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김병기 충북 형석중학교 교사 “나를 사랑해야 인성교육이 시작됩니다”

글_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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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 모음 절을 하는 김 교사와 학생들

 

주머니가 불룩하다. 한 손 가득 담긴 사탕을 10년째 두둑이 넣고 다니는 선생님은 아이가 예뻐 보일
때마다 칭찬거리가 있을 때마다 한 알씩 꺼내 놓는단다. 매번 가득 차 있어도 부족하다는 선생님.
김병기(54) 형석중 교사의 눈엔 그렇게 아이들이 예뻐 보이는가 보다. 누구보다 인자하게,
누구보다 친근하게 인성교육을 문화운동으로 이끌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나마스떼~”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허리를 굽히면서 인자하게 웃는다. 그러자 왁자지껄 떠들던 남학생들이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더니 화답하듯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허리를 굽힌다. “나마스떼~”


  선생님과 제자 사이 마주보는 얼굴에는 온화한 웃음이 번졌다. 


  충북 증평군 형석중학교 김병기(54) 교사의 인사법은 언제나 이렇듯 공손하고, 온화하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조차 이 순간만은 짐짓 점잔을 뺀다. 오래된 습관처럼 익숙한 듯이.  


  “두 손을 합장하듯이 모으고 허리를 숙여 인사합니다. 하루에 500번을 만나도 500번 학생에게 절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지요. 여기서 절은 나에게로 하는 절입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남을 높일 수 없음을 학생 인성과 연계하기 위해, 먼저 학생들에게 손 모음 절을 하게 되었지요. 선생님이 먼저 존중하는 마음을 전하면 학생들도 그렇게 여기고 실천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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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을 집필하며 인성문화운동을 이끈 김 교사

 

 

‘두꺼비 아이’로 불리는 선생님
  김 교사는 학교 인성교육의 브랜드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10년 넘게 학교 인성교육으로 자리 잡은 ‘새날문화운동’은 사상과 전통, 철학과 문학이 한데 어우러진 인성교육 활동이다. 아이들이 올곧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문화운동으로 한 단계 승화시켰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해에는 생활품성부문 충북교사상에 이어 교육부 대한민국인성교육 대상을 수상했다.  


  “25년 간 교단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새날문화운동은 다양한 인성교육 활동을 펼치면서 학생들의 생활인성 측면을 전통 사상과 철학을 접목하여 학생들이 아름다운 삶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하게 됐지요.”


  2004년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두꺼비 살리기 운동’은 새날문화운동의 시초다.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 등으로 10만 마리 이상의 두꺼비가 사라가는 모습에 안타까워하던 그는 지역민과 함께 환경생태 운동에 앞장섰다. 한 해 동안 새벽 4시 30분이면 그 장소에 가서 기도하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기 위한 글을 썼다. 「얼음 두꺼비 노래」는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그가 그간의 일을 시로 써내려간 시집이다. 그의 호인 섬동(蟾童) 또한 두꺼비 아이란 뜻으로, 지금도 주변에서는 그를 모두 섬동이라 부른다.

 

  그는 이를 계기로 생명존중사상을 깊이 탐구하며 생명을 잇는 ‘밥’을 화두로 밥문화운동을 시작했다. 섬김을 통해 상생과 조화를 이루는 동학의 삼경사상(三敬思想), 홍대용의 생명사상 등의 전통사상과 더불어 시집 4,000권을 읽고 밥과 생명에 대한 글을 공부하면서 인성교육 활동으로 이어나갔다. 밥을 화두로 한 시집이나 엽서, 도자기, 시계 화판 등을 제작해 교내에 전시하고, 매주 수요일을 ‘빈그릇의 날’로 정하는 등 자기에게 오는 모든 손길(밥)을 존중하는 문화로 만들어 나갔다. ‘한그릇 밥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산다’는 그의 글과 노력은 주변에서부터 잔잔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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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와 내 주변을 존중하는 절문화운동은 아이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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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 작가인 여림 신동호 등 예술가와 함께 작업한 시·서·화가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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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밥문화운동의 뜻을 글에 담은 김 교사

 

 

 

생명을 살리는 ‘밥’으로 시작된 인성문화운동
  밥문화운동은 손 모음 절인 나와 내 주변을 존중하는 절문화운동으로, 자기만의 삶의 길로 가자는 바른길인 우측보행의 길문화운동과 자기 인격을 나타내는 말문화운동으로 확장해 갔다. 이를 위해 밴드 등 SNS를 통해 날마다 4,000여 명에게 관련 글을 보내고, 1,500편의 글을 나누며 8차례에 걸쳐 문화운동엽서 6만여 장을 학생, 학부모, 교사 등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묵자에는 천하무인(天下無人)사상이 있습니다. 세상에 남이란 없다는 뜻이지요. 나 없이 남이 살 수 없듯이, 남 없이 나도 살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남을 ‘나들’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밥과 절, 길과 말문화운동의 근간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하지요. 시간, 공간, 인간 중 가장 귀한 ‘나’라는 우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인성교육의 출발입니다.”


  우울증으로 “죽고 싶다.”며 1년을 쉬었던 한 학생에게 ‘죽음’이 ‘삶’으로 바뀐 건 놀라운 변화였다. 부모의 갑작스런 자살로 괴로움을 참지 못하던 아이, 아버지의 알콜중독으로 어머니가 집을 나간 아이 등등. 손 글씨로 상담하며 100쪽 분량을 넘긴 자성록 ‘새날아침을 열며’와 300여 차례가 넘긴 편지쓰기 상담 등은 힘든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2013년 만난 탈북학생 소영이(가명)에게도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왔다. 어머니마저 암에 걸려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웠던 지민이와 손 글씨 상담을 주고받던 그는 모두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31차례에 걸쳐 7,300만 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지원하고, 선·후배로 이뤄진 학습동아리 ‘배움과 나눔’을 만들어 학업을 도왔다. 홀어머니와는 격주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자 아이는 전교 1등으로 졸업하며 서울대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학교 첫 지체장애 학생으로 들어온 영아(가명)와는 담임이 아니었음에도 아버지와 매주 상담을 진행했다. 한 번도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음을 알고는 부녀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글쓰기 재능을 눈여겨보고 지도한 결과, 지역 내 장애 수기 글쓰기 대회 1등을 수상할 수 있었고, 이후 나사렛대 언어치료학과에 진학하는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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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손 글씨로 상담한 자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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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우주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하느님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응대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어간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인성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고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지요. 선생님이 학생을 하느님처럼 높여야 한다는 말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우주의 중심이므로, 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서로 준중하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 교사는 새날문화운동의 근간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이룬 벗들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고, 이를 말과 겸손함으로 다가가면 인성교육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여기에 철학과 사상이 예술로 승화되어 사회문화운동으로 이뤄지게 만든다는 것. “학교 인성교육은 사회문화운동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는 건 평소 그의 지론이다.


  2012년부터 시작한 헌혈증서 기부는 604매 넘어섰다. 작은 학교에서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헌혈에 동참하고, 간호학과나 의대에 진학할 학생들과는 동아리를 만들어 기부운동에 동참했다. 또한, 병원에서 만난 16개월 된 유정이를 돕기 위해 지역사회와 힘을 모아 4,000만 원을 지원하기까지 새날문화운동의 날갯짓은 지역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지난해에는 교사동아리 ‘가온누리’와 ‘천하무인’을 만들어 청렴문화와 인성문화를 위한 엽서 등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말한다. “철학과 사상과 예술로 승화하여 사회에 전하고 꽃을 피운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인성교육문화는 따로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