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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삼성중학교 - 경쟁력 키우며 ‘가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

글_ 한주희 본지 기자

 

충북 음성군 마이산 남쪽으로 나지막한 구릉지에 자리한
삼성중학교(교장 홍석중)는 전형적인 농촌학교다. 전교생 147명으로 한 해 신입생 수는 40명을 웃돈다. 이 학교는 최근 인근 지역은 물론, 도시지역 학생들에게도 ‘가고 싶은 학교’로 꼽힌다. 올해 신입생 48명 중 6명은 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다. 학교장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 또한 입학을 묻는 학부모들과의 상담이다. 홍석중 교장은 “지역 외 학교 출신 입학생이 10% 이상이다. 농어촌 지역 학생 수의 자연감소에도 불구하고 2017학년도 입학생은 작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고 말한다.

 

 

농어촌 거점별 우수중학교로 우뚝


“음성군은 전통적인 농업 군으로 예부터 양질의 농·특산물을 생산해 왔지만, 1987년 중부고속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기업체들이 입주하면서 60%에 가까운 학부모가 회사원이거나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학교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요.”
홍 교장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와 환경을 조성해 주는 노력에 힘을 쏟았다고 덧붙인다. 2013년 교육부 지정 농어촌 거점별 우수중학교 선정은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선진형 교과교실과 특별실을 증축하고 교과별 다양한 체험학습과 특기적성교육, 동아리활동 등의 지원으로 학생들은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북카페, 체력단련실, 진로상담실, ICT실 등 각종 설비를 갖춰 특기적성 활동과 스마트 교육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한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야간돌봄공부방 ‘반딧불이’는 소그룹 맞춤식 수업을 지원한다. 학력향상과 보충학습이 필요한 학생을 우선 선발해 국·영·수·사·과 교과에 대한 야간 특별수업을 지원하고, 칸막이 독서대를 설치해 학습여건도 마련했다.
3년 동안 독서, 한자, 영어, 컴퓨터, 예체능 분야에 자신의 목표를 세워 실천하는 ‘삼성 청소년 성취 5품제’는 4박 5일간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다. 그동안 일본, 필리핀 등을 다녀온 학생들 중에는 비행기를 타거나 해외로 나가본 경험이 처음인 아이들이 대다수. 올 3월에는 신입생 48명이 2·3학년과 함께 강원도 평창 용평스키장으로 ‘새내기 스키캠프’도 다녀왔다. 아이들은 넘어지는 법부터 질주요령 등 기본 스키기술을 배우며 선후배간 돈독한 정을 쌓았다. 1학년 김동하 양은 “생전 처음으로 스키를 타봤다.”며 “서먹했던 학기 초에 친구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웃는다.

 

 

문화의 장으로 개관한 예문당의 노래연습실. 점심시간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각종 운동기구가 마련된 체력단련실

 

   

학교 역사관                       소규모 테마형 체험학습 희망자 모집 안내가 복도 창문에 붙어 있다.

 

교과교실은 모둠학습 모형으로 이뤄져있다.

 

            

수준별로 운영되는 학생활동중심 수업      선진형 교과교실 구축으로 층마다 홈베이스가 마련돼 있다.

 


OMR 카드 없는 100% 서술·논술형 평가

  현재 스키캠프와 해외교육문화 탐방은 물론 천체관측, 지질답사, 드론동아리 등은 지역사회의 교육기부와 동문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교생 교복 지원과 장학금 등에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교육이 뿌리 내린 삼성중은 운영에 있어서도 학교 간 수업공개에 나서는 한편, 주변 초·중등학교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충북 도내 학교에서 주목하고 있는 삼성중의 시도는 평가의 혁신이다. 삼성중은 주요 과목을 비롯한 모든 교과
시험을 OMR카드가 없는 서술·논술형 지필형태로 바꾸고, 과정중심의 수행평가 비율을 최소 40%에서 100%까지 반영하고 있다. 김은선 부장교사는 “OMR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항상 100점이던 아이가 논술한 답을 보고 그동안 이해를 잘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매번 낮은 점수를 받던 아이가 디테일에서 떨어져도 나름의 논리성을 잘 갖추고 있었다.”고 말한다. 객관적인 평가기준과 채점을 위한 충분한 시간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평가”라는 데는 모두가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평가 혁신을 통해 거둔 또 다른 성과는 수업의 변화다. 수업이 이뤄지는 교과교실 대부분은 모둠형태로 이뤄져 있다. 김 부장교사는 “수업이 이벤트로 끝나는 이유는 평가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며 “학생활동 중심 수업이 모든 교과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를 위한 수업연구도 활발하다.”고 말한다.

 

 

야간돌봄공부방 ‘반딧불이’ 칸막이 독서대

 

   

학생들 작품으로 꾸민 교실 창문

 

학생 중심의 교육활동, 학생자치

  교육활동은 학생자치가 중심이 된다. 학교행사가 열리면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체육대회는 사회부터 경기 운영·심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학생회 주도로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해외연수 대상자 선발과 모범상 심사에 참여해 수상자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해외연수 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학생 심사위원 6인과 교사 1인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학생 2~3명이 팀을 짜고 ‘자신이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프레젠테이션(PT)을 한다. 성적우수자가 아닌 학교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학생들에 대한 아이들의 심사는 더 꼼꼼하고 객관적이다.
  소규모 테마형 체험학습도 학생들이 주도해 체험 내용을 선정하고 계획한다. 30여 개의 진로노선 가운데 희망에 따라 10인 이내의 소규모 그룹을 편성하고, 2박 3일간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이때 아이들은 주어진 각종 ‘미션’을 수행하며 정해진 돈에서 무엇을 먹을 지도 서로 논의해 결정한다. 유성부 교감은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활동이 진행된다. 원하는 아이들이 무학년제로 모이면서 선후배간 갈등과 폭력도 사라졌다.”며 “자기주도적으로 뭔가를 했다는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이들이 눈에 보인다. 수업시간에 아무 말도 안 하던 아이가 이런 걸 잘하는 구나 알게 된다.”고 말한다.

 

 

홍석중 교장(맨 오른쪽)과 교직원들

 

주목! 삼성중의 소통 문화

삼성중학교 교장실에는 한쪽 문이 없다. 365일 언제나 개방돼 있어 교사, 학생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다. “겨울에는 춥다.”며 웃는 홍석중 교장은 지난해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후 교장실 문패도 ‘교육상담실’로 바꿨다.
“아이들도 수시로 와서 인사하고 갑니다. 오가며 눈도 마주치고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죠.”

홍 교장 부임 이후 교직원 회의문화도 달라졌다. 오는 순서대로 앉아서 원탁회의로 진행한다. 회의를 주재하고 이끌어 나가는 건 교사들이고, 교장·교감은 최대한 뒤에서 말없이 듣는다. 김은선 부장교사는 “회의시간은 길다. 3~4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3차례 이상 할 때도 있다.”며 “그래도 회의 결과가 100% 수용되기 때문에 다들 열정적이다.”고 말한다.
교직원은 물론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삼성중학교’ 소속의 명함이 있다. 행정 실무원, 조리사, 조리원도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한다. 소규모 테마학습 여행에는 이들 모두 1팀의 인솔자가 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선생님’으로 따르고 있다.
특히, ‘독서마라톤’은 학부모와의 소통 채널이다. 학년별로 카톡방을 만들어 매일 짧은 글을 올리는 데, 전체 학부모의 절반 이상인 60~70여 명이 매일 글을 읽고 느낌을 댓글로 올릴 정도로 활발하다. 또한, 반별로 SNS인 밴드를 개설해 급식사진을 올리고 교육활동을 안내하는 등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학부모의 민원도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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