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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함’ 속에서 배우는 다문화교육

우리 아이들, 세계시민으로 자란다

글_ 이순이 편집장



[ 신부초등학교 한국어학급 ]

  2019 교육기본통계 조사에 의하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은 모두 137,225명으로 전년도보다 15,013명(13%) 증가하였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초·중·고교 전체 재학생의 2.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다문화 학생의 증가 속도는 학교 급별로 차이가 있는데, 초등학교에서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며, 상급 학교로 갈수록 증가율은 다소 떨어진다. 처음 다문화 학생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2년과 비교해 보면, 가장 큰 변화는 국제결혼을 통해 발생한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감소한 반면, 순수 외국인 가정의 자녀들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2년 5.6%였던 외국인 가정의 비율은 2019년에는 14.9% 비율로 증가했다. 학생 수도 2,626명에 그쳤던 것이 2019년에는 10배 늘어난 20,459명으로 집계되었다. 


크게 늘어난 외국인 가정의 자녀들


  천안 신부초등학교(교장 이은옥)의 사례는 이런 통계를 뒷받침한다. 신부초의 학생 수는 845명이며, 이 중 79명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다. 특히 국제결혼을 통해 발생한 다문화 학생 수는 19명인 데 반해 외국인 가정의 자녀는 60명에 달한다. 

  한석희(신부초) 교감은 “전체 학생 수의 10%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다문화 학생들이다. 최근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입국한 아이들이 대거 늘었다. 저학년 비율이 높고, 한 학급에 2~3명의 학생이 배치되어 있다.”라며 “부모를 따라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가정의 아이들은 다른 문화와 언어 때문에 학교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 때문에 신부초에서는 외국인 가정의 학생들을 위한 ‘언어교육’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들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여 한국어 강사 1명, 이중언어 강사 2명을 채용하여 3개의 한국어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스크임(림) 3개 계산에(해) 주세요.”(자하라)

  “모두 천오백원이에요. 봉지에 너(넣)어 줄까요?”(다닐)

  “네, 봉지에 너(넣)어주세여(요).”(자하라)

  “여기 거스으(름)돈 오백 원 있어요. ”(다닐)

  2학년 즈구랄스크 자하라와 5학년 리가이 다닐이 손님과 주인 역할을 맡아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상황을 연습한다. 한 글자씩 더듬더듬 서툰 말로 한글을 읽어 내려가는 아이들은 신부초 한국어학급(왕초급B반) 아이들이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던 말 그대로 왕초급 아이들이지만 한국어학급에서 주당 9시간씩 한국어를 배우면서 생활 속 표현을 조금씩 익히며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에 적응 중이다. 한국어 교재는 국립국어원에서 제작한 <초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를 택하고 있다. 그 밖에도 1대 1로 코-티칭(co-teaching) 및 교과적응 수업을 편성하여 언어로 인한 학습결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신부초 강한민(한국어학급) 교사는 “한국어학급에서도 아이들의 수준차가 존재하고, 또한 일상용어와 교과 어휘가 다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3개의 한국어학급 외에도 교과적응 수업을 해오고 있다.”라며 “6~12개월 정도 어휘 중심으로 교과적응 수업을 진행하는데, 용어나 어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교과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업 효과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 신부초등학교 한국어학급 ]


중도 입국 초등학생 무학년제 한국어교육


  한편, 신부초 한국어학급의 최대정원은 20명으로 이미 포화상태이다. 이로 인해 학교는 고육지책으로 한국어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일부를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천안센터)에 위탁해 대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업단지가 위치한 천안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밀집하고 있어 이들의 자녀 교육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중도 입국한 학생들의 미숙한 언어는 학교생활에 큰 장애가 되는 만큼 천안·아산교육지원청에서는 2019년 3월경 아산과 천안지역의 다문화교육지원센터 2곳을 지정, 한국어 위탁교육을 해오고 있다.

  윤연한 천안시다문화교육지원센터장은 “현재 위탁교육생 16명 중 신부초 학생이 10명, 그밖에 신촌초, 마천초, 천안초에서 한두 명씩 위탁받은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한두 명의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 안에 예비학급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아산과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교육이 필요한 소수의 아이를 모아 한국어교육을 해오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천안시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국어교육 전담인 김형근 교사는 “센터에 입소하는 시기가 다 제각각이고 아이들의 수준 차이도 있다. 언어가 안 되는 아이들을 무학년제로 가르치는 일이 쉽지는 않다.”라며 “때문에 한국어의 기초에 해당하는 자모음은 1대 1로 교육해서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천안 시내에 위치한 대학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해서 공백을 메우고 있다.”라고 말한다.


[ 신부초등학교 한국어학급 수업 현장 ]


[ 중도 입국 학생들이 천안시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국어교육을 받고 있다. ]


[ 천안시다문화교육지원센터 세계문화체험관 ]


다문화교육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


  다문화교육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적 포용 사회를 실현하고 나아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시민 양성이라는 목표에 한발 다가가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다문화 관련 업무를 6년째 해오고 있다는 이규배 성환초등학교(다문화학급) 교사는 “다문화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개선과 함께 학교가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규배 교사는 외국인 가정의 자녀들이 한국어학급(다문화학급)에서 생활언어를 집중적으로 배워 원적학급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생활언어가 되지 않으면 원적학급의 담임, 친구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다문화학급에 들어오는 순간 이 아이들은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점차 학교와 멀어지게 되고, 한국어가 서툴러 입을 닫으면서 교우관계에서도 갈등이 심화하여 문제행동으로 나타나는 등 악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석희 신부초 교감은 “외국처럼 인큐베이팅을 거쳐 학교에 들어오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쉽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아이들이다. 센터를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보기에는 시설이나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외국인 부모들도 교육, 급식, 교우관계가 가능한 학교를 더 선호한다.”라며 “지금의 다문화교육 시스템은 과도기적인 형태”라고 설명한다.

  “다문화학급 아이들과 영화체험을 했어요. 우리 반 아이들 모두 영화관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중도 입국한 아이들은 부모님이 모두 일하기 때문에 돌봄을 받기가 쉽지 않고, 언어가 안 되기 때문에 문화를 누리기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기역니은도 중요하지만,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문화를 ‘다름’이 아닌 ‘다양함’으로 인식하고 세계시민을 키우듯 다 함께 가는 교육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규배 교사의 말이다. 



“학교 현장의 다문화교육을 말한다”



강한민(신부초) 교사


   “한국어학급에서도 아이들의 수준차가 존재하고, 일상용어와 교과 어휘가 다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3개의 한국어학급 외에도 교과적응 수업을 해오고 있다. 6~12개월 정도 어휘 중심으로 교과적응 수업을 진행하는데, 용어나 어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교과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업 효과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다문화 학생들의 출신국이 12개국이다. 우리 학교는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가정통신문을 발행하고 있는데, 12개국의 모든 아이와 원만하게 의사소통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규배(성환초) 교사

  “개인적으로 원적학급 선생님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생활언어가 되지 않으면 원적학급의 담임, 친구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다문화학급에 들어오는 순간 이 아이들은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점차 학교와 멀어지게 되고, 한국어가 서툴러 입을 닫으면서 교우관계에 있어서도 갈등이 심화하여 문제행동으로 나타나는 등 악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다문화학급(한국어학급)에서 생활언어를 빠르게 익혀 원적학급에서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윤연한(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다문화교육을 학교 밖의 대안교육 형태로 가야할 지, 학교 안의 한국어학급(다문화학급) 형태로 가야할 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신부초의 경우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외국인들이 자녀를 한두 명씩 보내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러시아계 아이들이 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우리 센터만 해도 신부초에서 10명의 학생을 위탁하지만, 신부초를 제외하고는 각 학교에서 한두 명씩 위탁하는 상황이다. 한두 명의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에서 예비학급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김형근 천안시다문화교육지원센터 한국어교사 

  “센터에 입소하는 시기가 다 제각각이고 아이들의 수준 차이도 있다. 언어가 안 되는 아이들을 무학년제로 가르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 때문에 한국어의 기초에 해당하는 자모음은 1대 1로 교육해서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천안 시내에 위치한 대학 인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공백을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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