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박영자 전북 이리유치원 수석교사 아이 꿈은 ‘아이다움’에서 시작합니다

글_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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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유아교육 성장 이끈 35년 장애유아를 위한 통합교육 첫발 놀이중심 활동으로 수업 혁신

언제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박영자 교사

 

  40여 년이 흐른 국·공립유치원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지금의 유아교육이 있기까지, 그의 교직인생도 그 궤를 따라 함께 해 왔다. 퇴임을 2년여 앞둔 시간, 박영자(60) 전북 익산 이리유치원 수석교사는 “지금의 이 시기가 유아교육 발전의 커다란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부의 주요 관심사에서 밀려나 있던 유치원 교육이 2013년 누리과정 도입으로 점차 공공성이 확대되며 양적, 질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초까지 사회를 뜨겁게 달군 유치원을 둘러싼 논쟁은 유아교육도 교육법의 체제 안에서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바라봤다.

 


 
공공 유아교육의 ‘성장통’과 함께 한 35년
  “민간에서 시작된 유치원 교육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국·공립유치원은 40년을 이제 갓 넘었을 뿐입니다. ’80년대 초 국·공립유치원으로 첫 발령을 받아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저 또한 겪어 왔습니다. 지금의 누리과정처럼 공통의 교육과정도 없던 시절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이 유치원 교사의 몫이었지요.”
  1976년 최초의 공립유치원이 설립된 후, 유치원 교사 임용고시를 통해 부임한 그는 유아교육에 새 싹을 틔우는 데 힘을 보태왔다. 각종 동아리 활동과 자료 개발, 현장연구대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유치원 창작동화대회 7회 수상, 유치원 인성교육 실천연구대회 4회 수상, 유아교육 장학자료 5권 개발을 비롯해 ’86년부터 13년 연속 유치원교재교구전 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무엇보다 1992년부터 20년이 넘게 교과연구회에 참여하며 유초연계, 유아과학, 독서토론, 놀이중심 교육 등을 연구한 공로 등으로 교육장, 교육감, 교육부장관 등으로부터 9회에 걸친 표창장도 수상했다. 20년 전부터는 교육연수원과 대학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어릴 때부터 유치원 교사를 꿈꿔 왔습니다. 그런데 초·중등 교사와는 달리 유치원 교사는 ‘교육’보다는 ‘보육’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보니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해 온 부분이 컸지요. 자기계발과 교직의 전문성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면서 대학원에서 유아교육과 유아특수교육 공부를 이어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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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화를 주제로 놀이중심 활동을 하는 박 교사

 


일반-장애유아 통합교육으로 동반성장  
  국·공립유치원으로 부임하기 전 박 교사는 서울 중앙사회복지관에서 처음으로 유아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20대 만난 첫 ‘제자’들은 복지관 인근의 저소득가정 자녀들로 더 큰 사랑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다수였다.
  가정방문을 간 어느 날엔 두 눈에 고인 눈물을 훔치며 아이들 집을 나서야 했다. 몇 사람이 들어가도 가득 차는 작은 방에서는 일세를 내며 살아가는 가정을 처음으로 눈에 담았다. 한 아이 아버지는 매일 아이 손을 끌고 구걸을 하러 길을 나섰다. 시각장애를 지닌 어머니 밑에서 학습저하를 겪는 아이와 성매매 집창촌에서 크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역할놀이를 할 때도 어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 처음으로 보고 듣고 만난 아이들을 겪으며 그는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를 만드는 공동체 교육을 중요한 목표로 삼게 됐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우분트(Ubuntu)’입니다.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 우리가 함께 있어 내가 있다, 즉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이지요. 반투족 아이들에게 1등 하는 사람이 과일을 다 먹을 수 있다고 했지만 모두 손잡고 달려가 과일을 즐겁게 먹으면서 ‘우분트’라고 했다지요? 환경, 성격 등 다양한 차이를 서로가 받아들이고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길러내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장애유아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90년까지만 해도 유아특수교육이 분리되지 않았던 때, 5년간 장애유아 특수학급을 맡아 일반유아와 통합교육에 노력을 기울였다. “통합교육은 일반유아와 장애유아의 동반성장을 이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합교육을 통한 ‘우분트’가 인간이 인간되게 하는 지성과 공감능력(감성)을 키워준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놀이중심 누리과정으로 수업 혁신
  지역 특성상 다수를 이루고 있는 다문화가정 유아들도 그의 관심 대상이다. 삼기초 병설유치원에서는 방학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만나 음식 만들기, 영화 감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보듬었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합니다. 지난 8월에는 6살 때 초임지에서 만난 아이가 38살이 되어 주례 요청도 받았네요(웃음). 사실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따뜻한 품은 기억하게 하고 싶어요.”
  현재는 수석교사로서 공·사립 교사의 수업컨설팅과 수업공개, 수업 멘토링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놀이로 공동체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놀이중심의 활동을 통해 수업혁신을 꾀하고 있다.
  아이들과는 60분 블록수업을 하는데, 그는 10~20분 집중하기도 어려운 유아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잡아두기로 유명하다. “다양한 동화와 EBS 콘텐츠를 주제로 게임, 미술, 동극, 토의·토론 등 다양한 놀이를 구성한다.”는 박 교사는 “놀이지만 어떻게 협동하고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기본생활습관을 배울 수 있도록 활동을 고민한다.”고 말한다.

 

‘아이다움’을 지켜나가는 길 
  그의 요즘 고민은 아이들이 ‘아이다움’을 잃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동심을 잃지 않도록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6세만 넘어가도 산타를 믿지 않는 아이들을 볼 때면 “선생님은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어요. 착한 행동을 하면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계실 거예요. 여러분 꿈을 잃으면 안 돼요.”라고 말을 건넨다.
  “수천, 수만 개의 작은 씨앗이 있기에 광활하고 풍성한 숲이 있듯이, 아이들의 꿈은 우리의 미래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수천, 수만 개의 다양하고 소중한 씨앗과 같아요. 씨앗이 잘 발아되어 건강한 숲을 이룰 수 있도록 물과 햇빛과 공기의 조건을 맞춰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교사지요.”
  그는 퇴직 이후 악기 연주와 그림 그리기 재능기부를 통해 소외계층의 유아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지낼 계획을 세웠다. 오지 여행가 한비야의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란 말을 되새긴다는 그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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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교사인 그는 동료와 후배교사들이 자주 찾는 멘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