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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이중생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_ 노규식 청소년소아정신과 의사

 

집에서는 착한 우리 아이,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의 어머니가 찾아왔습니다.
  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답니다. 아이가 친구하고 크게 싸웠다는 것입니다. 담임선생님을 찾아뵌 어머니는 더욱 충격적인 말을 듣습니다.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아이이지만 친구들과는 작은 의견 충돌을 일으키곤 해서 사이도 멀어지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는 아들은 그런 아이가 절대 아닌 것입니다. 위로 누나 셋의 늦둥이 막내아들로 태어나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인데다가 행여나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이 없어질까 싶어 더 바르게 키우려고 노력했다 하였습니다.
  아이를 직접 만나보니 정말 단정한 용모에 영특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학교생활에 대해 묻는 질문에 수업 내용은 평이하고 쉬워서 좀 재미없는 것 말고는 다 좋다고 했습니다.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 지 묻자, 반 친구들이 자신의 의견을 잘 들어주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같이 놀 때, 무엇을 하고 놀지, 모둠활동 시간 때 역할을 나누는 일 등 주로 사소한 일들이었습니다. 집에서 누나들이 의견을 들어주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 지 물었습니다. 의외로 “집에서도 누나들이 내 이야기 하나도 안 들어줘요. 전부 다 자기 마음대로 해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때는 왜 화를 안내느냐고 묻자 “엄마, 아빠도 다 누나들 편이고, 누나들이 나보다 힘도 세고 나이도 훨씬 많잖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나이가 많은 누나들이 마치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집에서 억눌려 있던 불만과 욕구를 학교에 와서 표현한 것입니다. 나이가 많고 큰 누나들에게는 포기해야 했던 경쟁을 또래들에게 하려고 하였고, 누나들에게는 졌지만 또래에게는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강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작은 것 가지고도 경쟁을 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그러다 안 되면 떼를 쓰거나 싸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중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유형
  이 아이처럼, 집에서와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느 집에나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이중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할까요? 이중생활의 유형별로 생각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흔한 예로 아이들이 집에서 쓰는 말과 학교에서 쓰는 말, 즉 언어생활이 아주 다릅니다. 이를 두고 초등학교 3학년만 되면 아이들이 2개 국어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사회화 되는 과정에서 친구들끼리의 유대감을 확인하고 틀에서 벗어난 언어구사를 통하여 자유와 독립심을 맛보는 측면이 있습니다. 욕설과 은어도 이러한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욕설을 대하는 기본 원칙은 욕설이 잘못된 언어습관이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지적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자유로운 일탈에 대한 매력이 크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부모님이 많이 고민하시는 문제는 사실 집안에서는 말도 많이 하고 활달한데 밖에만 나가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뒤로 숨고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를 키울 때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 사귀는 데에도 오래 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도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일단 편안해지면 스스럼없이 잘 어울립니다. 이것은 아이의 부끄러움이 크거나 조심성이 큰, 겁이 많은 아이일 때 나타날 수 있는 행동방식입니다. 이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습니다. 아이의 기질을 이해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내 녀석이 그래서 어쩔래?”, “넌 다른 사람 민망하게 그게 뭐하는 짓이니?”와 같은 말은 이 아이들을 더욱 위축되게 합니다. 편안한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언젠가 필요해지면, 또는 편안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낯선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제가 상담하는 아이의 어머님들 중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미혼일 때는 안 그랬는데, 아이 낳고 제가 좀 바뀌었어요. 외향적으로요.”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거니까 기다려보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집안에서는 너무 얌전하고 공손한데 밖에서 뜻하지 않게 잘못된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유형이지요. 부모님이 가장 당황하고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하는 좌절감, 소외감, 무력감을 보상하기 위해서 밖에서는 반대의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아이가 뜻밖의 일탈 행동을 밖에서 한다면 집안에서 아이의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이가 가족들과 지내면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고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옛말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차라리 안에서 새는 게 밖에서는 새지 않게 해주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예처럼 너무 많은 제재와 간섭이 아이를 힘들게 하고 밖에서 ‘새는’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에서는 ‘맘충’, ‘노키즈존’의 논쟁 속에서 아이에게 규율과 배려를 가르치지 않는 풍토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치면 좋지 않듯이, 아이의 작은 실수나 행동을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고쳐 나가려는 태도는 여전히 아주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