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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희 울산 개운초등학교 교장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은 사랑입니다”

글_ 김혜진 객원기자

 

 

해마다 졸업생들에게 멋진 붓글씨로 좌우명을 써서 선물하고, 또 전교생의 가정에는 가훈을 통한 인성교육에 매진해온 교사. 청렴하고 투명한 교육행정을 실천하면서 ‘청백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한 울산 개운초등학교 한강희 교장을 만났다.

 


  매일 새벽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한 획, 한 획 정성을 다해 붓글씨를 썼다. 학생 수가 많은 해엔 하루 2시간씩, 족히 넉 달 여 이상을 이 작업에 매달렸다.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좌우명과 가정에서 정한 가훈을 직접 붓글씨로 써서 선물해 오고 있는 울산 개운초등학교 한강희 교장(59). 옥동초등학교 재임시절부터 써주기 시작한 좌우명은 어느덧 1,300여 명의 학생에게 전달됐다. 이후 가훈까지 직접 써준 건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신천초등학교에서부터다. 지난해 부임한 이곳 개운초교까지 더하면 벌써 1,570가정에 그가 손수 쓴 가훈이 전달됐다.
  “초등교육은 기초와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개인으로서 기본적인 생활능력, 국민으로서 기본적 자질 등은 초등교육에서 거의 다 이루어지지요. 저는 초등교육의 여러 영역 중에서도 특히 인성과 진로교육에 더욱 정성을 쏟아 왔어요. 제가 학생들에게 가훈과 좌우명을 직접 써서 전달한 것도 이 인성교육과 진로교육의 일환이었고요.”
  무한불성(無汗不成). ‘땀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이 말은 한 교장이 학생들에게 자주 써주었던 좌우명이자 가훈 중 하나였다. 이렇게 써준 문구로 인해 학생들의 바람직한 인성이 함양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며, 국가 인재의 기둥이 될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학생의 인성함양은 사실상 가정에서 거의 다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 교장이 가훈 교육에 남달리 매달려온 이유다. 또 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가족과 대화하고 토론을 거치면서, 그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 속에서 각 가정마다 삶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났을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인성교육을 일깨워 준 그때 그 제자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력중심에 있다는 것이에요. 학력과 인성교육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는데, 학력우선주의로 치우치다보니 부작용이 생깁니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학교현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죠.”
  한강희 교장이 인성교육에 더욱더 관심을 갖고, 또 매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한 교장에게도 한때, 그런 과오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6학년이 되고서도 책을 읽을 줄 모르고, 덧셈과 뺄셈이 잘 안 되던 아이. 당시엔 그 아이가 왜 그렇게 심한 학습부진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방과 후에 따로 지도를 해 보았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한 교장은 “그땐 너무 답답한 나머지 강압적인 자세로 그 아이에게 큰소리를 치고는 했었다.”고 술회했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될 것이라는 일방적인 주문이 그 아이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을 것이라는 깨달음은 그로부터 한참 후에 찾아왔다.
  “그 아이는 선생님을 원망하면서 아마도 학교에 오기 싫었을 지도 모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인지적인 측면에서 장애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채, 오로지 학습부진을 구제한다는 책임감만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돌아보면 미안하고, 또 후회스럽기도 해요.”
  ‘교육은 학력이 전부가 아닌데, 그 아이도 숨은 재주가 있었을 텐데, 그 점을 발견해내고 키워주었으면 그 아이에게 훨씬 더 나았을 텐데…….’ 그와 같은 아쉬움은 오롯이 남아 있다. 한 교장은 그 후, 한국교원대학교대학원 초등도덕과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개념과 실천 노하우에 대해 새로 공부했다. 또 교사 스스로 학생들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교육자로서 공직자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갖자고 다짐했다. 학생들과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고, 학생들과 한 약속은 작은 것일지라도 꼭 이행하고자 했다.
  그가 말하는 교육의 정의는 “한마디로 사랑”이란다. 학생에 대한 사랑이 있을 때,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이 성립된다고 말한다. 선생님이 사랑하면, 학생들도 존경과 신뢰로 대답한단다. 이렇듯 사랑과 신뢰관계가 형성될 때, 교육은 비로소 그 본질을 다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사랑이 배제된 교사와 학생 사이라면, 단지 교육은 기계적인 지식 전달에 불과할 것이라는 말이다.

     

옥동초 재임시절부터 써주기 시작한 좌우명은 어느덧 1,300여 명의 학생에게 전달됐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만족할 때까지!
  “신천초교에 재직할 때 매주 두 차례 학생들과 순번을 정해 점심식사를 함께 했어요. 이른바 ‘밥상머리교육’의 일환이었는데, 이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고민도 들어주고, 또 식사예절도 익히고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아이들과 학부모로부터도 반응이 좋았는데, 이곳 개운초교에서는 보류 중입니다. 교장선생님과 마주 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마음의 부담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개운초교의 조회는 ‘훈화는 짧게, 감동은 길게’로 이어진다. 한 교장은 “긴 훈화만 있는 조회는 아이들이 재미없어 한다.”라며 웃는다. 조회명도 타 학교와는 다르게 ‘인성조회’로 부른다. 물론 형식도 다채로워졌다. 1학년들 대상으로는 교장 선생님이 직접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계절별 학년별로 맞춤한 노래를 부르는 ‘동요조회’도 진행된다.
  개운초교는 지난해 학교 교육프로그램을 새로 정했다. ‘OKSTRA 개운교육’이다. 한강희 교장이 부임하면서 그의 소신의 일성을 담아낸 학교경영 프로그램이다. “학교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여야 하며, 교사는 곧 교향악단의 단원들이고, 그 단원들은 학급이라는 고유한 악기로써, 교육과정이라는 연주곡을 훌륭하게 변주해 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한 교장은 “오케스트라가 하모니를 이루면서 훌륭한 연주곡을 빚어낼 때, 학부모는 비로소 감동하게 된다”라고 강조한다. ‘OKSTRA 개운교육’은 곧 “학생(Student), 교사(Teacher), 학부모(Parents) 모두(All)가 만족(OK)할 때까지!”라는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 새 프로그램에 걸맞은 특색 있는 교육활동도 마련했다. ‘도심 속의 함월산 생태학습’과 ‘미래의 꿈을 키우는 개운 OKSTRA 학습장’ 운영이 그것이다. 프로그램 운용에 소요되는 부족한 예산은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주민참여예산을 신청해 충당하고 있다.
  “우리학교 뒷산이 함월산이에요. 학년별로 4월, 6월, 10월 연 3회에 걸쳐 이곳을 탐방하면서 계절별 동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활동을 합니다. 학생들의 자연친화적인 태도를 함양하는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이에요. OKSTRA 학습장은 이 도심 속 생태 탐방 외에도 인성, 독서지도, 학년 및 학교행사, 과정중심평가 등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루어진 학습활동을 수시로 기록해 학생-교사-학부모 간의 상호 피드백 자료로 활용하곤 합니다.”

 

투명하고 청렴한 교육행정 실천
  한강희 교장은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수여하는 ‘2014 청백교육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투명하고 청렴한 교육행정 실천은 그의 교직생활의 화두이자 신조였다. 2013년 신천초교에 재직 시 S2B(학교장터) 청렴계약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그 좋은 예다. 학교물품, 용역 구매 계약 시 업무담당자와 선정위원회가 직접 담당하게 해 학교장으로서 일절 개입하지 않음을 철칙으로 삼았다. 거래 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건 물론이다.
  3년 전부터는 울산지역 신규 교장 연수프로그램의 멘토로도 활동한다. 한 교장에게도 젊은 시절, 본받고 싶은 멘토 교사가 있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친자녀처럼 여기며 몰래 도움을 주던 선생님, 항상 웃으면서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시던 선생님 등등. 재직했던 학교마다 직접 드러내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 선생님들 모두가 그에게는 롤 모델이자 사표였다.
전교생에게 손수 좌우명을 써주는, 한강희 교장의 좌우명이자 가훈은 ‘정심실행(正心實行).’ 정직은 매우 소중한 가치라고 말하는 그는 요즘도 매일 일기장에 「세심일기(洗心日記)」를 쓰고 있기도 하다.
  “매사에 성실하려는 노력은 모든 사람이 갖추어야 할 평범한 가치관일 수 있어요. 그런데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란 결코 쉽지는 않지요. 제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 독서나 붓글씨를 쓰는 행위도 바로 이 ‘정심실행’의 작은 실천이기도 하고요.”
후배교사들에게는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라는 속담을 들려주고 싶다는 한강희 교장. 무엇보다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기장 「세심일기」와 개운 가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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