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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은여울중고등학교 - 삶을 가르치는 충북 1호 대안학교; 교학상장이 일어나는 ‘성장공동체’

글 _ 편집실


  2017년 학교 부적응 학생을 돕기 위한 치유형 공립대안학교로 은여울중학교가 개교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은여울고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와 돌봄 외에도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진로교육에도 교육목표를 둔 은여울중고등학교(교장 신현규)의 구석구석을 탐방하였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모임’을 통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 격려와 칭찬을 하면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학생들은 매일 ‘아침모임’을 통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 격려와 칭찬을 하면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은여울’ 맞춤 ‘성장공동체 프로그램’ 

  충북 최초의 공립대안학교인 은여울중학교가 2017년에, 은여울고등학교가 2021년에 문을 열었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와 돌봄 외에도 진로교육을 통해 꿈을 찾아주고 있는 학교는 고등학교의 개교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통합·연계 교육이 가능해졌다.

공교육의 책무로 남아있던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일관된 철학과 맞춤형 교육으로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 설립된 이 학교에 처음 발을 내디딘 학생은 1학년 12명, 2·3학년 22명 총 34명이었다. 당시 은여울중에 입학한 학생들의 사연은 제각기 달랐지만, 공통분모는 환경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치유와 돌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A), 분노조절장애, 자해, 자살충동이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중도탈락 위기에 처한 학생, 학교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 학업중단 중 장기 위탁교육을 희망하는 학생, 위기가정에서 폭언·폭행 등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학교에 장기결석하고 있는 학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만큼 일반교육과정이 아닌 아이들이 흡수할 수 있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교육이 절실했다.


  초창기 개교 T/F팀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충북대안교육연구회 소속 은여울성장공동체연구회 교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모형을 찾기 위해 학교, 치료센터 등 다양한 교육기관을 방문했다. 참관할 수 있는 수업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갔고, 수업, 실습, 회의, 세미나, 연구·토론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고민과 연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에서 운영한 ‘모닝미팅’을 참관하게 되었는데 함께 갔던 교사 모두가 ‘유레카’를 외쳤다.


“바로 이거야! 라고 모두 입을 모았어요. ‘모닝미팅’은 미국 치료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중독자 치료 프로그램인데요. 공동체를 형성해서 살면서 서로 협동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프로그램의 핵심이 치유와 회복을 통한 전인적인 성장에 있었기 때문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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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매일 ‘아침모임’을 통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 격려와 칭찬을 하면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학생들은 매일 ‘아침모임’을 통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 격려와 칭찬을 하면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개교 T/F팀부터 지금까지 은여울중고와 함께 해온 천선진 교사와 은여울성장공동체연구회 교사들을 중심으로 ‘모닝미팅’을 학교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고 현재의 성장공동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성장공동체에는 4개의 모임과 4개의 대표 프로그램이 있어요. 성장공동체의 핵심모임인 ‘아침모임’,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나누는 ‘저녁모임’, 질문·공감·존중·경청 등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전체 세미나’, 그리고 성장공동체의 통합과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비상총회’가 있으며, 모임의 성격에 따라 매일 또는 필요시에 열리고 있어요.”


  김현아 교감은 이 같은 프로그램은 불안정한 일상을 살아오던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심리적 안정, 자존감 회복, 주체적 배움, 나아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등의 눈에 띄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난타 프로그램심리난타 프로그램




‘소중한 나’를 깨닫는 시간 ‘아침모임’

  청명학생교육원을 전신으로 하는 은여울중고의 아침은 모두가 함께 하는 ‘아침모임’으로 시작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6년째 이어오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교직원과 학생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공동체철학과 생활철학을 암송하고 마음을 나누고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활기차게 하루의 문을 연다. 


“‘아침모임’은 공동체 인식을 강화하고, 협동과 배려를 통해 하루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어요.” 


  개교부터 함께해 온 김현아 교감은 아침모임의 효과를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철학암송’, ‘알림’, ‘잘할 수 있어요’, ‘칭찬 보따리’, ‘나눔’, ‘뉴스와 날씨’, ‘신나요’ 등 매일매일 반복해서 진행되는 45분이라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마음을 다잡고, 격려와 칭찬을 받고, 안정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에 중학교 1학년으로 입학해 현재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염태현 학생은 아침모임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아침모임은 나도 모르게 성장하는 수업인 것 같아요. ‘안녕, 여러분’이라고 말하면 친구들과 선생님이 ‘안녕, 태현아’라고 대답해주거든요. 그걸 들으면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작은 행동이 모두 존중받고 있구나 하고 느껴져요. 일반학교였다면 경험하기 힘든 감정이었을 것 같아요.”



풀·꽃·사람 원예 프로그램풀·꽃·사람 원예 프로그램


재봉 프로그램재봉 프로그램


생활목공 프로그램생활목공 프로그램




진로탐색·인턴십 통해 사회 ‘첫발’ 준비

  ‘아침모임’이 치유와 회복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라면 진로탐색과 인턴십은 학생들이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올해 은여울중학교 학생들은 생활목공, 재봉, 풀·꽃·사람 원예, 심리난타, 영상제작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전문 강사가 매주 화요일 오후에 학교로 와서 학생들과 3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한다. 3월 한 달간 여러 수업에 들어가 체험한 후에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1년간 집중적으로 탐색해보는 방식이다. 진로탐색 프로그램은 해당 직업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기능적으로 완성도를 높인다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있으면 무엇 때문에 포기하는지, 힘든 점이 무엇인지, 실패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지 등을 세심하게 안내하고 지도해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게 김 교감의 생각이다. 


  은여울고의 경우, 현재 순차적인 입학을 진행하고 있다. 순차적 입학은 한해에 한 학년씩, 3년에 걸쳐서 1/2/3학년 입학생을 나눠 받는 것을 말한다. 순차적 입학을 선택한 이유는 공간 부족이라는 물리적 문제가 주요했지만, 고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연구가 필요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올해 고1 9명과 고2 12명의 학생들은 각종학교법에 따라 보통교과 중 국어, 사회, 역사만을 공부하게 된다. 그마저도 일반학교의 50% 선에서 학습하고 나머지 교과나 체험활동 등은 학교 재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느끼는 책임감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교과협의회와 내부 교육과정평가 등을 통해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은여울고는 첫해부터 인턴십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진로탐색과는 달리 고교 진로교육은 인턴십을 통한 주체적 배움을 일으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고등학교 1학년 인턴십의 경우 직업·행복·주도적 삶 등 이론적 개념을 정립하는 데 집중하고, 2학년이 되면 한 달 정도의 단기 인턴십을 진행한다.


  3학년에는 한 학기를 할애하여 장기 인턴십으로 진행하면서 사회에 나갈 본격적인 준비를 하게 된다. 현장에 나가는 인턴십은 올해 고2 학생들이 첫 주자가 되는 만큼 이에 대한 사례연구도 체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점차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게 학교의 계획이다.


  은여울중을 졸업하고 지금은 은여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다니엘 학생은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찾았다.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는데 진로탐색을 하면서 클라리넷 연주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진로탐색보다 더 좋았던 게 몰랐던 나를 알게 된 거예요. 환경 탓, 남 탓만 하던 제가 생각하는 힘을 길렀고 다른 친구를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심, 그리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익혔어요. 은여울은 저를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입학 초기에는 학교적응에 어려움이 많았던 학생이었지만 교사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주기적으로 진행된 상담, 맞춤형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재는 음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이 되었다. 



은여울중고등학교는 교사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주기적인 상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고 있다. 은여울중고등학교는 교사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주기적인 상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고 있다.



치유형 대안학교, 회복과 성장이 있는 학교

  충북 1호 공립대안학교인 은여울중고는 삶을 가르치는 교육, 배움과 삶이 연결되는 교육, 한 아이도 교육과 성장에서 배제되지 않고 존중받는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치유형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요. 부적응 학생들만 모아서 학교를 운영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도 상당하지만, 실제 저희가 6년 동안 운영해보니 아이들이 정말 빨리 회복하고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현아 교감은 은여울중고가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돕기 위한 공교육의 보완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공교육의 선도재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일 년에 4회 진행하는 일일체험에는 전국에서 교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괴산에 위치한 청안중은 은여울중고에 교직원을 지속적으로 파견하면서 성장공동체의 철학을 교사들이 배울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 회복하고 다시 일어날수 있는 치유형 대안학교로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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