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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시흥혁신교육지구 교육청-학교-지자체가 힘모아 ‘교육생태계’ 조성

글_ 이순이 본지 편집장

 

 1. 시흥시 능곡마을축제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학교는 마을과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으며, 학교 울타리 안의 제한된 교육만으로는 분명 세상을 배우는데 한계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학생ㆍ학부모ㆍ교사 외에 지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수년 전부터 혁신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아이들을 길러낸다는 의미에서 ‘혁신교육지구’ 정책을 추진해왔다.

 

 

 김윤식 시흥시장

 

“아이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


 Q  2017년 시정 목표를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정하며, 일 가정 양립, 아동친화 도시 사업 등을 추진하고 계신데, 이를 집약한 개념인 ‘시흥아이 정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십시오.
  그동안 시정 목표인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았고, 생애주기 맞춤형·종합지원도 해왔다. ‘시흥아이’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온 도시가 함께 고민한 시민자치력의 결과물로 임신, 출산, 청년, 결혼 등 전 영역에 걸쳐 지역사회 곳곳에 확산 중이다. 급식비를 제외하고 시흥시의 한 해 교육예산이 110여억 원 규모다. 도로 1km를 정비하는데 드는 예산과 맞먹는다. 시흥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봤을 때 도로 1km를 정비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훨씬 미래지향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하고 있다.


 Q  강조하고 계신 ‘시민자치력’이 무엇이고 시민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시민의 자치력은 시흥시가 여러 행정 분야에서 성장하는데 바탕이 되고 있다. 시민자치력의 대표적인 사례가 시흥 마을축제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꿈꾸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할 필요가 있었고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학교가 중심이 된 마을축제를 기획했다. 이런 경험이 시민의 자치력을 성장시켰고 교육 분야에도 협력의 변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지역주민의 힘으로 행복교육박람회를 개최했는데, 70곳의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교육에 대한 갈증과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자치행정과 교육행정이 뒷받침된다면 학교와 지역사회는 무한성장을 할 수 있다.


 Q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협력이 강화되는 모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인데, 올바른 교육자치와 지방 자치의 협력 모델이 있다면?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각기 다른 조직이 정책이든 사업이든 하기 위해서는 한공간에서 구상단계부터 함께 하고 필요하면 조사도 함께 하면서 생각의 격차를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행 법제도에서는 특별자치기구를 만들 수 없기에 교육청소년과 내에 ‘행복교육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시청-교육청-학교현장 교사-학부모-학생이 한공간에 모여서 의논하고, 조사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각자 위치에서 책임 있게 시행하자는 것이다.

 

 

2. 교육협력 실무협의체

 

 

교육과 행정의 만남 ‘시흥혁신교육센터’
  2011년 경기도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시흥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교육청-학교-지자체가 힘을 모아 교육생태계를 조성해 온 시흥시의 사례는 지자체의 의지가 교육생태계를 얼마만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혁신학교에서의 오랜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행복교육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박현숙 교사는 “지자체는 교육행정이란 명목으로 교육경비를 세우고 집행을 하지만 학교 사정을 잘 모른다. 대부분의 교육경비를 시설에 지원하고 있었다.”며 “시흥혁신교육지구의 가장 큰 성과는 기존의 시설 사업 중심의 경비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의 문화, 수업, 교육과정,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시흥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초기단계에서부터 혁신교육연구회 교사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기에 가능했다. 또 박 교사는 “당시 교육청-학교-지자체의 일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과 상임위원회가 꾸려졌는데, 시에서 교육청소년과장님과 시장님이 협의회에 꼭 나오셨다.”며 “그 자리에서 논의된 사항이 바로바로 행정에 반영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았고 이후 교육청의 교육장님과 교수학습과장님도 정례적으로 참석이 이뤄져 교육청-학교-지자체의 협력이 견고해졌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2015년 4월경에는 교육전문가와 행정전문가가 한 공간에서 모여 시흥교육을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취지로 ‘행복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하였다. 


  이처럼 교육과 행정 간의 협력이 견고해지면서 최근에는 사업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개선까지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 교육과 행정의 칸막이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시흥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밀도 높게 다가가기 위해 교육지원청의 분야별 장학사, 시 교육 관련 행정지원부서 24팀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실무협의를 개최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시흥창의체험학교와 마을교육과정(시흥혁신교육지구 시즌2), 즐거운 자기주도학교(일반교육경비), 청소년 종합예술제(학생자치), 시스터스쿨(청소년국제교류), 키네틱아트와 아트캔버스(문화예술), 평생학습마을, 청년협업마을, 다문화 대안학교, 학교도서관 책받음서비스 등의 사업부터 갯골, 시화나래마린페스티벌, 시흥에코센터, 학교 텃밭, 도시농업박람회 등의 행사까지 총망라하여 현 교육지원 방향을 다양한 시각에서 면밀히 진단할 수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학교 교육과정과 시흥시의 교육 사업을 매칭하는 행정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었다.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교육 사업을 한데 모으고 행정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교사들은 원클릭을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만 하면 교내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전문 강사를 파견 받을 수 있으며, 학교 밖 마을체험도 손쉽게 가능해졌다.

 

 

3. 시흥시 행복교육박람회

 

 

 

4. 5. 장곡중학교 마을벽화 봉사와 모내기

 

 

 

배움에 학교와 마을이 하나가 되다
  올해 9년차 혁신학교인 장곡중학교(교장 박석균)의 텃밭 운영도 생명농업기술센터와의 매칭으로 가능했다. ‘도시 농부’라는 주민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600평의 논에 볍씨를 뿌려 못자리를 만들고 모내기와 잡초 및 피뽑기 과정을 거쳐 벼를 베고 수확하여 쌀을 판매하였다. 그 수익금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나비기금으로 기부했다. 박석균 교장은 “벼농사는 1학년 자유학기 교과통합 프로젝트로 운영하였는데, ‘쌀나무’가 아닌 식량, 생명, 환경, 마을을 지키는 벼에서 생산된 쌀이라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아이들을 도와주는 주민이 계시지 않았다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교육이었다.”고 설명한다.


  장곡중학교는 그동안 마을주민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3년째 마을주민과 함께 만들어온 장곡노루마루 마을축제는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장곡초, 진말초, 응곡중, 장곡중, 장곡고가 모여서 축제일정을 확정하고 중학생이 중심이 되어 마을축제 기획단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학교, 장곡마을 아파트 대표자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노인회, 부녀회, 새마을 봉사단, 각 학교 학부모회, 동사무소를 비롯한 마을의 모든 주민단체가 아이들의 축제 준비를 도왔다. 박 교장은 “축제 장소, 프로그램을 두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기도 했지만 토론 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아이들은 마을축제를 통해서 정형화된 학교,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배우고 마을이 삶의 일부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소외했다.  


  어디 그뿐인가? 시흥시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학교 안 체험교실(목공실습실)은 정규일과 중에는 아이들의 수업을 하고 저녁 7시부터는 마을주민에게 개방되어 마을주민의 목공소가 된다. 마을 어르신이 아이들의 ‘사람책’이 되는 휴먼 라이브러리는 이미 아이들의 마음속에 뿌리내렸다. 한창 공사 중인 ‘어울림 공간’(교육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학교 안 카페테리아)도 청년 창업가 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실내 인테리어와 야외 카페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마을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마을의 주인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마을교육공동체는 딱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경기 혁신학교_ 장곡중학교
혁신교육의 철학을 공유하는 일에서부터 출발

 


  장곡중학교는 올해 9년차 혁신학교로서 경기 혁신교육의 선도 모델로 손꼽힌다. 초창기 혁신교육을 리드했던 교원들의 상당수는 이미 학교를 떠났지만 장곡중에서는 여전히 전교원이 함께 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통한 수업혁신을 학교 운영의 중심에 둔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윤정 혁신부장은 “다른 학교에서는 모두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한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방법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 유행이 되기 때문에 ‘한 명의 학생도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고 수업의 주인으로 만든다’는 철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장곡중도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원들의 이동이 잦은 편이다. 올해에는 35명 중 10명의 교원이 새로왔다. 이런 환경에서 장곡중은 매년 2월말 5일간의 자체 연수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신규·전입·기존 교사가 함께 새 학기 교육과정을 만들고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전입 교사들이 학교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지원하는가 하면, 교육과정에도 충분히 의견을 듣고 보완하여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밖에도 학교 안 전문적학습공동체(연간 60시간), 수업고민과 수업성장을 도모하는 전체 제안수업(연5회), 학년별 공개수업(연5회), 독서토론(월1회), 수업보기모임(월1회) 등 공동체가 함께 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학년 중심의 조직 운영은 교사들이 소통하고 협력하는데 가교역할을 한다. 학년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교 조직을 최소화하여 학년과 담임 중심의 조직으로 전면적으로 재편성하였다. 이윤정 혁신부장은 “학년 체제로 앉다보니 서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수업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배움에 중심을 두고 수업공개를 하면서 교사들도 성장을 경험하였고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장곡중의 ‘수업개선 솔루션’도 서로 수업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수업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을 때 장곡중 교사들은 “그럼 우리 학년에서는 무엇을 해볼까”라며 적극적으로 변한다. 스스로 꽤 괜찮은 교사라는 자부심이 있고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아주는 동료가 있다는 믿음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