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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남 김천 율곡중학교 교사

학교 체육교육에 새바람을 몰고 오다


글_ 김혜진 객원기자



체육수업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는 김천 율곡중학교 이성남 체육 교사. 경북도교육청의 ‘수업전문가’인 수업선도교사로 활동하는가 하면 투투볼과 파워킥볼 등 뉴스포츠 종목을 개발, 학교 체육수업 현장에 도입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2015년 국내 체육계에서는 새로운 스포츠 종목의 깜짝 등장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야구와 유사하지만 2명의 타자, 2명의 주자, 2명의 포수가 경기를 이끌어가는 종목. ‘투투볼’이다. 야구의 배트 대신 줄로 연결된 줄배트를 사용하여 공을 치고, 진루하게 되는 새로운 스포츠다. 2명씩 조를 이뤄야 하므로 학생들로서는 협동과 배려가 특히 요구되는 종목이다. 5년 전, 이 뉴스포츠 종목 개발에 참여했던 공동창안자 중 한 사람이 바로 김천 율곡중학교 이성남 체육 교사다. 그는 이 새로운 스포츠를 자유학기제 체육활동 프로그램으로 활용, 학생들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수업을 구현해 왔다. 이 교사가 직접 개발한 뉴스포츠는 투투볼 외에도 바운스파이크볼(기존의 배구와 접목), 파워킥볼(발야구와 접목) 등 5종목. 그동안 이 교사는 이 뉴스포츠를 널리 보급하고 학교현장에 적용하면서 체육수업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왔다. 또 다문화 국제교류사업에도 참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캄보디아 현지 학생들에게도 이들 뉴스포츠 종목을 전파해 왔다. 이러한 공로로 2017년에는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학교체육교육 내실화 부문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까지 안았었다.


[ 2명의 타자, 2명의 주자, 2명의 포수가 경기를 이끌어 가는 뉴스포츠 ‘투투볼’을 만든 이성남 교사는 학교 체육교육에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재미난 체육수업’


  “초등학교 시절 저는 주산도 곧잘 하고, 수학경시대회에도 자주 나가곤 했었어요. 수학교사를 꿈꾸는 학생이었죠.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제가 방황을 많이 했는데, 그때 누구보다 저를 잘 이끌어주셨던 학생부장 선생님이 바로 체육 선생님이셨어요. 그 이후부터는 ‘나도 학생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야지’ 그렇게 저도 체육 교사를 꿈꾸게 됐죠.”

  2002년 교직 첫 부임과 함께 이 교사가 개별적으로 심혈을 기울였던 첫 프로젝트는 줄넘기 연수였다. 연수가 끝나자마자 강사추천을 받으면서 그 역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줄넘기 강사가 됐다. 이를 계기로 경상북도교육연수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그는 ‘교사 맞춤형 정보화 활용 컴퓨터 연수’ 강사까지 연이어 맡아 진행하게 됐다.

  “미국의 교육학자 앤디 하그리브스(Andy Hargreaves) 교수는 현장의 교사들에게 ‘자신이 배우지 않았던 방식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설파해 왔지요. 그의 주장대로, 저 또한 지난 18년여 동안 과거에 배우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또 운영하려고 늘 노력해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체육수업에서 이 교사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건 ‘재미난 수업’이다. 실제로 이 교사는 2002년부터 ‘재미난 체육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생들이 수업 후에도 그 내용은 물론 자신의 신체 움직임 등에 대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업 영상들이 올려져 있다. 이곳에는 또 체육송, UCC 제작, 영어체육 등 이 교사가 이제까지 운영해 온 체육수업의 다양한 방식들이 소개되고 있다. 또 유튜브를 통해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미난 체육교사’ 채널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수업방식을 지속적으로 공유해오고 있다.

  “제가 초임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줄넘기와 영상편집, 그리고 영어는 저의 체육수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죠. 저로서는 체육수업을 하나의 수업이 아닌, 마치 예술 공연처럼 감동이 있는 수업으로 운영해 보고 싶다는 꿈을 늘 간직하고 있었고요.”

  이 꿈은 2015년부터 3년 동안 자유학기제 예술체육활동 뉴스포츠(발명)반 수업을 운영하면서 구현될 수 있었다. 당시 뉴스포츠반을 운영하기 위해 체육교사로서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노력은 물론 새로운 형태의 교수법도 필요했다. 이 수업의 3년차, 이 교사는 이 수업을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뉴스포츠를 직접 고안할 수 있도록 하는, 발명 수업의 형태로 재설계했다.


[ 겨울방학에도 진행되는 방과 후 ‘농구수업’은 재밌는 체육수업으로 인기가 높은 강좌다. ]


‘고아권익연대’ 남부지역 대표로도 활동


  지난 설 명절 기간, 이 교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과 함께 김천지역에 있는 한 보육원엘 다녀왔다. 그곳은 이 교사가 다섯 살 때부터 21년간 살았던 ‘집이자 그의 뿌리’ 같은 곳. 이 교사는 지난해부터 전국 보육원의 보호 아동과 보호 종료 청소년들을 돕는 ‘고아권익연대’(이하 고연) 공동대표이자 남부지역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매년 2,500여 명의 보호 종료 청소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보육원에서 퇴소합니다. 그런데 이들 중 대부분은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본 경험이 없는 터라 안정적인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에요. 어릴 때 올바르게 형성되지 못한 자아는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요. 보육원 퇴소자들에게 재정적 지원만큼이나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육원을 퇴소하면서 정부로부터 소정의 자립정착금이 제공되긴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의지할 대상을 잃고 마는, 사회로부터 두 번째 버림을 받게 되는 형국이 연출되곤 한다면서 이 교사는 안타까운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어렸을 적, 등교할 때 “학교에 잘 다녀와!”라고 아침 인사를 건네주던 보육원 ‘엄마’의 따뜻한 한마디가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고 굳게 믿는 이 교사. 따라서 그 역시 마음 붙일 데 없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선배로서, 또 형으로서 나침반 같은 롤모델이 되어주자는 생각을 늘 품고 있기도 하단다.

  ‘고연’은 앞으로 이들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의 자립프로그램은 물론 아동복지 관련법 개정 및 요보호 아동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과 대안 제시 등을 꾸준히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교사는 또 “고연이 요보호 아동 및 퇴소자들의 가족이 되어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주는 일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보육원 퇴소 청소년을 지원하는 이 교사 ]


“교육복지 소외 없는 학교를 꿈꿉니다”


  “저는 사회복지, 특히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교로 크게 보면 교육 속에 보육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고요. 학교에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교육을 통해 누구든지 꿈을 꾸고 올바른 인격체로서 성장하는 기회도 부여받아야 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직접 겪었던 아픔들이 있기에 이 교사는 가정형편에 따른 차별된 교육이 아닌, 누구나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포부도 함께 들려줬다. 더 멀리 내다보며 그리고 있다는 이 교사의 꿈은 교육행정가. 고아 출신 교육행정가로서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경험해보고 싶단다.

  “제가 보육원에서 겪어야 했던 소외를, 그 문제점들을 좀 더 개선하는 데 제 남은 교직의 역량과 시간을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또 지역사회에서는 학교 교육공동체를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율곡중 본관 2층에 있는 강당. 겨울방학 기간임에도 이 교사는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농구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율곡중 농구팀은 지난 5년간 경북스포츠클럽대회에 김천 대표로 참가해 왔다고. 평소 학생들에게 체육이 얼마만큼 재미있는 과목인지를 느낄 수 있도록 늘 수업을 설계해 왔다는 이 교사. 취재 당일, 학생들과 함께하는 재미난 농구수업 속에서 활짝 웃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재미난 체육수업 온라인 카페 

cafe.daum.net/jaeminanpc

재미난 체육교사

www.youtube.com/channel/UCpcXT8SrJQxw0hHjgi0Hy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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