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무장애 공간에서 지체장애아들의 힘찬 비상!

서울나래학교

글  이순이 편집장



휠체어를 탄 학생들과 교직원이 호흡을 맞춰 방화셔트를 통과해 안전하게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17년만에 서울에 세워진 공립 특수학교. 서울나래학교는 그동안 불편한 몸으로 원거리로 통학하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일대 장애아와 학부모에게 단순한 학교가 아니다. 힘찬 날개짓을 펼칠 수 있는 도전의 공간이며, 꿈의 공간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교직원의 세심한 손길로 지체장애 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시설과 환경을 갖춘 공간으로 탄생했다. 복합재난훈련이 이뤄지던 날, 서울나래학교를 찾아 모의훈련에 참관하였다.



  “재난본부에서 알립니다. 7월 13일 9시 50분 서울에서 6.0 지진이 발생하였고, 현재 학교 내부에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교내에 계신 학생, 선생님은 모두 나래뜰로 대피하여 주십시오. 본 방송은 지진, 화재에 대비한 모의훈련 방송입니다.”


방화셔트를 뚫고 안전하게 대피하기

  긴급대피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이어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학생들에게 사전 안내 없이 진행한 대피훈련에 당황한 기색은 있지만, 선생님들은 평소처럼 침착한 손놀림으로 학생들에게 지진방재모자를 씌우고 휠체어를 탄 학생, 이동이 불편한 학생들을 이끌고 신속하게 대피한다.

  화재로 인해 건물 내부는 뿌연 연기로 가득 찼으며, 이미 방화셔트가 내려온 상황. 선생님들은 힘을 모아 방화셔트를 통과해 예정된 장소(나래뜰)에 집결했다. 대피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안전을 담당하는 박재범 교사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학생은 없는지 각 학급의 인원 파악에 나선다.

  서울나래학교는 무장애 건물로 지진, 화재에 대비하여 학생들이 안전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교실에서 밖으로 바로 이어지는 베란다가 있지만, 이날은 교실이 아닌 실내에 갇혔을 때를 대비해 방화셔트를 뚫고 대피하는 모의훈련을 계획하였다.

  김정선 교장은 “코로나19가 곧 재난 상황이지만, 특수학교 특성상 안전대피훈련을 소홀히 할 수 없어서 매달 진행하고 있다.”라며 “예정대로라면 관내 소방서의 협조를 얻어 소방차, 구급차도 동원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상황과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약식으로 준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진행된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은 교육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전국의 초등학교 및 특수학교 103곳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서울나래학교는 2주간 재난이론학습은 물론, 소화기 사용법, 심폐소생술 교육 외에도 재난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설에 대해 알아보고, 대피지도도 완성했다. 이날 복합재난훈련은 이 모든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총평을 통해 문제점은 향후 본 훈련에 반영할 계획이다.

  박재범 교사는 “지체장애영역 특수학교의 전반적인 재난시스템을 점검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며 “지진방재모자 착용, 방화셔트 작동 및 통과하기, 대피노선에 따른 이동을 직접 체험하면서 학생과 교직원의 재난대응능력이 한층 향상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재난안전훈련에 함께했던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권기화 서울시부회장은 “특수학교의 경우,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휠체어를 탄 학생을 어떤 경로로 대피시킬지, 휠체어를 타지 않더라도 보행이 느린 학생을 누구와 어떻게 대피시킬지 지속해서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복훈련을 통해 결국 체득한다.”라고 말한다.


개방형 강당인 ‘나래뜰’에서 전교생이 모이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재난안전훈련,
시간은 걸리지만 반복훈련을 통해 장애학생도 결국 체득한다.



17년만에 서울에 설립된 공립 특수학교

  지난해 9월 서초구 염곡동에 개교한 서울나래학교는 설립 전부터 17년만에 서울에 세워지는 공립 특수학교라는 타이틀 때문에 서울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원거리로 통학하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일대의 장애아와 학부모의 오랜 바람이 이루어졌다.

  김정선 교장은 “17년만에 설립된 특수학교이다 보니 공간을 구성하는데 벤치마킹할 마땅한 모델을 찾지 못했다.”라며 “불필요한 관행은 과감히 없애고 우리가 곧 특수학교 모델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최고의 시설과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공간이 ‘나래뜰’이다. 3층 정중앙에 뻥 뚫린 공간이었지만, 전교생이 모이기 쉽고 위급한 상황에서 바로 1층 운동장으로 연결된 대피로가 있다는 장점 때문에 처음부터 ‘오픈형 강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체장애 학생에게 특화된 수중운동 시스템을 갖춘 수중운동실도 있다. 수중운동실에서는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지체장애 학생들의 균형감각 발달 및 근력 강화, 심폐 기능 향상, 통증 완화, 보행훈련 등이 가능하다. 감각놀이실은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놀이 공간이면서 동시에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영상, 촉각과 운동 감각을 자극하는 교육활동이 이뤄지는 특별한 공간이다. 재활운동실에는 개인의 신체 특성에 적합한 재활운동기구를 활용하여 정확한 보행 자세와 동작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

  김 교장은 “고가의 장비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재활훈련 기구와 설비 등에는 재원을 아끼지 않았다.”라며 “수중운동실이나 감각놀이실, 재활운동실은 사회복지관도 갖추기 어려운 시설들”이라고 소개했다.

  잘 갖춘 시설도 활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듯, 서울나래학교는 각종 교사연수를 통해 지체장애아를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장애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학부모 상담, 수중훈련 등의 전문적인 연수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나래학교는 현재 유치원(2학급), 초등학교(6학급), 중학교(5학급), 고등학교(4학급) 및 전공과(1학급)와 순회학급(13학급)을 포함하여 106명이 재학하고 있다. 개교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학생 수가 40여 명 수준이었으며,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등교 인원이 조정되어 학생 대 교사의 비율이 1대 1 수준으로 낮아져 온전히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1년간 열심히 달려왔지만, 아직 미완성”이라는 김 교장은 “개교 이전부터 ‘개방형 북카페’를 짓기로 서울시와 교육청, 서초구청이 협의한 사항이 있다.”라며 학부모와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북카페를 만들어 지역사회의 허브 역할을 하는 학교로 거듭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나래도서관


시각, 청각, 촉각 감각을 교육하는 감각놀이실


물속에서도 보행훈련이 가능한 수중운동실


각종 재활운동기구들이 갖춰진 재활운동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