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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온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웁니다”

글_ 이순이 본지 편집장

 

1. 마을선생님과 아이들

 

 

작은 학교가 유독 많은 강원도. 1982년 이후 강원에서는 446개의 학교가 사라졌다.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도시의 학교로 진학한 후 다시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학교가 사라지자 마을도 조금씩 황폐해져갔다. 빠르게 감소하는 학생 수 문제는 강원도의 큰 고민거리로 교육청은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마을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학교혁신을 뿌리 깊게 하는 힘이 바로 마을교육공동체에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

 

2. 교실로 들어간 마을선생님의 한국사 수업(영월고)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란 마을의 여러 자원을 교육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마을의 공간, 역사, 사람을 알고 사랑하며 마을을 복원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으로 강원도교육청은 2016년 마을교육공동체 추진단을 구성한데 이어 2017년에는 마을교육공동체를 확대 운영하고 연구회, 연구학교 등을 운영하였다. 즉 마을과 학교가 만나는 모든 곳이 마을교육공동체이며, 이를 통해서 지역의 교육 역량을 키우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삶을 이끌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온마을학교’, ‘마을선생님’, ‘학교협동조합(체인지메이커)’, ‘행복교육지구’ 4가지 사업이 촘촘히 맞물려 돌아가며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를 형성한다. 

 

3. 마을의 지원으로 학교에서진행한 천체관측(영월고)

 

 

‘온마을학교’로 지역사회가 뭉쳤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교육공동체인 ‘온마을학교’는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의 핵심이다. 춘천 드름지기 학부모는 신남초 학생들과 학교 텃밭 가꾸기를 비롯해 드름산 생태교육, 마을 사진전 등을 진행하며 나고 자란 마을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강릉청소년마을학교 ‘날다’는 지역청소년들이 참여하여 인문학 토론학습, 프로젝트 학교, 사람책 도서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교과서 밖, 학교 밖의 배움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첫해 12개 온마을학교로 시작하여 지금은 20여 개로 확대 운영 중이다.  


또한 강원도교육청은 지역 내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분야의 마을선생님을 위촉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교과 및 창체시간에 협력교사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강원 지역의 특징과 문화적 정서를 고려하여 춘천, 원주, 강릉지역은 단위학교 중심으로 ‘도시형’ 마을선생님(785명)을, 영월, 평창, 홍천, 화천 등의 지역은 교육지원청 중심으로 ‘전원형’ 마을선생님(1,267명)을 위촉하였다.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지역 멘토인 마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체험과 생활상담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학교와 마을선생님 간의 적극적인 협력은 교육효과를 배가시킨다. 영월고등학교는 한국사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배우면서 미디어 기자박물관의 고명진 마을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미디어 자료를 활용한 수업으로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과학 ‘태양계와 지구’를 배울 때는 별로마천문대의 서지나 마을선생님이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학교를 방문했다. 마을선생님의 지도로 과학교과서를 벗어나 실제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측할 수 있었다.


지식으로 배운 것을 온마을학교, 마을선생님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배움’에 한 발 다가간다. 그리고 배움은 ‘앎’에서 그치지 않았다. 

 

 

‘앎’과 ‘삶’을 연결하다


‘앎’과 ‘삶’을 연결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체인지메이커’이다. 체인지메이커는 체인지(Change)와 메이커(Maker)의 합성어로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자기주도적 문제해결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을 말한다.

강원도교육청에는 현재 10여 팀의 청소년 체인지메이커가 활동 중이다.

 

4. 사내고 텃밭 동아리


 

강원도교육청 현정희 주무관은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이곳을 떠난다. 우린 이곳에 남아서 강원도를 새롭게 만들어줄 새로운 일꾼을 키워내야 하는 숙명이 있다.”며 “새로운 방식의 학습이 필요했고 그것이 체인지메이커”라고 소개했다. 체인지메이커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생소한 선생님들에게 교사연수나 한 번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사내고 체인지메이커 교사 1호로 불리는 유은숙 교사는 이날 이 연수를 통해 체인지메이커가 지역 내 어려움을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학교로 돌아와 바로 ‘체이지메이커’를 준비했다.


매주 수요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자’라는 주제로 교사 체인지메이커 연수를 진행하여 문제 찾기, 공감하기, 솔루션 찾기, 행동하기, 퍼뜨리기 등 일련의 문제해결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본 뒤 청소년 ‘체인지메이커’를 만들었다.


교사 내부 협의를 거쳐 각각 교과목에서 마을을 더 깊이 알고 마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연결시켰다. 수학시간에는 마을 관광 통계를, 일본어시간에는 마을 홍보영상을, 과학시간에는 마을 식물사전 만들기를, 그리고 학생 동아리활동으로 ‘사내 온마을학교 텃밭’ 등을 운영하였다.

 

 

지역문제 해결하는 우린 ‘체인지메이커’


사내고 체인지메이커가 첫 관심을 보인 문제는 바로 축제 때 생겨나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였다. 쓰레기가 무단 투기된 현장을 촬영하여 기록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설문조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시민의식의 부재와 쓰레기통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마을축제 중의 하나인 화천 산천어축제에 적용해 보았다. 쓰레기통이 위치한 곳을 표시한 지도를 만들고 쓰레기 관련 이벤트와 UCC를 만들어 SNS 홍보 계획을 세워 화천군청을 찾았다. 하지만 이미 예산편성이 끝나 지원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와야 했다. 첫 도전은 쓰디썼지만 그 과정은 고스란히 자산으로 남았다.

 

5. 마을 어른들과 함께 하는 체인지메이커 캠페인(사내고)

 


이후 화천 토마토축제에 참여해서는 다양한 이벤트와 SNS 홍보를 겸해 마을 어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아이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토마토축제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 3배 이상 늘었으며 매출도 역대 최대였다. 김연홍(3학년) 학생은 “처음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할 때는 막막했다. 어른들을 만나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작은 결과물들이 쌓이면서 이젠 ‘실패해도 괜찮다’는 구호를 외치며 친구들과 힘을 내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학교 앞 도로에 등을 설치했다. 학교 앞 도로가 너무 어두워 불편했던 학생들이 직접 교육청을 방문해 브리핑을 했던 것. 관계자들의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냈고 지상 등은 농작물의 피해를 우려해 바닥 등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전 세계에는 3천여 명이 넘는 사회혁신기업가들이 있다.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크든 작든 행동을 통해 무언가 변화를 만들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감으로 연결되고 더 큰 문제에 도전하는 계기가 된다.

 

 

 

마을의 다양한 자원이 총동원되어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 그리고 아는 것을 자신의 삶의 문제로 가져와 해결해 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 마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사내고 체인지메이커 1호_ 유은숙 교사  “앎과 삶이 연결되는 지점에 체인지메이커가 있었다”
 

 

Q  마을교육공동체 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마을선생님의 도움으로 ‘사내 온마을학교 텃밭’ 동아리를 운영했다. 수박, 옥수수, 배추 등을 재배해 옥수수는 판매하고 배추는 수확해 김장을 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쌀과 함께 전달해 드렸다. 마을 어르신도 아이들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텃밭을 통해 직접 심고 가꾸고 수확하면서 환경의 중요성과 노작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Q  체인지메이커 활동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아이들이 처음 관심을 갖고 도전한 것이 축제 후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였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청을 찾아다니고, 어두운 통학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에서 브리핑도 자처하였다. 마을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던 아이들이다. 이것이 바로 앎과 삶이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런 아이들의 열정에 사내읍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Q  체인지메이커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사는 촉진제와 같다. 아이들이 무대에서 놀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지만 마을에 어떤 축제가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잘 모른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다 한 거야”라고 말하지만 고비마다 교사가 제공하는 소스나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계기가 되어 행동으로 이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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