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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 최초의 인공지능고, AI 융합인재 키워낸다!

글 _ 편집실

  개교 이후 57년간 명실상부하게 전자·전기·통신 교육을 주도해왔던 광운전자공업고가 올해 광운인공지능고(교장 이상종)로 교명을 바꾸면서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최초의 인공지능고로 재도약에 나섰다. 올해 새롭게 인공지능 컴퓨팅과, 인공지능 전기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과를 신설하고, 복합체험공간인 인공지능교육체험관 개관식까지 마쳤다. 1호 인공지능고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학교의 비전을 들어 보았다.


광운인공지능고 내에 들어선 인공지능교육체험관. 체험관에는 인공지능  수업과 체험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다.광운인공지능고 내에 들어선 인공지능교육체험관. 체험관에는 인공지능 수업과 체험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년간 신입생 미달… 성장통 있더라도 학교 개혁으로 승부수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특화된 커리큘럼과 신뢰받는 도제프로그램으로 명성을 떨치던 광운전자공업고. 올해 2월에 열렸던 제70회 졸업식까지 포함하면 누적 졸업생만 4만 5천여 명에 달하는 전통 있는 직업계고로 손꼽힌다. 하지만 해마다 가속화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 증가로 신입생 모집에 대한 학교의 부담은 날로 가중되어 왔다. 


  학교는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인공지능(AI) 고등학교’ 사업에 지원했고, 사활을 걸고 준비한 끝에 2021년 6월 ‘스마트시티’ 분야에 선정되면서 침체됐던 위기를 벗어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상종 교장은 인공지능고를 준비하면서 변화를 꾀하던 2년여간 학교 전체가 성장통을 앓았다고 말한다.

“직업계고가 이대로는 가면 안 된다는 인식은 모두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2020년부터 인공지능고 준비를 시작했어요. 동문회 기수별 대표모임에 자료를 가지고 가서 설득하고, 이사회에 가서 수차례 발표하고, 지속적으로 교직원들을 독려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교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어요.”


  광운인공지능고에 재직 중인 77명의 교직원 중 인공지능을 전공하거나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교사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인공지능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먼저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기존 전공과목과 융합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커리큘럼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는 것. 당연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공지능을 자신이 가르치는 전공과목과 접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 새로운 분야를 받아들이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기술교육부장을 맡은 장종문 교사 역시 인공지능고로 변화해가는 과정은 엄청난 모험이었다고 말한다. 

  “저희가 전기·전자·통신, 정보컴퓨터 두 가지 과목으로 전문교과가 구성되어 있는데 정보컴퓨터 교사들의 거부감이 생각보다 컸어요.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배울 땐 인공지능 개념이 없었거든요. 학교에 있는 모든 선생님이 인공지능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판단하에 교육과정을 개편할 때 하이브리드 형태를 취하기로 했어요. 실제로 인공지능이 만능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교육과정 중 일부는 그대로 가져가기로 한 거예요. 현재의 방식으로 작동할 때 더 정확한 결과치가 나오는 교과목은 당연히 현 상태를 유지하되 시대의 흐름에 맞춰 조금씩 변화하기로 한 거죠.”


  그래서 총 5개 학과 중 3개 학과만 우선적으로 인공지능 융합교육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장종문 기술교육 부장교사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교사연수를 진행했다. 연간 60시간 연수에서 더 나아가 90시간 연수를 적극 권장하면서 인공지능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격려했고, 학과별로 30%의 교사는 300시간 전문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업무분담과 시간적인 배려도 해줬다. 덕분에 지금은 인공지능 관련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교사도, 교원학습공동체를 구성해서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교사들도 생겨났다. 


광운인공지능고 내에 들어선 인공지능교육체험관. 체험관에는 인공지능  수업과 체험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다.광운인공지능고 내에 들어선 인공지능교육체험관. 체험관에는 인공지능 수업과 체험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다.



학과 개편해 인공지능 관련 3개 학과 신설

  광운인공지능고는 지난해 ‘인공지능(AI) 고등학교’ 사업에 선정되면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인공지능 분야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하드웨어 구축 비용 3억 원을 지원받았다. 또 학과 개편, 컨설팅, 모니터링, 우선 연수 등의 기회도 얻었다. 전자·전기·통신 교육기관에서 인공지능 특성화 고등학교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통한 체계적인 컨설팅과 모니터링이 필수였다. 이에 한국중등직업교육협회와 미래융합연구원 전문가를 초청해서 학과 개편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점검도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탄생한 학과가 인공지능 컴퓨팅과, 인공지능 전기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과이다. 


광운인공지능고는 올해 AI 컴퓨팅과, AI 전기과, AI 소프트웨어과를 신설, 미래형  인재양성에 나서고 있다.광운인공지능고는 올해 AI 컴퓨팅과, AI 전기과, AI 소프트웨어과를 신설, 미래형 인재양성에 나서고 있다.


학교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 미래산업 먹거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 미래산업 먹거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인공지능 컴퓨팅과는 신경망 기반으로 인공지능 모델링에 집중하는 학과이다. 인공지능기술을 이용해서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미래산업 먹거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자율주행을 구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에 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기과는 내선공사와 승강기 설치·정비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 운영과 함께 여러 사물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되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전문가를 양성해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과의 경우, 인공지능에서 필수적인 코딩기술전문가와 빅데이터 전처리 단계인 데이터 수집·분류를 전담하는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신설된 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전자융합과에 재학 중인 김상우(3학년) 학생은 “기존 시스템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가 인공지능인 것 같아 매력적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인공지능 전기과에 재학 중인 소권영(2학년) 학생은 “학교에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좋다. 잘 배워서 사회에 나가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리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라며 변화하고 있는 학교에 거는 기대와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인공지능교육체험관 개관으로 창의융합교육

  학교는 2020년부터 인공지능교육을 위한 체험관 건립에도 주력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투자받은 1억 2천만 원에 혁신산업비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교육비 일부를 더해 총 4억여 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고 올해 4월 23일 개관식을 가졌다.


  체험관에는 가상/증강현실(VR/AR) 설계 및 체험존, 드론 체험존, 사물인터넷 체험존, 스마트팜, 블록로봇 등 인공지능 수업과 체험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다. 

  체험관은 지역주민에게도 개방 중인데 운영 초기임에도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할 정도로 예약과 문의 전화가 많은 편이다. 


  ‘인텔 AI LAB’ 수업도 체험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텔 AI LAB’은 교육부와 인텔이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사업으로 광운인공지능고에서는 ‘인텔 AI for Youth’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는 9명의 지도교사와 4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업내용은 인공지능의 개념, 통계 데이터, 컴퓨터 비전, 자연어처리와 같은 AI 기술역량을 기를 수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 AI 윤리 및 보안과 같은 사회적 역량까지 신장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작품이 ‘인텔 AI 글로벌 임팩트 페스티벌(Intel® AI Global Impact Festival)’에서 국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출품한 작품은 ‘AI 무드램프’로 기존 음성인식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감정을 파악해서 조명을 켜는 아이디어 작품이었다. 카메라로 사람의 얼굴을 찍어 눈, 입꼬리, 안면 움직임 등을 분석해서 감정에 따라 다른 색의 조명이 점화되도록 시제품을 만들어 출전했는데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회에 참가했던 전자융합과 홍기준(3학년) 학생은 “코딩이라고 하면 어려워서 꺼려졌는데 AI LAB에 참여하면서 공부해보니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개발한 작품이 사회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현재 체험관은 근면관 4층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추후 기존 시설 이동과 추가 예산 확보가 이뤄지면 건물 전체를 체험관으로 탈바꿈해 교내 학생들은 물론 중학교 진로체험, 각종 대회 개최, 초·중·고 교사연수 등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체험 거점학교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고 안착 위해선 정책적 지원 절실

  이상종 교장은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교명까지 바꾸면서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달려왔지만, 10월에 있을 입학설명회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인공지능고 선정과 구축 비용 투자에서 그치지 않고 정책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올해 2개교를 추가해서 총 10개 학교를 인공지능고로 선정했어요. 인기가 있다고 인공지능고를 추가 지정하기보다는 이미 선정한 학교에 국가장학금 지원이나 대학연계, 산업체 매칭과 같은 추가 지원이 이뤄져야 인공지능고 사업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고 직업계고 정원 미달 사태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학과명을 바꾸지 않은 전자융합과와 네트워크통신과도 2024년부터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공지능 네트워크과로 변경할 계획이라며 학교의 이 같은 노력이 미래사회에 필요한 AI 인재 배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청과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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