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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준 교사의 ‘놀이 중심 체육수업’ “무엇을 만들까” 놀면서 배우는 협동심

글_ 이순이 본지기자

 

코퍼밴드를 잡아당겨 사각형 모양의 체육관 링을 만든 학생들. 친구들과의 협력이 돋보인다.

 

세상에 놀이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박선준 부산 사하초 교사는 아이들이 놀이에 흠뻑 빠져 자연스럽게 뛰어 놀며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놀이 중심 체육수업을 만들고 있다. 수업 계획단계에서부터 아이들을 참여시켜 자기주도적 체육수업을 이끄는 박 교사를 만났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삶 그 자체”라고 말하는 박선준 교사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는 삶 그 자체”라고 말하는 박선준 교사는 올해 교직경력 9년차에 접어든 패기 넘치는 선생님이다. 대학에서 공학과 초등수학을 배우느라 남들보다 길게 대학생활을 했다는 그는 최근에는 놀이 중심의 체육수업에 푹 빠져있다. 놀이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함께 배워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그는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서 초등체육을 공부하기도 했다. 박 교사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는 것은 삶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올해 사하초로 자리를 옮긴 박선준 교사는 3~4학년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2시간씩 체육을 전담하여 가르친다. 밴드 하나로 기초체력 훈련은 물론이고 소통을 통한 협력수업을 만들어가는 박 교사의 수업 속으로 들어가자.

 

코퍼밴드로 다양한 모양 만들기 도전!
  4학년 건강 활동 단원의 ‘근육의 힘을 길러주는 운동 익히기’를 지도하는 박 교사는 간단한 활동안내판을 준비했다. 본격적인 놀이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미지를 통해 오늘의 놀이를 예측해 보는 것이다. 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 속에 오늘의 놀이방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발끝을 모아 둥글게 둘러앉은 학생들에게 코퍼밴드(여러 가지 스트레칭 동작을 훈련할 수 있도록 제작된 둥근 모형의 대형 밴드)가 전달됐다. 간단한 안전수칙을 전달하자 본격적인 스트레칭이 시작됐다. 발끝을 모으고 앉은 상태에서 코퍼밴드를 나눠 잡고 손끝을 정강이에서, 발목으로, 발끝으로, 머리 위로로 뻗어 스트레칭을 이어나간다. 스트레칭이 충분히 이뤄진 후에 밴드를 이용해 여러 가지 도형 만들기도 도전한다. 아이들은 둥글게 앉은 채로 어떤 도형을, 어떻게 만들지 이야기를 나눈다. 여학생 모둠은 밴드의 탄력성을 이용해서 별모양과 체육관 링 만들기에 도전했다.
  이수정 학생은 “팔 힘이 센 아이도 있고, 약한 아이도 있어서 처음엔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서로 힘 조절을 해서 별모양을 만들었어요.”라며 흐뭇해했다.
  이번엔 패러슈트를 이용한 악어와 구조대 놀이가 펼쳐졌다. 대형낙하산 모양의 천을 이용한 놀이로 낙하산은 저수지로, 학생들은 저수지에 두 발을 담그고 물놀이 중인 피서객이 되었다. 피서객은 한 손은 낙하산을 잡고 한 손은 바닥을 짚는다. 이때 2~3명은 낙하산 속에 들어가 악어역할을, 2~3명은 악어에게 끌려가는 피서객을 구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언제 악어에게 물려갈지 모르는 스릴 넘치는 놀이에 다리를 잡아끄는 아이도,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버티는 아이들도 온힘을 다한다.
  정시훈 학생은 “놀이가 끝나갈 즈음에 악어에게 잡혀서 빨려 들어갈 뻔했는데 구조대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한 시간 신나게 놀았을 뿐인데 아이들의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학생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기초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는 체육수업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의 열정과 에너지가 필요한 법. 평소, 놀이 관련 책과 유튜브 동영상을 즐겨본다는 박선준 교사는 “한 분야의 책 100권을 섭렵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신념으로 놀이 중심 체육수업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박선준 교사는 수업 계획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끈다. 일명 ‘자기주도적 체육수업 만들기’이다. 수업 전 학생들과 토의를 통해 활동을 계획하며 의사소통역량을 기르고, 수업 중에는 활동안내판의 설명을 스스로 읽고 지식정보처리역량을 함양한다. 또 수업 중에 규칙을 지키는 과정을 통해 자기관리역량을 높이고, 팀과 힘을 합쳐 정정당당하게 착한 경쟁을 하며 공동체 역량을 기르고 있다. 활동을 마친 후에는 느낀 점을 공유하며 나아가 활동을 변형한 새로운 놀이로 확장하고 있다.
  “자기주도적 체육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불만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면서 수업의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주는 거죠. 때로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아이들에게서 배울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은 피구 시합 중에 “선생님! 재미없어요.”라며 경기를 거부하는 아이가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잘 던지는 아이 몇 명만 자꾸 공을 던지고 자기한테 공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며 반문하자 아이는 “공을 2~3개로 늘리거나 빨간 공은 여학생만, 파란 공은 남학생만 던질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 아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피구경기에 2개의 공을 투입했더니 모든 아이들의 참여가 이뤄져 피구경기가 더 활기차졌다고 한다.

공기가 가득 찬 패러슈트 위에 드러누워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다

 


놀이수업지도안· 동영상 개발 중
  박선준 교사는 체육과 수업을 위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성실함과 교육과정에 근거해서 수업하는 전문성을 꼽았다. 체육수업은 수업에 필요한 기구를 준비하는 데 다소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할 수 있는 성실함이 꼭 필요하다는 것. 또한 교육과정에 근거해서 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체육수업에 공을 던져주고 축구해라, 피구해라는 식으로 수업을 하거나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활동만 선택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자기주도적 체육수업은 교사의 준비와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수업이에요.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주되 어떻게 해야 교육과정에 부합하도록 수업이 흘러갈까 무수히 고민해야 하죠.”
  놀이를 수업에 적용할 때도 반드시 직접 시연해봄으로써 어떤 부분이 위험한지, 어떤 부분에서 주의가 필요한지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박 교사는 대부분의 놀이를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초등체육수업을 연구하는 부산체육교과연구회 선생님들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함께 놀이수업지도안과 동영상을 개발 중에 있으며, 자료 개발이 완료되면 전문적학습공동체, 각종 연수, 직원체육 등에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사람은 항상 고민하고 계획하고 적용하고 실패하고 보완하는 과정에 성장해요. 이미 그 길을 걸었던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 배우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거인의 어깨 위에 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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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1

체육용 기구를 구입할 때는 열려있는 도구를 구입하라. 일례로 코퍼밴드는 각종 스트레칭은 물론이고 10가지 이상의 응용놀이에 활용할 수 있다.


코퍼밴드로 다양한 모양 만들기
친구들과 의논해서 삼각형, 사각형, 하트모양, 별모양 등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보는 놀이로 근력과 근지구력을 키울 수 있다.
코퍼밴드 고리걸기 게임
2사람이 코퍼밴드를 허리에 걸고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며 고리를 걸어보는 게임. 근력 및 근지구력을 키우는 놀이
중심을 맞춰라 게임
민첩성을 기르는 놀이로 코퍼밴드 가장자리를 잡고 원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코퍼밴드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항상 코퍼밴드의 한가운데로 오도록 움직이는 놀이
강강술래 토끼를 잡아라 게임
민첩성 및 심폐지구력을 기르는 놀이. 10여 명이 코퍼밴드를 잡고 둥글게 서는데 이 때 2명은 조끼를 입고 토끼가 되고, 사냥꾼은 코퍼밴드 밖에서 토끼를 잡는 게임. 조끼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토끼가 사냥꾼에게 잡히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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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2
체육시간에 교구 없이 할 수 있는 놀이

 

지네 술래잡기
 효과  근력 및 근지구력, 민첩성
 방법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지네처럼 기면서 술래잡기를 하는 놀이

당근 뽑기 게임
 효과  근력 및 근지구력
 방법  당근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바닥에 서로 팔짱을 끼고 동그랗게 누워있으면 농부가 다리를 잡고 당근을 뽑는 게임

풍차술래잡기
 효과  민첩성
 방법  3~4명이 서로 직선으로 손을 잡고 양 끝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술래가 되어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잡는 놀이

그물 술래잡기
 효과  민첩성
 방법  술래에게 잡히면 함께 술래가 되어 술래와 손을 잡고 그물처럼 길게 만들어서 도망가는 사람을 잡는 술래잡기

한 걸음 뛰기 게임
 효과  순발력
 방법  정해진 출발선에서 멀리뛰기를 하는데 술래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을 더 적게 뛴 다음 손을 뻗어서 다른 사람을 잡는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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