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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북초등학교 꼬마농부 프로젝트 - 자연 친화적인 삶,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

글 _ 편집실

“학교 안에는 논이 있어요.” 

“친구들과 마을둘레길 지도를 만들었어요.”  

“도서관 2층 다락방도 우리가 설계한 거예요.”


  광주북초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다. 격려해주는 교사, 학교의 교육과정을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학부모, 함께 어울리는 행복을 아는 친구들, 기꺼이 전부를 내주면서 최고의 놀이터로 변신하는 자연이 있는 곳, 바로 광주북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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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고 나누는 삶 배우는 ‘꼬마농부 프로젝트’

  광주북초(교장 김준영)에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특별한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논’이다. 학교 내 텃밭을 논으로 탈바꿈해 전교생이 함께 벼농사를 짓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꼬마농부 프로젝트’는 입지적 특성을 살린 광주북초만의 생태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볍씨를 심고, 정성 들여 작물을 키우고, 수확한 작물을 이웃주민과 나누면서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체험하는 학교만의 특화 프로그램이자 학교의 철학이 녹아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인근 농지를 빌려서 시작했는데 작년부터는 학교 안에서 논농사를 짓게 됐다. 100평 정도로 규모는 작아졌지만 가까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자주 찾아가는 걸 보면서 관심도는 오히려 더 높아진 걸 실감한다.” 


  김준영 교장은 학교 울타리 안에 논을 조성해서 농사를 짓는 학교로는 전국 유일이라며 벼농사가 가능했던 것은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부모의 자발적인 참여로 200여 평 땅을 대여해주면서 ‘꼬마농부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농사를 짓고 있는 학부모의 재능기부로 농사교육도 가능했으며, 농사부 동아리 학생들을 중심으로 논 이름을 공모해서 ‘탄소는 줄이고 행복은 늘리고, 논’을 줄여 ‘고고논’이라고 명명한 것까지 학교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광주북초를 아끼는 마음은 비단 학생과 학부모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추수 시기에는 ‘가을추수한마당’이라는 학교행사를 통해 전교생, 교직원, 학부모, 동창회, 마을주민 등 교육공동체가 모두 모여서 낫으로 벼를 베고, 홀태로 알곡을 털어내는 등 전통 방식의 추수를 진행하면서 마을교육공동체의 연대 의식을 더욱 강화해오고 있다. 


  초창기부터 ‘가을추수한마당’에 참여해온 강다연(5학년) 학생은 “농사는 쉽게 체험해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매년 할 수 있어서 좋다. 밥 먹을 때 벼가 자라서 식탁까지 올라오는 과정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밥을 잘 남기지 않게 된다.”라고 말한다. 



광주북초는 학교 내 텃밭을 논으로 탈바꿈해  전교생이 벼농사를 짓고 있다. 학교 울타리 안에  논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광주북초는 학교 내 텃밭을 논으로 탈바꿈해 전교생이 벼농사를 짓고 있다. 학교 울타리 안에 논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광주북초등학교 전경광주북초등학교 전경



아이들의 삶에 스며드는 다양한 생태·환경교육

  벼농사 외에도 학교의 생태교육은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소규모학교이기 때문에 학군을 묶어 운영하는 교육과정이 많은 광주북초는 1~2학년이 함께하는 ‘마을둘레길 걷기’, 3~4학년이 참여하는 하천생태탐구, 5~6학년의 경우에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교육의 일환으로 자전거 교육과 자전거 수학여행을 하면서 자연을 소중히 지키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아이들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애쓰고 있다.


  김 교장은 “현재 전교생이 74명이다. 그중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13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도심에서 살지만, 학교의 교육철학에 공감해서 찾아오는 학생들이다. 왕복 1시간 내외의 거리면 가깝다고 할 수 없는 거리임에도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생들의 등하교를 해주신다.”라면서 학교의 생태·환경교육에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육과정 운영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먼저 매년 교육과정 재구성에만 꼬박 두 달간 공을 들이고 있다. 강사초빙연수, 내부 교사들을 중심으로 매주 화요일에 갖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까지 교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게 사실이다. 5학년 담임을 맡은 문은주 교사는 “6개 학년에 8명의 교사가 있는데 그중 6명의 담임교사는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정 재구성, 교사연수,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같은 연구모임에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것 같다.”라면서 “더디게 가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안에 함께 길을 찾아가는 학교의 문화가 좋다. 나의 삶의 형태도 학교를 통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낀다. 많이 배우고 있다.”라며 학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영주 교감은 “우리 학교는 담임교사가 써야 할 에너지가 많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인데다 학년당 한 학급이기 때문에 담임교사 혼자 교육과정을 다 책임져야 하고 또 교육과정 재구성의 부담도 짊어져야 한다. 교사들을 보면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교사들의 열정에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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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벼농사 외에도 아이들의 삶에  스며드는 다양한 생태·환경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 텃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아이들학교는 벼농사 외에도 아이들의 삶에 스며드는 다양한 생태·환경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 텃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아이들



학교공간에 어떤 교육을 담을 것인가?

  광주북초는 1935년 지산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이후 2005년 광주지산초 북분교장으로 편입됐다가 2015년에 광주북초로 재승격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 학교 증개축에 대한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본교로 승격된 이듬해인 2016년에 학교증개축위원회를 결성했고 2018년에는 학교건축 전문가그룹(공주대학교 건축학부 고인룡 교수, P_P.Y 홍경숙 대표)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기획-디자인워크숍-보고서-설계지침서-제안공모’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공모를 통해 원건축사사무소도 설계자로 합류하면서 사용자 참여설계는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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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재구성에만 꼬박 두 달간 공을 들인 학교는 더디게  가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함께 길을 찾아가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교육과정 재구성에만 꼬박 두 달간 공을 들인 학교는 더디게 가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함께 길을 찾아가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광주북초의 증개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공공건축물 매뉴얼대로 이뤄진 건축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지금 이 시각 광주북초에서 삶을 살아가는 학생, 학부모, 교사, 교직원을 중심으로 한 학교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에 맞는 공간을 설계도에 구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치열하게 거치면서 뚜벅뚜벅 완성해 갔다. 물론 그 과정에는 정답이 없어서 회의에 회의를 반복해야 했고 교육청 질의에 준비하거나 예산과 싸움을 하는 등의 지난한 시간이 있었다. 

“건축교육가 홍경숙 대표가 학교로 찾아와 학생들과 함께 학교공간을 기억하고, 바람을 공유하고, 직접 설계하는 수업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또 교직원 워크숍, 학부모 워크숍 등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셀 수 없는 모임과 워크숍을 가지면서 학교공간에 어떤 교육을 담을 것인지, 그러기 위해선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를 전투적으로 고민했다.”

  소 교감의 말처럼 광주북초의 증개축은 학교 교육공동체의 생각을 세심하게 경청하고 공유하고 토론하고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이 꿈꾸는 학교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2020년 12월에 완공된 학교공간은 생활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학교 건물을 확장한 증축과 학교 교육공동체의 바람을 담은 개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과거를 추억하는 공간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공간이 공존하는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한효숙(3학년 담임) 교사는 “사용자 참여설계는 장단점이 분명한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설계하고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것은 너무 좋지만,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예산의 문제, 건축적 실현 가능성 등 어려움도 많았고 그것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설계한 교실과 공간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나 그 공간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도 잊히는 것 같다.”라며 학교 증개축에 참여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설계수업을 들었던 김단유(5학년) 학생도 “친구들과 함께 설계한 공간이 도서관이다. 우리가 상상한 공간이 만들어진 것을 보니까 기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라면서 “오랫동안 기억될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광주북초는 삶이 곧 교육이 되는 학교를 꿈꾼다. 김준영 교장은 “숙원사업이었던 학교건축이 완성된 만큼 더 많은 학생이 입학해서 광주북초의 생태·환경교육, 자연과 삶을 가꾸는 행복한 교육을 경험하길 기대한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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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공간에 어떤 교육을 담을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교육공동체가 함께 고민하며 완성한 학교 내부 모습학교공간에 어떤 교육을 담을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교육공동체가 함께 고민하며 완성한 학교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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