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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된 아이도 아동학대의 신고 대상인가요?”

글│염철현 고려사이버대 교수

 

“방임된 아이도 아동학대의 신고 대상인가요?”

  Q :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를 의심하게 하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특별히 몸에 난 상처는 없지만,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늦은 저녁시간까지 집 밖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방임된 아이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나요?

 


  A : 지난해 울산 울주와 경북 칠곡의 가정에서 아동학대로 비롯된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를 공분(公憤)으로 떨게 하였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고 소풍간다고 갈비뼈를 부러뜨린 사건의 진상을 보고 인간의 잔인성과 비인간성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습니다. 『장화홍련전』이나 『콩쥐 팥쥐』와 같은 동화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 그대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올 9월부터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
  울산과 칠곡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치사 사건은 우리나라 아동복지 혹은 아동학대 관련 법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아동학대가 더 이상 타인이 개입할 수 없는 가정일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수도 있지만, 2014년 9월 29일부터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특징은 처벌기준을 강화하고 친권의 제한을 용이하게 하며 신고의무를 확대한 것입니다. 예컨대, 아동학대치사죄의 경우 특례법 시행 이전에는 형법상 상해치사죄로  3년 이상 유기징역에 해당하고 집행유예가 가능했지만, 특례 시행 이후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또 특례법 시행 이전에는 아동학대나 폭행을 가한 친권자의 동의 없이는 아동과 격리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지만, 이제는 보호명령으로 최대 4년까지 친권을 제한하거나 정지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특례법의 시행으로 눈에 띄는 대목은 신고의무대상의 확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례법 시행 이전에는 아동이 학대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만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가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시행 이후에는 특례법 제10조에 따라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로 의무신고대상자를 확대하고,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개정했습니다.

 


  특례법의 제정으로 아동학대 행위를 알았을 경우나 의심이 갈 때 즉시 신고해야 하는 신고의무자는 초·중등 교사, 유치원 교사,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종사자, 소방구급대원, 의료인, 아동복지담당공무원, 청소년단체 종사자, 장애인 시설 원장, 어린이집 원장 등 보육 교직원, 교습소의 교습자 및 직원, 아이돌보미 등 모두 24개 직종에 해당합니다. 예컨대, 아이들과 생활을 많이 하는 학교의 교사나 학원 강사 등이 아동학대를 의심하면서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됩니다.

 

 

방임된 아이도 ‘아동학대’로 규정
  그렇다면 아동학대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특례법에서 의미하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18세 미만)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성인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 또는 가혹행위를 하는 적극적 행위뿐 아니라 아동을 유기 또는 방임하는 소극적 행위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 질문에서처럼 학교에서 교사가 지도하는 아이의 몸에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지만, 식사를 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이고, 늦은 저녁시간까지 집 밖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면 아동학대를 의심해야 하고 곧바로 신고해야 합니다. 아동학대에 관한 상담은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번, 경찰의 현장 출동을 요구하는 사안일 정도로 긴급한 사안일 경우에는 112번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실제,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 판정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2001년 2105건, 2005년 4633건, 2010년 5657건, 2013년 6796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01년에서 2013년까지 아동학대로 실제 사망에 이른 아동은 119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아동기는 성장과 발달의 시기이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학대와 방임을 통해 학대와 상처를 받는다면 일생에 걸쳐 그 부작용을 안고 가야하는 매우 민감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공개적인 장소보다는 주로 가정에서 은밀하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관련 법률을 강화시킨다고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특례법의 제정과 함께 아동을 학대하는 것은 어린 영혼을 짓밟는 중범죄라는 사실과 이제 아동학대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감시하고 신고하고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는 아동학대를 사전, 사후에 예방하고 해결할 정책, 인력, 예산,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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