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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 경기 안성 신나는학교 교장 -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속에서 아이들은 한 걸음 ‘더 성장’

글 _ 편집실

지난 3월 경기도 미래교육의 가치를 담은 기숙사형 공립 대안학교 신나는학교가 개교했다. 중고교 통합학교로서 2024년까지 총 90명 정원을 선발한다. 공모를 통해 초대 교장에 부임한 하태욱 교장은 지난 25년간 영국의 서머힐학교 등 선진 대안교육과 미래학교, 마을교육공동체 등의 분야에 집중해 온 연구자다. 6월 20일, 현재 교사(校舍)를 빌려 쓰고 있는 안성 몽실학교에서 그를 만나 신나는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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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 경기도 안성에 문을 연 신나는학교는 공립형 대안학교다. 현재 전교생이 30명인 신나는학교는 중고교 통합과정으로 2024년까지 90명 정원으로 확대되어 운영된다. 올해 입학생은 현재 안성 몽실학교 4층의 공간을 사용 중이다. 폐교였던 보개초교의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에 그곳으로 이전하게 된다. 지난 2월 공모를 통해 부임한 하태욱 초대 교장은 경기도의 ‘미래형 대안학교 해리포터학교 설립방안 연구’에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바 있다. 이 해리포터학교의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세상에 없던 학교,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학교’다. 지난해까지 대학에서 대안교육을 연구하고 강의해 온 하 교장은 이곳 신나는학교에서 지난 25년간의 연구성과들을 녹여내며 실행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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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도전·진화하는’ 신나는학교

  “교장 공모에 응하면서 면접장에서 제가 한 전제는 하나였어요. 신나는학교는 기존의 근대학교 개념과는 다른, 새로운 학교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내용적인 면에서도 ‘파괴적이다’ 할 만큼 혁신적으로요. 학교의 본질은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곳이에요. 미래학교에서는 융복합의 시대에 걸맞게 통합하고, 융합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결과물들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마법을 가르치진 않지만, 어느 날 보면 쑥쑥 성장해 있는, 학교는 이처럼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어야 해요.”


  하 교장은 신나는학교의 특성과 운영방침을 4가지 키워드로 소개했다. ‘자유학교, 민주학교, 도전하는 학교, 진화하는 학교’다. 학생들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그 첫 번째 목표다. 또 학교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학교의 주인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합의로 이끈다. 하 교장과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기 바로 직전에도 기숙사에서 아이들의 친구방 방문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교사회의가 한 시간째 진행 중이었다. 이렇듯 사소한 결정까지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학교의 3주체가 소통하고 합의하는 직접 민주주의 절차를 따른다. 


  “개교 후 한 달여 만에 신나는학교의 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었죠. 한두 번은 교장인 제가 나서서 했지만, 이후에는 학생들이 학교 홍보위원회를 꾸려서 직접 미디어데이를 진행했어요.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이 기자들 앞에서 학교에 대해 직접 브리핑하는, 색다른 배움의 과정이 일어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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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과 플랫폼 학교

  신나는학교는 도전하는 학교다. 기존의 근대학교가 지식의 수용만을 요구하는 ‘파이프라인’이었다면, 신나는학교는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배움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결과물들을 축적해가는 ‘플랫폼’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하 교장은 “아이들은 이제까지 학교라는 ‘파이프라인’ 속에서 살아가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다.”라면서 “신나는학교에서는 내가 배우고 싶은 걸 어떻게 구성해 나아갈지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하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속에서 이곳의 아이들은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나는학교의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으로 불린다. ‘우물정’, ‘샵’, ‘해시태그’ 등의 다양한 의미처럼, 다양한 교육과정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다는 의미다. 


  “모든 교육과정은 자기주도성, 프로젝트 학습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기보다는 멘토로서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을 지원하거나 함께하는 존재이지요. 기초지식이 중요한 지점은 물론 강의방식을 따르지만, 1:1 수업 등에서도 학생의 요구나 동기화에 따라 수업의 방식은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배움을 주도해 가면서 실제 삶에서부터 배우는 프로젝트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하지요.”


  6년의 교육과정은 기간별로 어울림1·2와 세울림 등 3단계로 세분된다. 최종 2년에 해당하는 세울림 단계는 진로만들기 과정이다. 하 교장은 “이때가 향후 신나는학교의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소개다. 신나는학교에서 모든 배움이 ‘시험’을 위한 정답찾기가 아니라, 삶을 만들어가는 길찾기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되어 아이들은 다양한 삶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래학교는 교사(校舍)와 교실에 갇히는 학교가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중심’ 학교다. 폐교였던 보개초교 부지로 이전하는 신나는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공간을 마을로 향하는 공유공간을 통해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는’ 글로컬(Global+Local) 정신이 실현되는 학교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마을이 학교와 교육을 함께 만들어가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축해 나아가게 된다. 하 교장은 대안교육, 미래학교와 더불어 이 마을교육공동체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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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대안학교의 선도모델로 이끌 것”

  “고교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저는 학교와 불화하던 학생이었어요. 학교에서 하라는 건, 재미없어했고요. 반면에 에너지는 늘 넘쳐 있어서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퍽 산만한 학생이었을 것 같아요(웃음). 친구들과 함께 연극을 하거나, 문학의 밤 행사를 기획하고, 교지나 문집 만드는 일에 몰두하곤 했죠. 어찌 보면, 오늘의 저를 형성하고 있는 자산들은 이때 학교에서 ‘시키지 않던’ 활동들에서 유래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지난 25년 동안 하 교장이 대안교육 연구에 몰입해 온 연유이기도 하단다. 실제로 하 교장은 영국 유학에서 귀국한 뒤, 자녀를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부모 세대의 학교에서는 하지 말라 하던 것들을, 아이만큼은 학교와 부모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국 유학 당시 석사 논문 역시 ‘서머힐학교 연구’다. 서머힐학교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학교 시스템을 연구하면서 귀국하면 이 좋은 시스템들을 국내에도 소개, 적용해 보자 다짐했다는 그다.


  “신나는학교에 부임한 지 100여 일을 넘기면서 ‘현장에 가서 일해보니 어때?’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 대답은 ‘각오는 했지만, 쉽지 않다’예요. 하지만 학교 구성원 모두가 잘 살아내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하곤 하죠. 교장인 저로서도, 선생님들도, 또 학생들도요.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배움을 실천하려면 당장은 낯설고 힘겨워해요. 아이들의 이 힘듦을 잘 관찰하면서 소통하는 일도 저희로서는 무척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학교에서, 이 힘듦의 성장통을 겪으면서 신나는학교의 아이들은 쑥쑥 더 성장해 나아갈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고 한다. 올해 신나는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3:1이었다. 하 교장은 “내년에는 이 수치가 더 상승할 것 같아 외려 걱정”이란다. 그러면서 “신나는학교가 지향하는 ‘플랫폼’ 학교로서 재임하는 동안 탄탄한 기본 틀을 갖추면서 미래형 대안학교로서의 선도적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신나는학교의 6년 교육과정은 ’시험’을 위한 정답찾기가 아니라, 삶을 만들어가는 길찾기 과정이다.  일주일 동안 연수로 인해 학교를 비워야 했던 교장선생님과 등교하면서 반갑게 해후한 7학년 이다은 학생(오른쪽)과 김민서 학생(왼쪽).신나는학교의 6년 교육과정은 ’시험’을 위한 정답찾기가 아니라, 삶을 만들어가는 길찾기 과정이다.  일주일 동안 연수로 인해 학교를 비워야 했던 교장선생님과 등교하면서 반갑게 해후한 7학년 이다은 학생(오른쪽)과 김민서 학생(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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