림책은 더욱 특별하다. 야외 서가에서 책 한 권 뽑아들고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사이, 바람을 타고 내려온 ‘숲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강화도의 바람숲그림책도서관(관장 최지혜)은 숲속에 있어서 더 특별한 도서관이다.

 

1. 도서관 벽면 가득, 그림이 보이도록 책을 전시해 놓았다. 그림을 보며 책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숲에서 만나는 특별한 도서관
  굽이굽이 논과 밭을 지나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빨간 우체통과 작은 텃밭이 객을 반긴다. 도서관을 찾아오는 동안 ‘여기에 도서관이 있기나 할까?’라고 걱정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동화 속에 나오는 숲속 나무집 같은 모습으로 도서관이 나타난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그림책만 2,500권을 보유한 그림책 전문도서관으로 2014년 2월에 인천 강화군 불은면 신현리에 문을 열었다. 생태적 감수성과 동심을 잃어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그림책과 자연을 통해 내면의 순수함을 회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도서관 내부도 여느 도서관과는 많이 다르다. 일반적인 분류법대로 책을 정리하지 않고 도서관 전체 벽면에 여러 종류의 그림책들을 한 권 한 권 펼쳐 놓고 수시로 바꿔주며 다양한 그림책을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단 한 권이라도 감동을 주는, 그래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산 아래에 위치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야외 데크에는 숲속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자연과 생태 관련 책들이 비치되어 있어, 바람을 맞으며 차 한 잔 마시면서 쉼과 여유를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깨우고 마음까지 쉴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최지혜 관장은 부평기적의도서관 초대 관장과 마포구립서강도서관의 관장을 맡았던 경험과 다년간 그림책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경험을 모두 이곳에 쏟아 부었다. “그동안 아이들과 다양한 책놀이를 해오면서 도시의 빌딩숲에 사는 아이들까지 자연 속에서 책을 읽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책은 지식과 정보를 주지만 자연에서 그림책을 읽으면 자연으로부터 초록빛 향기를 닮아가는 건강한 꿈을 꾸는 어린이로 자라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2.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매력은 숲속도서관. 바람이 드나드는 야외에서 책읽고 체험활동을 하는 아이들

 

3.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도서관 앞 정원

 

 

바람숲 자연학교에서 놀자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 ~ 오후 5시까지 개방하며, 매주 월·화요일에는 휴관한다. 인근 학교에 도서관 개관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로 인근의 유·초등학생들이 방문하지만 대도시에서 학급단위로 체험학습을 오기도 한다. 주말에는 가족단위 혹은 지인들과 힐링을 위해 도서관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책 속에서 마음껏 뒹굴고 자연환경을 즐기며 도서관에 오래 머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요청이 늘어나면서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 있도록 숙박을 해오고 있다. 주택을 도서관으로 개조하였기 때문에 하룻밤 머무는데 큰 불편은 없다. 도서관 문을 닫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문 여는 시간까지는 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방문한 전민성 씨는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살지만 종종 자녀들과 도서관에 들른다. 전 씨는 “그림책이 많아서 아이들과 종종 도서관에 방문해요. 자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에요. 그림책이 더 잘 봐지는 도서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계절마다 자연의 특징을 살린 생태그림책놀이를 주1회씩 그룹형태로 진행한다. 들풀종이 만들기, 나무공예 등 다양한 생태체험이 진행되며, 모든 체험활동은 그림책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들풀종이를 만들기 위해 직접 지푸라기를 삶아서 찧고 빻고 틀로 떠내고 말리는 긴 과정을 체험하고, 이렇게 만든 들풀종이를 이용해 작은 책을 만들어본다. 또 아이들이 자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갈 수 있도록 ‘바람숲 자연학교에서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달 곤충, 식물 등을 주제로 정해 함께 그림책을 보고 체험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초행길에는 길찾기가 쉽지 않지만, 강화도에 방문할 일이 있을 때 한번쯤 들러 여유롭게 책읽기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바쁜 도시인들에게 숲속도서관은 ‘느림의 미학’이 통하는 자연이 숨 쉬는 곳이다.

 


 

4. ‘책은 우리들의 친구~’ 책놀이에 빠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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