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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강철오 밀양 밀성중학교 교사 “교육은 한 아이의 삶을 디자인 하는 과정”

그는 스스로를 항상 성찰한다. ‘교육은 왜 하는가?’,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학교는 어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걸 경계한다.

 

  대한민국 스승상은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헌신해 온 진정한 교육자를 발굴하고 스승 존경 풍토를 확산하기 위해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교육상이다. 지난 6월 22일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제6회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인 강철오(55) 밀성중 교사를 만나 참다운 스승에 대해 물었다.


  1992년 봄. 강철오(56) 밀성중 교사는 그 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2년 전 학교를 떠났던 종현이(가명)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날, 그는 제자의 영정 앞에 앉아 한동안 말을 잃었었다.
“오토바이 사고였습니다. 나이트클럽 일을 마치고 술에 취한 채 새벽에 귀가하다 일어난 일이었어요.
‘학교를 졸업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 뒤로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이 더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허망하게 앉아 있는 종현이 아버지를 바로 쳐다볼 수 없었어요.”
초임교사 시절, 고교 담임으로 만난 종현이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다. 가출과 무단결석을 일삼더니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시작한 본드와 약물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학교생활을 ‘지겹기 짝이 없는 단순 노동’으로 생각하는 아이에게 자질구레한 학급 일을 맡기며 다가서기도 해봤지만, 오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를 보며 그는 무력감에 빠지곤 했다.
그 해 11월, 한 달여 가출 끝에 종현이는 결국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가끔 시내에서 마주치면 그에게 스스럼없이 꾸벅 인사를 해오곤 했다. 그렇게 곁에서 떠난 듯싶었던 아이를 그는 이듬해 영안실에서 다시 마주했다.
“매년 3~4명의 아이들이 자퇴로 학교를 떠났습니다. 분명한 목적 없이 떠난 아이들은 대부분 범죄에 가담
하거나 나쁜 길로 들어섭니다. 교육이 학교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보호막은 되어주지요. 이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최소한 한 가지쯤은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학교에 오는 즐거움을 주는 학급운영
  학급운영에 대한 고민은 그러한 뼈저린 아픔에서 싹텄다. 그는 이런 저런 책을 뒤적이며 학급운영 연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생소하던 학급야영을 시작하고, 모둠원과 함께 점심 먹기, 학급단합대회, 학급등반대회, 겨울바다 여행을 다니며 아이들과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달 열리는 생일잔치와 한솥밥 비벼먹기, 삼겹살 파티 등 아이들 제안에 따른 새로운 학급행사들도 속속 만들어졌다.
  국어교사인 그는 글을 통해 아이들과 더 깊이 소통했다. 아이들과 함께 쓴 일기를 중심으로 학급 한해살이를 정리하고 「고물상의 금덩어리」란 이름으로 문집을 발간했다. 고물상의 금덩어리란 ‘쓸모없는 고물들 속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문집’이란 뜻으로 아이들이 손수 지은 이름이다. 처음에는 한두 줄 겨우 써내던 아이들이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아내와 싸운 이야기부터 1천만 원을 빌려주고 못 받은 이야기 등등. 킥킥 웃으며 읽다가도 솔직함 앞에선 아이들도 무장해제가 됐다.

 

형님 같은, 때로는 친구 같은 선생님을 바라는 강철오 교사


  “아이들은 의외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느낌과 생각을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했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고, 자기 생각을 숨기려고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아이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저 어른이 시키는 대로 잘 따르기만 하면 됐기에 자기 생각과 삶을 키울 여유가 없었던 겁니다.”
  그들을 깊이 이해하게 되자 사고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더 이상 미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학급문집은 10년간 이어졌다.

10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학급문집은 그의 삶의 이력서이자 역사서다.

학급문집으로 만든 모둠일기

 

 

전국 최초 학생금연운동을 펼치다
  그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는 즐거움을 깨닫도록 하는 일에도 정성을 쏟았다. 수년간 바뀌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된 봄·가을 소풍을 주제가 있는 학급소풍으로 바꿔 놓았다. 1박 2일간 떠나는 학급별 테마체험학습이 학교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었음은 물론이다. 소풍을 이용한 생태기행 프로그램은 경상북도자연환경연수원 주최 ‘제1회 자연관찰체험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아이들과 함께 2박 3일간 국토순례를 떠나기도 하고, 고향의 문화유산답사와 역사기행을 다니기도 했다.
  2002년에는 밀양지역 초·중등 교사와 힘을 모아 밀양어린이체험학교를 세웠다. 아이들에게 갯벌체험, 산골체험, 농작물 수확체험 등을 통해 ‘세상 공부’를 가르쳤다. ‘온 세상이 배움터’라는 그의 교육철학은 언제나 실천으로 이어졌다. 7년간 교장으로 체험학교를 이끌며 일찍부터 ‘배움 중심 교육’에 눈을 뜬 그는 지금도 밀양지역 수업연구동아리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대표이자 교내 수업연구동아리 ‘배즐모(배움이 즐거운 교사모임)’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학생금연운동의 선구자(?)’는 그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수식어다. 당시 학생 생활지도는 오로지 단속과 처벌에 의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이들의 흡연문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흡연이 줄지 않자, 그는 금연지도를 아이들의 손에 맡겨보자며 1994년 ‘학생금연운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체벌과 처벌 위주의 학생 생활지도에 회의를 품다가 학생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금연문제와 마주하게 되었어요. 지금이야 체계적인 흡연예방과 금연운동이 학교에서도 이뤄지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금연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걸음마 단계였습니다. 단속이 심해지면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화장실이 연기로 뒤덮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었지요.”
그는 금연운동 추진위원에 문제성이 많은 아이들을 대거 불러 모았다. 이 아이들이 어깨띠와 각종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홍보지를 나눠 주면서 캠페인을 벌였다. 학교에서도 표어·포스터 공모전을 열어 우수작을 시상하고,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며 지속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자 그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단 2개월 만에 ‘담배연기 없는 학교’라는 기적이 일어난 것. 전교생 82%가 흡연자 감소에 동의를 표시했고, 담배를 끊은 학생도 무려 92명에 달했다.
  학생금연운동이 각종 언론에 보도되며 노하우를 배우려는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2000년대 들어 학생금연운동은 교육부 주요 시책으로 채택됐고, 전국 시·도교육청이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학생금연운동은 지금도 밀성고의 오랜 전통이자 자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선생님을 아이들 곁으로
  2007년부터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좀 더 다가서고 있다. 지영이(가명)는 밀성여중 2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5년간 멘토로 성장을 도운 학생이다. 학생부 단골손님이라 할 정도로 사건사고를 일으키던 이 아이는 현재 경성대 연극영화학부로 진학해 연극배우를 꿈꾸고 있을 정도로 변했다. 삼성꿈장학재단 멘토 교사로 더 많은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건 이 때부터다. 그 후로 홀어머니 밑에서 경찰관을 꿈꾸던 재현이(가명), 남편과 헤어져 화장품 외판원으로 일하는 어머니와 남동생을 둔 지우(가명)…. 강 교사는 이 아이들이 힘들 때 와서 기댈 수 있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귀를 열어주는 사람으로 옆을 지켰다.
  “초임교사 시절 열심히는 했지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왜 열심히 하지 않을까? 내 기준에서 아이들을 보고 판단했다고 생각해요. 3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은 깨달아요. 아이들은 자라는 식물과 같아서 어떤 모습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교사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높아야 하지요.”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항상 성찰한다. ‘교육은 왜 하는가?’,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학교는 어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걸 경계한다. 이로 인해 교사운동에도 매진했던 그는 ‘선생님을 아이들 곁으로’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교육의 본질 회복이야 말로 진정한 교육개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교육은 한 인간의 삶을 디자인 하는 것입니다. 어떤 물건을 만들기 전에 그것의 용도, 기능, 아름다움 등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처럼,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이고 나는 그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그려보고 충동질하고 돕는 과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