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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맨얼굴의 진주를 만나다

글_ 강지영 명예기자(수필가), 사진_ 김경수 사진작가

 

 

 

진주는 유등축제의 도시다. 유등축제에는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유등 띄우기는 임진왜란 진주대첩 당시 왜군을 저지하는 전술에서 시작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이 전술은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사로서 이어져 내려왔다. 애도의 등불은 이제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늘이 열렸다는 개천절을 기념하는 날이 있는 계절이 오면 진주는 등불을 켜고 손님들을 맞아왔다. 막바지 찬바람이 나뭇가지를 휘감아 도는 겨울의 끝자락, 알록달록한 빛으로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먹먹함을 선사했던 진주는 화장을 지우고 있다. 빛이 꺼진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유등이 사라진 남강을 따라 화장을 지운 소소한 얼굴의 진주를 만나러 들어가 보도록 하자.

 

 

 

1. 2. 3. 진주성

 

 


진주성이 건네는 이야기 
  진주는 현재 유네스코 창의도시 등록을 한창 준비 중이다. 남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진주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세계인들과 더 많이 나누기 위해서이다. 시에서 창의도시 등록을 위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진주성인 만큼, 진주에서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이 진주성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전쟁의 아픔과 민초들의 삶이 서린 진주성은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성 대첩이 있었던 곳이었다. 성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촉석루다. 촉석루는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강에 몸을 던졌다는 의암바위 옆에 자리 잡은 누각으로 고려 고종 때 창건, 8차례의 중건과 보수를 거쳐 왔다. 전시(戰時)에는 진주성을 지키는 지휘본부로, 평화로운 시절에는 향시를 치르는 고시장으로 사용되었다. 6.25때 불탄 것을 시민들의 힘을 모아 진주 고적 보존회를 만들어 1960년에 복원한 것이 지금의 촉석루가 되었다.


  촉석루에 오르면 남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유히 흐르는 강과 화려한 촉석루 단청과 회색 성벽이 건네는 무언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 소리를 귀에 담은 채 천천히 발을 옮겨본다. 대나무 사이로 논개 사당이 보인다. 문을 들어서니 왜장을 끌어안고 강에 몸을 던졌다는 논개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초상화를 보고 있자면 논개가 ‘나라와 역사’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도 같다.   


  성벽을 따라 걷는다. 유등이 사라진 성곽을 지나 이른 곳은 경상남도 최초의 국립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진주박물관이다. 김수근 건축가의 고심이 엿보이는 진주박물관에는 가야문화뿐만 아니라 지리산의 역사와 남명 조식 선생과 후학들 이야기, 근대 민족 운동을 주제로 한 전시관들이 있다. 명종에게 올린 상소문인 ‘단성소’로 유명한 남명 조식관은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대비를 과부로, 임금을 고아로 표현한 단성소의 이면에 담긴 학자로서의 남명 조식의 사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월 28일까지 연장 전시하는 정유재란 420년 기념 특별전 <정유재란 1597>은 정유재란 관련 문화재 150여 점(보물 10건 15점 포함)을 출품, 인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4. 촉석루

 

5. 진주박물관

 

 

호수의 사색
  남강변을 따라 진양호로 향한다. 진양호는 낙동강 유역 최초의 다목적댐인 남강댐 건설로 만들어진 호수다. 남강과 덕천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남강댐은 진주시의 주요 식수원의 역할을 함은 물론, 댐을 중심으로 조성된 산책로와 전망대, 동물원 등으로 시민들에게 쉼터도 제공하고 있다. 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잔잔한 호수 위로 지리산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진양호를 찾은 손님들에게 호수가 건네는 또 하나의 선물인 셈이다. 전망대 아래로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설이 있는 일년계단이 이어진다. 365계단을 내려가기 전 만나게 되는 소원함에 2018년의 소원을 남겨본다. 새해 계획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일들을 새롭게 다지며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온다. 계단 끝, 티끌 한 점 없는 하늘이 도시의 맨얼굴이 되어 호수에 담긴다.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도시와 수목원
  진양호에서 내려와 강변도로로 들어선다. 촉석루가 보이는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문화예술회관, 연암도서관, 시청 등 특색 있는 건축물들이 나타난다. 김수근, 김중업 등 건축계 거장들이 남긴 작품들이다. 도시와의 조화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건물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도시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마천루의 토지주택공사와 말끔하게 정리된 도로, 하나둘 들어서고 있는 새 건물들을 지나가노라면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토지주택공사 건물은 ‘천년나무’를 형상화한 것으로써 진주를 방문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명물로 평가받고 있다.


  토지주택공사 내에는 토지주택박물관이 있다. 토지주택박물관은 ‘지혜로 지은 삶, 행복을 일구는 터’를 주제로 한국 주거문화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실물에 가까운 다섯 채의 집을 전시한 제1전시실과, 건축 재료와 도구를 통해 한국 건축기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제2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 소장유물을 소개하는 특별전 기획전시실도 마련되어 있다. 주거문화와 관련한 전시회로는 더없이 좋은 볼거리다. 더불어 프랑스에서 활동한 한국화가 이성자의 작품을 모아 둔 이성자 미술관도 놓치기 아까운 곳이다.    


  혁신도시를 나와 반성으로 접어들면 경상남도수목원이 있다. 다양한 꽃과 나무,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경상남도수목원은 산림과 동식물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자연생태 종합학습교육장이다. 경상남도수목원은 남부지방 자생종과 외국도입 수종 중 보존가치가 있는 식물 1,700여 종을 보유, 산림박물관을 비롯한 열대식물원, 야생동물원, 무궁화공원, 무궁화홍보관, 화목원, 산림박물관이 있다. 특히 산림박물관은 네 개의 전시실과 자연 표본실, 생태 체험실, 자연학습 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어 체험과 휴식에 더없이 좋은 명소의 역할을 하고 있다.

 

 

 

6. 진주 중앙광장 대나무숲길

 

 

7. 진양호

 

 

 

8. 9. 10. 토지주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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