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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덕제 울산 매곡중 교사 방황하는 청소년의 수호천사 1박 2일 홈스테이로 마음의 쉼터가 되다

글_ 편집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1. “생활지도 노하우는 사랑과 인내” 라고 말하는 손덕제 교사

 

  울산 매곡중 손덕제(43) 교사가 “직접 만들었다”며 기자에게 건네준 책갈피에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새겨 있었다. 교무실에 둔 교재나 단행본에 책갈피를 여럿 끼어둔 것은 8년차 학생부장인 자신의 활동이 교사 출신 시인의 시구에 오롯이 녹아 있어서다.


  별명이 ‘호랑이 선생님’이라는데 안경 너머 손 교사의 눈빛은 봄 햇살마냥 부드러웠다. 새봄 중순, 학교에서 만난 손 교사는 “학생부 중 가장 웃긴 선생님을 뽑아도, 가장 무서운 선생님을 투표해도 제가 1위”라며 멋쩍게 웃었다.

 

 

선생님과 함께 한 하룻밤의 기적
  손 교사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수호천사’로 통한다. 그는 2010년부터 운영해온 ‘티처 홈스테이(Teacher's Homestay)’로 교육 효과를 인정받아 방송도 타고 강의도 꽤 했다. 티처 홈스테이란 1박 2일간 그의 집에 제자를 초대해 함께 영화를 보고, 식사도 하며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해주는 집중상담 프로그램이다. 자전거 타기, 등산, 배드민턴, 낚시 등 흥미를 느끼는 활동을 함께 한 후 또래인 아들 방에서 재운다. 아내 허남경 씨가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교육 강사라 이해가 깊다. 지난 9년간 티처 홈스테이를 거쳐 간 학생이 120명 가까이 된다.


  하룻밤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부모와 교사 속을 태우던 학생들이 확 달라진다. 손 교사는 ‘중2병’이 극복 가능하다고 믿는다. “고교생은 금방 변하는 것처럼 보여도 잘 안 변하더라. 중학생은 안 변하는 것 같아도 변한다. 아이들은 관심 받고, 관심사를 같이 얘기하기를 원한다. 얼굴이 변하는 순간 마음도 변해 있다.”


  그에게 어떤 이들은 “왜 가해 학생에게 애정을 주느냐”고 따진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을 변화시켜야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된다는 게 손 교사의 지론이다. 그는 “대다수 가해 학생이 애정결핍에 방임을 겪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가정폭력을 겪은 경우도 많다. 행동은 밉지만 처벌과 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 교사는 2014년 울산광역시교육청 권역별 학교폭력예방 현장 중심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울산광역시교육청 학교폭력 현장점검지원단에 위촉돼 시내 학교의 학교폭력 현장점검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강의 지원과 사이버 상담을 열심히 한 공로로 2016년 학교폭력 현장점검지원단 유공 표창을 받았다. 2014〜2016년 교육부 어깨동무 컨설턴트도 맡아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도 힘썼다.

 

2. 만년 학생부장인 울산 매곡중 손덕제 교사가 3월 12일 점심시간에 선도부원들과 학교 규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9년간 120명의 아이들과 만난 홈스테이
  티처 홈스테이는 연구개발용이 아니다. 남창중 교사로 있던 2010년 이야기다. 가출한 여학생이 겨울을 앞둔 어느 날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돈 좀 빌려주세요.” 울산대 앞 교각 아래서 하룻밤을 자고 배고파서 SOS를 친 것이다. 아내와 이야기한 후 집으로 불러 하룻밤을 재웠다. 사연이 기막혔다. 전기 화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아빠는 아이가 6살 때부터 폭력을 일삼았다. 엄마는 아빠에게 두들겨 맞다 도망갔다. 술 심부름을 하면서 아이는 어른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키워갔다.


  손 교사의 아내가 저녁밥을 차린 후 “애야, 얼른 와서 밥 먹자.”고 하니 여학생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가족끼리 밥 먹는 모습 처음 봐요.” 중3이 되기까지 기억 속에 가족과의 식사 장면은 없었던 것이다. 고교 진학을 포기한 학생을 설득해 관심사를 살려 미용예술고교 입학을 권유했다.


  또 다른 사연도 기막히다. 수업시간에 자는 여학생을 깨우니 여자교사에게 욕을 했다. 손 교사에겐 더 심한 욕을 한참 하더니 고함 끝에 울음을 터뜨렸다. 가정폭력을 겪은 탓에 성인 남성이 억누르면 아빠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아빠 앞에서 되받아치고 싶었던 그 말을 손 교사에게 퍼부었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여학생들의 리더였던 둘이 티처 홈스테이 후 달라졌다. 학교폭력 고리가 끊기니 피해자도 줄었다.


  손 교사는 특히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교사를 믿고 “아이를 잘 이끌어줘 감사하다.”고 하면 아이는 빨리 돌아온단다. 그런데 부모가 “당신이 뭔데 우리 집 일에 관여하느냐.”는 험한 소리를 하면 아이도 더 엇나간다.


  아빠의 재혼 후 한 여학생은 상상도 못할 일을 겪었다. 여름철에 아빠가 방문을 열어젖히고 새엄마와 성관계를 했는데 딸과 눈이 마주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아동학대를 겪은 여학생은 끝내 가출했다. “갈 곳이 없다.”며 전화를 걸어온 아이를 집으로 불러 위로해줬다. 손 교사는 “가정이 온전하면 학교폭력 가해 학생도 금방 정신을 차린다. 그런데 가정에서 마음이 틀어지면 돌아오기 힘들다.”고 했다.

 

 

 

 

3. 4. 매곡중 3학년 7반 여학생들이 손 교사의 지도로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생활지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티처 홈스테이는 처음에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대상으로 하다 점차 부적응아로 넓어졌다. 아버지의 방임으로 버려진 아이, 거짓말도 잘하고 마음에 안 드는 교사는 콕 찍어 고발하는 남학생, 게임 못하게 선을 뽑아버린 엄마에게 칼을 들이댄 게임중독 남학생, 문신하려고 남의 돈을 뺏은 문신중독자, 학교폭력으로 전학 와서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인 피해자…. 보통 1박 2일 하는데 최장 4박 5일 기록도 있다. 학교부적응에 절도 경험이 있고, 초등생 동생들의 대장 노릇을 하던 이 학생은 얼마 전 모교를 찾아와 밝은 목소리로 검정고시 합격을 전했다. 처음에는 낙인이 될까 봐 일부러 “선생님이 이야기 나누고 싶거나 좋아하는 친구들과 티처 홈스테이를 하는 거야.”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되레 평범한 아이들까지 “티처 홈스테이를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매곡중 교사들이 쉽게 티처 홈스테이와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응용한 프로그램이 한 끼 상담이다. 선생님과 한 끼 식사를 통해 공감대를 만드는 한 끼 상담과 티처 홈스테이 덕에 학업중단 학생들도 줄었다. 또 미술치료상담, 단체에어로빅 경연대회, 사제동행 문화체험 등 다양한 학업중단 예방 프로그램으로 효과를 거뒀다.


  손 교사는 지난해 5월 울산의 한 신문사 초청으로 ‘꿈을 파는 강연쇼’ 무대에 섰다. 강연에 앞서 소개된 홍보 영상이 화제를 낳았다. 중학생 제자가 스승을 위해 만든 영상은 프로급이었다. 제작자는 3학년 김찬주 군. 김 군도 손 교사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은 후 특별한 아이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손 교사는 “제가 모범생이 아니어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 역시 성장기에 부모 속을 꽤 상하게 했다. 초등 5학년 때 흡연을 시작했고, 6학년 땐 동네에서 불꽃놀이를 하다 문구점 천막을 태워 경찰서에 다녀왔다. 그를 바로 세운 이가 바로 선생님이었다. “중3 때 담임인 김진숙 선생님이 교사 생활의 롤모델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임용 공부에 힘들던 대학 시절에 하룻밤 재워주고 보듬어주셨는데 그 마음속 따뜻한 사랑을 못 잊겠더라. 선생님에게 받았던 사랑의 씨앗이 티처 홈스테이다.”


  손 교사는 생활지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 “같은 문제행동이라도 학생들의 환경에 맞는 교육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 예컨대 담배 피다 들킨 학생에게 무조건 교내봉사라는 벌을 준다고 문제행동이 사라질까?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떤 환경에서 그 행동이 나왔는지 학생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해법이 나온다.”

 

5. 손 교사가 학생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그는 “ 특별한 관심을 주면 특별한 아이로 성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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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손 교사가 기타를 치며 학생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손 교사는 방황하는 사춘기 학생들의 수호천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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