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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정산중학교 통폐합된 시골학교, 학생을 위한 ‘미래학교’로 재탄생

글 양지선 기자

충남 청양군의 작은 시골마을 정산면에 지난해 3월 새로운 학교가 문을 열었다. 인근의 중학교 세 곳(청남중·장평중·정산중)이 하나로 통폐합되면서 정산면 역촌리에 새롭게 터를 잡은 정산중학교(교장 장권수)다. 태양열과 지열을 활용한 제로에너지 건물과 학생이 중심이 되는 공간 혁신으로 학교는 최근 교육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우수시설학교’ 대상을 수상했다. 낡은 옛 교사를 버리고 미래지향적 교육 공간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정산중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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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청양군의 조용한 시골 마을인 정산면, 너른 들판 가운데 자리 잡은 현대식 건물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3월, 인근의 세 개 중학교가 통폐합되면서 새롭게 문을 연 정산중학교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외관은 일반적으로 학교 하면 떠올리는 네모반듯한 건물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세련된 건물 외관뿐 아니라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친환경 제로에너지로 설계된 기숙학교라는 점이다.


  학교는 건물 지붕을 빼곡히 채운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는 전기로 비용을 절감한다. 학교 관계자는 “한 달에 500만 원가량의 전기요금이 나오는데, 태양광으로 대략 600만 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에는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이 가동되는데, 땅속 200m에서 23℃로 유지되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면 계절에 상관없이 금방 데우거나 차갑게 할 수 있어 전력 소모가 현저히 적다.


  건물에 들어서면 ‘다목적홀’이라고 하는 탁 트인 로비 공간이 가장 먼저 반기는데, 천장에 전부 유리로 된 자연 채광창이 설치돼 있어 화사하게 햇볕이 내리쬔다. 스마트 유리라고도 하는 자연 채광창에는 빛 센서가 달려있어 자외선이 차단되고 일조량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덕분에 전등을 켜지 않아도 실내 공간이 환하다. 각 교실 창문에는 외부에 알루미늄 블라인드가 설치돼 햇빛을 막아주고 단열 효과도 뛰어나다.



복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현황판을 통해 에너지가 얼마나 절약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복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현황판을 통해 에너지가 얼마나 절약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태양열·지열 등 천연에너지가 학교 안으로

  일반적인 학교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내부 구조 역시 차별점이다. 학교의 중심이 되는 다목적홀은 1층부터 2층 도서관 앞까지 막힘없이 이어지는데, 학생들은 1층 마루의 소파에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2층으로 이어지는 휴게 계단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다목적홀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교무실과 교실 등의 공간이 마주 보는 형태여서 한눈에 학교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다목적홀에서 연결되는 라온도서관은 학생들이 가장 애용하는 공간 중 하나다. 학교 안내에 나선 김미숙 교감은 “학교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 도서관”이라며 “‘라온도서관’이라는 이름부터 도서관 내부 곳곳의 공간과 책상 종류까지 다양하게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따뜻하고 알록달록한 색감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도서관 내부에는 학생들의 취향에 맞춘 갖가지의 독서 공간이 마련돼있다. 모둠학습이 가능한 큰 테이블과 1인용 미니 책상, 소파, 카페형 테이블 외에도 책장 뒤편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뒀다. 도서관 안쪽에는 널찍한 마루 공간에 앉는 자세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빈백을 설치했다. 덕분에 딱딱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편하게 휴식하는 북카페 같은 도서관이 됐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방해받지 않고 누워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자는 모습도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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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도서관에는 학생들의 취향에 맞춘 갖가지의 독서 공간이 마련돼있다.
중앙의 큰 테이블에서는 모둠학습도 가능하다



학생의 목소리가 반영된 공간 구성

  학교 곳곳에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들이 눈에 띄는데, 대표적인 것이 2층 복도 한편에 있는 당구대다.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담아 당구대 3대를 구비했다. 학교 스포츠클럽으로도 당구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언제든 취미 생활로 즐길 수 있도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복도 공간에 설치했다. 1층 동아리실 앞쪽에 펌프 게임기와 코인노래방을 설치한 것도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것이다. 이외에도 여학생 화장실 안쪽에는 원목 소재의 파우더룸을 따로 마련해놓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1층에 만들어진 각 특별활동실에서는 주로 방과 후 시간에 1인 1악기 레슨이나 미술, 댄스 활동이 이뤄진다. 김 교감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라며 “교과학습뿐 아니라 감성을 키우는 특기적성 활동까지 사교육비 걱정 없이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전부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수업을 듣는 교실은 학년별 두 반씩 총 6개 학급으로, 2층에 일렬로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층별로 학년이 분리돼있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학급이 수평적으로 이어져 있는 게 특징적이다. 대신 교실 바로 밖에 있는 휴게공간은 칸막이로 구분해 학년별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이곳에서 바둑과 체스, 보드게임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각 특별활동실에서는 주로 방과 후 시간에 1인 1악기 레슨이나 미술, 댄스  활동이 이뤄진다.각 특별활동실에서는 주로 방과 후 시간에 1인 1악기 레슨이나 미술, 댄스 활동이 이뤄진다.



학생들의 의견을 담아 2층 복도에 설치한 당구대학생들의 의견을 담아 2층 복도에 설치한 당구대


지역사회를 위한 마을학교를 꿈꾸다

  정산중의 앞으로 목표는 학교가 오로지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를 위한 마을학교로 커나가는 것이다. 학교는 지어질 때부터 이미 지역 주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설계됐다. 건물 1층에는 교실 안에서 외부로 통하는 문이 총 15개가 있다. 지역주민들이 바깥에서 자유롭게 출입해 평생학습과 취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장권수 교장은 “앞으로 마을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동네 주민을 마을 교사로 모셔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산중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학교에 문턱을 없애고, 지상 2층 건물임에도 엘리베이터를 4대 설치해 장애학생에게도 접근성이 좋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간의 변화는 생각의 변화를 이끈다. 정산중은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더 큰 꿈을 꾸도록 돕고 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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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권수 

정산중학교 교장



Q1 학교가 기숙형 학교로 만들어진 이유는?

  3개 중학교가 통폐합하면서 청남면이나 장평면에서 오는 아이들이 통학하기에 거리가 꽤 멀어서 기숙사를 지었다. 보통 기숙사가 있는 중학교는 찾기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 단체생활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은 기숙사에서, 나머지 3일은 집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남녀 분리된 기숙사동에 4인실을 사용하고 자습실과 휴게공간도 만들었다. 기숙사 비용은 전부 무료로 지원되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 기숙사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전학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은 학구 내 학생들만 받고 있다.


Q2 학교 공간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응은?

  학교에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데, 학교 환경이 좋아서 스트레스가 없는 편이다. 학교 연면적을 전교생 126명으로 나누면 1인당 100㎡(약 30평)의 공간을 소유하는 셈이다. 또,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시설 등 최신 장비도 모두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정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교실 안에서도 탐구 토론 수업이 가능하도록 책걸상을 ‘ㄷ’자로 배치하려 했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를 두고 앉는 것이 중심이 되어 아쉽다. 공간이 변화함에 따라 수업 내용과 방식도 바꾸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Q3 올해 학교 운영 계획은?

  학생들의 자치능력함양을 강조하고 있다. 작년 12월에 학생회장선거를 마쳤고, 기숙사도 자치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는데, 이에 맞춰 학생들 스스로 자치능력을 키우고 참여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키우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예체능 교육도 강조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발전 가능한 학교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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