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포스트 코로나시대, 공동체 의식과 개인주의

글  김석수 경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공동체 의식은 강한 연대의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집단이기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첨단 과학 기술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어려움은 여전히 극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전(全)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는 세계인의 삶을 어려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코로나가 우리에게는 아픔이기도 하지만, 또한 세계인들이 우리 한국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늘 서구인의 삶과 문화에 나름 부러움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들의 삶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며, 또한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잘 보장되어있는, 게다가 복지시설을 잘 갖춘 안정된 사회로 우리에게 이해되어왔다. 그래서 우리 역시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그들처럼 발전시켜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서구 국가들의 모습은 우리가 그렇게 선망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속에 축적된 공동체 의식과 지금의 발전된 인터넷 문화를 통해 우리가 이번 사태를 대처해온 모습은 서구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기도 하다. 오래도록 개인주의에 익숙한 서구에서는, 특히 미국에서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봉쇄 조치와 마스크 착용 요구에 대해서 시민들이 협조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형태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세계를 주도해왔던 미국이 이번 사태에서 무려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들을 바라보며 미국과 유럽에 대한 우리의 선망 의식도 많이 희석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간접화와 추상화가 심해지면
서로 고립된 공간에서 자기만의 삶에 매몰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도 서구 추수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백색중심주의를 비판하였듯이, 우리 역시 이런 비판적 의식에 기초하여 서양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의식에서 깨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전통 속에 자리해온 공동체 의식이 천민 의식이 아님을, 우리의 첨단 인터넷 문화가 인권 유린의 문화가 아니라 새로운 소통과 연대의 문화임을 우리 스스로도 자평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는 이를 계기로 우리의 전통과 현대 문화에 대해 더 큰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서구를 추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를 넘어 세계의 주역으로 우리를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의 전통과 현대가 가진 장점에만 주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우리의 전통 속에 자리해온 공동체 의식이 이번처럼 강한 연대의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집단이기주의로 이어지거나 인권을 유린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공동체 의식이 서로에 대해 배제나 구속을 낳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인터넷 문화에서 아바타들을 통해서 출현하기도 한다. 사실 유사자유주의와 유사공동체주의가 우리 속에서 완전히 극복된 것이 아니다. 온라인 문화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거나 때로는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전통과 현대, 공동체 의식과 인터넷 문화가 서로 상생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서로 배타적인 소모적 관계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익명적이고 간접적인 관계가 증가하면서, 또한 속도에 떠밀려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관계가 심해지면서, 우리는 과거보다 우울과 혐오를 더 심하게 겪고 있다. 우리에게 찾아온 코로나는 이 같은 상황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 할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 사회이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사람들 사이의 간접적 만남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확산될 것이며, 우리들이 거주하는 공간도 훨씬 더 추상화될 것이다. 관계의 간접화와 공간의 추상화는 몸을 통해 서로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구체성을 상실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간접화와 추상화가 심해지면 서로 고립된 공간에서 자기만의 삶에 매몰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코로나가 그동안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가족의 소중함을 뒤로 해야 했던 우리의 문화에 가족을 되찾게 해주는 중요한 기반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도 저마다 자기 공간에서 인터넷에 묶인 채 살아간다면, 가정에 파고든 전자문화는 가족조차 해체시킬 수도 있다.

  코로나의 근본적 해결은 온라인에 있지는 않다. 코로나가 존재하는 오프라인의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온라인으로 달려간다고 해서 이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구생태를 고민하며 오프라인의 공동체를 건강하게 일구어낼 때만 우리의 온라인의 미래도 희망적일 것이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