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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국립한글박물관장 - 한국문화의 뿌리 ‘한글’, ‘맑고 향기롭게’ 세계로 전파

글 _ 편집실

  국립한글박물관은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의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10월 9일 한글날 개관했다. 한글을 연구·전시·교육하며 한글문화 확산에 구심점 역할을 해 온 박물관에는 지금까지 약 37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지난 8월 31일 8대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으로 부임한 김영수(55) 관장을 만나 우리 한글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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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한글박물관 건물은 흔히 ‘천지인’이라고 말하는 ‘ㆍ(아래아)’, ‘ㅡ’, ‘ㅣ’ 세 개 글자의 형상을 본떠 설계됐다. 이는 세종이 만든 11개의 모음 글자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글자들이다. 각각 하늘, 땅, 사람의 형상을 본떠 만든 이 글자들이 한글 창제의 기초가 되었듯이, 한글박물관이 한글과 한글문화의 가치를 전파하는 초석이 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영수 관장이 관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1995년 임관한 뒤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청사진을 그려온 그는 소중한 한글을 더욱더 쉽고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Q. 8대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으로 부임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윽한 향은 은은하게 퍼진다.” 중국 북송의 시인 임포의 시에 나오는 말입니다. 한글은 태어난 배경부터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문자이지만 그 우수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 맑고 향기롭게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그간 다양한 문화정책을 기획·실행해 오셨는데 ‘한글’은 관장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한글은 한국문화 콘텐츠의 씨줄, 날줄과 같습니다.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K-영화·드라마·음악 등의 콘텐츠는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 한글이라는 하나의 뿌리로 직조되어 발전되어 왔습니다. 한글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 문화의 근간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을 것이며,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 또한 힘들었을 것입니다. 


총 33장으로 이뤄진 훈민정음 각 장을 원형 그대로 아크릴 모형으로  만들어 나열해 놓은 조형물. 우리 글자가 없었던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빛인 한글을 상징한다. 총 33장으로 이뤄진 훈민정음 각 장을 원형 그대로 아크릴 모형으로 만들어 나열해 놓은 조형물. 우리 글자가 없었던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빛인 한글을 상징한다.


Q.청소년들에게 한글의 의미와 우수성을 설명해 주십시오.

  현재 사용되는 지구상 대부분의 문자는 다른 글자를 빌려와 조금씩 변형시킨 것들입니다. 그러나 한글은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과학적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말 소리를 가장 잘 적을 수 있도록 고안한 새로운 글자입니다.


  또한 한글은 문자사에서 가장 발달한 단계의 문자입니다. 자음과 모음을 분리해 만든 음소문자이기 때문에 적은 수의 글자로 다양한 말소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글 표기에 사용하는 자음 글자 14자와 모음 글자 10자를 모아쓰면 무려 1만 1,172가지의 글자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한 모양의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거나 결합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글자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기본 원리만 알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음 글자는 소리의 특성이 글자 모양에 반영되어 과학적이고 체계적입니다. 자음 기본 글자는 발음 기관의 모양이나 그 움직임을 본떠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ㄱ’과 같은 위치에서 소리 나는 글자 ‘ㅋ’은 소리가 조금 더 세기 때문에 ‘ㄱ’에 획을 더해 만들었습니다. 


재개관한 상설전시실(사진 제공 = 국립한글박물관)재개관한 상설전시실(사진 제공 = 국립한글박물관)

실감형 어린이 체험전시실 ‘한글놀이터’(사진 제공 = 국립한글박물관)실감형 어린이 체험전시실 ‘한글놀이터’(사진 제공 = 국립한글박물관)


Q.올해 박물관 상설전시관이 단장됐는데, 전시의 주안점과 주요 유물을 소개해 주세요.

  상설전시는 그 박물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얼굴과도 같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책을 떠올리지만, 아쉽게도 박물관에는 <훈민정음> 원본이 소장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상설전시는 전시장 전체가 한 권의 <훈민정음>을 상징하도록 기획하여 만들었습니다. ‘나랏말싸미 중국에 달아…’로 익히 알려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서문에서 발췌한 7개의 문장으로 전시를 구성해서, 세종이 한글을 통해 꿈꿨던 세상이 어떻게 실현돼 왔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보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정조 임금이 큰외숙모에게 보낸 한글 편지를 모아둔 ‘정조어필한글편지첩’(18세기, 보물)과 김천택이 우리 시조 580여 수를 엮어 만든 <청구영언>(1728년, 보물), 주시경 선생이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쓴 ‘말모이’의 원고(1914년 추정, 보물)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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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박물관에서는 한글 교육과 연구에도 그간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는데요.

  한글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에는 개관한 이래부터 현재까지 약 14만 9천 명이 참여했습니다. 9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대상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한글문화 교육 개발이라는 목표가 교육생들에게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실감형 어린이 체험전시실인 ‘한글놀이터’는 2021년에는 약 6만 2천 명, 2022년(8.31. 기준)에는 약 7만 3천 명이 다녀가는 등 코로나19 상황에도 열띤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훈민정음과 한글 연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훈민정음의 이해를 돕는 해설서를 제작·배포하기도 하고, 한글 관련 전시의 기초를 마련하는 연구 작업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글 관련 유물도 연구하고 있는데, 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유물을 연구하여 <소장자료총서>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총 8권의 책이 발간되었으며 올해는 조선시대 한글 의학서인 <간이벽온방언해>를 대상으로 총서를 준비 중입니다. 아울러, 한글과 한글문화를 다양하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중에게 흥미로운 주제에 기반한 ‘화요 한글문화 강좌’를 유튜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유·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기 참여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한글박물관은 유치원과 초·중등학교가 선호하는 체험 학습 장소로서, 학교 단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힘쓰고 있습니다. 박물관 주변 자연환경에서 다양한 한글의 모양과 소리를 찾아보는 ‘자연 속 한글 탐험’은 유아 단체에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한글박물관 대표 교육 프로그램인 ‘한글 보따리’ 시리즈(1, 2, 3)는 박물관 소장 유물과 교육 과정을 연계하여 개발하였는데 매년 교육 접수가 마감될 정도로 초등학교 단체가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한글 서체와 교육과정을 연계하여 개발한 ‘붓으로 만나는 한글’, ‘반듯하게 쓰는 한글’은 중학교 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대면 교육 환경 구축으로 전국의 학교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 현장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Q.한류 시대 한글의 미래와 국립한글박물관의 역할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K-컬처가 국제적인 인기가 있는 것은 희망, 인권, 평화, 환경보호, 미래 등 긍정적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글과 한국어의 역할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인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한글이 문화 창출의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될수록, 이제 세계를 연결하고 세계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한글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우리와 연결하기 위해 다른 문화 및 문자·언어 관련 기관과 교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간과하기 쉬운 사회일원이 다문화가족입니다. 다문화가정이 언어로 인해 소외되지 않고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잘 적응하여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글과 한글문화에 대한 교육 및 문화 활동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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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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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 초 개관 8주년을 맞아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했다. 한글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의 서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전시장에서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문자 자료부터 현대의 한글 자료까지 191건 1,104점의 한글문화 관련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벽면과 바닥면을 동시에 활용한 실감 영상·인터렉티브북·투명디스플레이 영상 등 다양한 ICT 미디어를 사용해 유물을 보다 새롭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2016년부터는 한글의 원형, 소리, 형태 등 한글 디자인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는 ‘한글실험프로젝트’를 개최해 왔는데, 올해는 10월 한글날을 맞아 근대 한글의 변화상을 다룬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글을 둘러싼 근대 시기의 새로운 시도와 한글 자료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시각, 공예, 패션, 음악, 영상 등 4팀(19명)의 디자이너와 작가들이 신작을 선보인다. 


주요 전시 유물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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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언해본(訓民正音諺解本)

한문본 <훈민정음>을 우리말로 풀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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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금속 활자

한글 창제 이후에 만든 한글 금속 활자(서울 인사동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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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한글편지첩(正祖御札帖)

정조가 큰외숙모에게 한글로 쓴 편지(1755(?)~17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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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원고

주시경과 제자들이 쓴 우리말 사전 원고(191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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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주타자기

오늘날 전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타자기(193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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