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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행복학교 ‘봉명중학교’ 교사의 기다림과 믿음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글_ 이순이 본지 편집장

 

봉명중학교(교장 윤혜경)는 경남 행복학교 1기로, 2015년 행복학교로 지정된 이래 꾸준히 ‘배움과 소통으로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우리’를 목표로 교육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그 첫걸음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결성된
‘수업동아리’였다. 이후 학교·학년 교육과정연구회를 운영하고 전 학년 학생 중심의 배움 공동체 수업과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모두가 깨어있는 교실, 단 한명도 소외되지 않는 배움으로 가득 찬 교실을 만들어 오고 있다.

폐목자재를 이용해 목공작업을 하는 아이들. 폐목자재로 만든 탁자와 의자 등은 학교 쉼터에 놓일 예정이다.

댄스동아리

 


  경남 행복학교는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과 협력이 있는 미래형 학교 모델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것으로부터 자기 효능감과 보람을 얻고, 학생은 친구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부모는 학교와 소통하는 등 행복학교는 교육의 본질을 되살리고 학교의 참모습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과 협력을 통해 운영되는 교육(민주성), 모든 학생들에게 질 높은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미래성), 교육의 내용과 방법 모두를 혁신한 창의적인 교육(공공성), 지역사회 자원을 이용하고 지역에 기여하는 교육(지역성)을 기본철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수학여행 보셨나요?”
  지난 7월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날, 봉명중학교 강당에서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2학년 학생들의 결과 발표가 있었다.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의 결과를 듣기 위해 경남지역의 중·고교 교사 100여 명도 모였다.
  봉명중은 4월부터 7월까지 교육과정과 연계한 수학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학생들은 여행지 선택에서부터 사전 준비, 계획을 세워 ‘서울과 만나는 공정여행’을 테마로 역사, 진로, 경제, 인물, 공간 등 주제별로 소규모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터이다. 이날 발표는 3개월간 진행한 수학여행 프로젝트와 서울나들이를 통해 얻은 ‘배움의 가치’를 공유하는 순간이었다.
  송순호(행복교육부장) 교사는 “안전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수학여행 프로젝트를 위해 선생님들이 우리가 먼저 가보자고 뜻을 모아 1박2일 동안 사전답사를 다녀왔다.”며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아이들에게 줄 수 없었기에 서울 4대문 안을 함께 다녀보고 또 각자 여행했다. 길을 잃었던 경험이나 혼자 밥을 먹으며 두려웠던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때의 경험을 담아 국어선생님이 서울여행 답사기를 썼고 그 자료는 수학여행 프로젝트의 첫 단추가 되었다.
  안전하면서도 각자에게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수학여행 프로젝트는 학생이 중심이 되어 주제별로, 교과별로 촘촘하게 맞물려 기획되었다. 올해 수학여행 프로젝트는 ‘서울과 만나는 공정여행’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해 민주주의 창, 사회적 경제(공유경제), 환경, 탈핵, 마을 공동체, 공간과 삶, 도시재생, 서울의 길, 전통 시장, 4차 산업, 건축, 예술, 인물, 박물관, 진로, 여가 등이 주제로 정했다. 주제별로 세분화하여 1~5명 이내로 모둠을 꾸려 총 54개팀을 구성했고 각자 맡은 주제별로 자료집을 만드는가 하면, 지도를 이용해 여행 동선을 짜고 항공편 예약 등 숙소를 제외한 여행의 대부분을 학생들이 주도했다. 수학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긴장과 설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린 아는 만큼 보게 된다. 때문에 수학여행의 참 의미를 되살려 여행의 의미가 배가 될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넓힐 수 있는 활동을 보완하였다. 국어과에서는 모둠별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모은 자료집을 만들고 수업 텍스트로 사용하였다. 영어과에서는 학생들이 머물게 될 게스트하우스의 숙소예절이나 공항 이용 시 사용하는 표현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생활영어를 익히고 도덕과에서는 공정여행이 무엇인지, 실천하는 방법 등을 지도하는 식이다.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로도 수학여행은 즐겁지만, 스스로 기획한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은 재미와 삶이 두 배가 된다. ‘서울의 아픈 역사’를 주제로 서대문형무소, 탑골공원, 경복궁을 다녀온 학생들은 일제강점기 서울의 모습을 찾아 여행하였다.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돼 고문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서대문형무소는 학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경제를 택한 모둠은 성미산 작은나무 카페, 효자 베이커리, 서촌 피자집, 착한 커피공장을 견학하며 공유경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내 고장 ‘김해’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
  봉명중학교 교사들이 혁신교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한 고민은 ‘학생들의 배움’이었다. 때문에 교사의 역량과 수업디자인은 항상 화두였다.
  홍현화 교사는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열정을 늘 배우려고 한다.”며 “매일 학습지를 만들고 수업디자인을 고민하면서 텍스트를 통해서 삶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고안하고 있으며, 그것을 프로젝트에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것이 다양한 학년별 프로젝트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학여행 프로젝트, 김해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김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살고 있는 김해에서 역사, 문화, 생태 등 다양한 지역체험을 하게 하자는 취지로 매년 전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해 주제 여행코스 만들기-김해는 처음이지?’(1학년), ‘김해와 만나는 행복한 나눔 프로젝트’(2학년), ‘봉하마을과 화포천에서 찾은 미래지속 가능한 삶’(3학년)을 주제로 다양한 김해를 체험할 수 있었다.
  1학년은 김해시 관광지도, 회현동 골목자료, 인터넷 자료들을 총망라하여 ‘레저 체험’, ‘해반천 따라 자전거 여행’, ‘가야가 궁금해’, ‘별을 보는 밤’, ‘가야의 거리’, ‘김해 예술 탐방’, ‘회현동의 반전 매력’, ‘경전철 타고 김해유적관광’ 등 모둠별로 코스를 짜고 계획을 세워 38개 여행을 떠났다. 2학년은 ‘행복한 나눔 프로젝트’로 김해 시민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프로젝트다. ‘해반천 정화’, ‘탈핵 서명 받기’, ‘벽화 그리기’, ‘김해 인물 알리기’, ‘유치원 교육봉사’, ‘공원 나무에 이름표 걸기’ 등 40개나 된다. 하루 종일 김해 시내를 골고루 돌아다닌 1, 2학년 학생들은 박람회 형식으로 ‘김해 프로젝트’를 발표해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전재민 학생은 “우리 모둠은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김해의 환경개선을 위한 연구를 했다. 사람이 소비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하는 등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오는 11월에는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진로 프로젝트(1학년), 김해와 만나는 행복한 나눔 프로젝트(2학년), 봉하마을과 화포천 프로젝트(3학년)를 진행할 계획이다. 3학년은 마을의 자원인 봉하마을의 자연생태와 친환경 농업, 그리고 대통령 사저에 담긴 건축가의 철학 이해, 봉하마을 속 민주주의 실천 사례와 화천포의 습지생태계를 알아볼 계획이다.

 

  학생들의 벽화 작품

 

 

 

너, 나, 우리가 함께 만드는 ‘봉명중학교’
  가르치는 것에서 자기 효능감과 보람을 느낀다는 열정 넘치는 선생님들과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는 학생들이다.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통한 교육은 학생들에게서 더 잘 드러난다. 학년별로 이뤄지는 프로젝트 수업은 그 연속선에 놓여있다.
  또한 학교생활규정을 만들기 위해 전교생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 등 교사들의 열정과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이 지금의 봉명중을 만든 일등 공신이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전진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 큰 힘이 된다. 프로젝트의 가이드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예전에는 교육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답을 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질문으로 되돌려준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기다려준다. 수많은 질문 속에서 아이들은 방향을 찾고 답을 찾아나간다. 물론 실패도 많이 하지만 경험 속에서 선생님들도 함께 성장한다.” 봉명중학교의 혁신모델을 만들어온 송순호 교사의 설명이다.
  채용기(교무부장) 교사는 “올해 봉명중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교사들의 열정이었다.”며 “120% 역량을 뿜어내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아이들도 더욱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생님의 삶의 발자취는 아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해오고 있는 봉명중학교 2학년 학생들. 한복입고 외국인과 사진 찍기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진로직업체험 프로젝트 활동

 

난타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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