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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감사, 배려 가르치는 합창 노래보다 좋은 인성교육은 없을 것 서승제 충남 대천여중 교사

글 _ 김혜진 객원기자

옥같이 예쁜 아이들이, 옥같이 맑은 소리로 노래하는 곳, ‘옥갓티 코러스’ 합창단이다. 충남 대천여중 서승제 교사가 부임하면서 창단한 이 합창단은 전국 합창경연대회에서 6차례 우승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음악과 노래를 통해 아이들에게 ‘사랑과 감사, 배려’하는 마음을 일깨워주고 싶다는 대천여중 서승제 교사를 만났다. 


수도권 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주말엔 학교에 내려와 예고 입시를 앞둔 제자를 지도했던 서승제 교사의 일화는 참스승의 의미를 일깨운다. 수도권 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주말엔 학교에 내려와 예고 입시를 앞둔 제자를 지도했던 서승제 교사의 일화는 참스승의 의미를 일깨운다.



  합창은 자신의 소리를 줄이면서 다른 연주자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음악이다. 충남 보령시 대천여중(교장 이상규) 서승제 교사는 30년 교직 생활 동안 주로 이 합창음악 연구와 지도에 매진해 왔다. 이곳 대천여중에 부임하자마자 결성한 ‘옥갓티 코러스’는 전국 합창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여섯 차례나 차지하는 등 청소년 합창음악의 진수를 선보여 왔다(‘옥갓티’는 이 지역에서 예부터 전해져 오는 지명 ‘옥간터’에서 따왔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음악가의 꿈을 포기하려는 학생에겐 사교육 없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 교사는 또 2007년부터 보령시립청소년합창단을 지휘하면서 지역사회의 합창문화를 견인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합창음악은 곧 사랑이자 배려입니다”

  “2004년에 처음 이곳에 부임할 때만 해도 도서 벽지는 물론 인근의 탄광촌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옥같이’ 예쁜 목소리를 가졌지만, 음악가를 꿈꾸기에는 가정형편 등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도 많았죠. 발성 면에서 타고난 재능과 좋은 소리를 가진 아이들도 꽤 있었고요. 음악 교사로서 이 아이들이 음악적 기량을 계속해서 갈고닦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부임하자마자 그해 바로 합창단을 꾸리게 됐습니다.”


  이제까지 서 교사가 직접 합창 지도를 통해 배출해낸 제자는 대략 1,000여 명을 넘고 있다. 첫 부임지였던 사립학교 시절까지 더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란다. 이들 중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활동하는 등 프로 성악가들도 여럿 배출됐다. 졸업생 선배들은 또 매년 ‘옥갓티 코러스’ 정기연주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멘토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 교사는 “합창음악이야말로 학생들이 ‘사랑과 감사, 배려’를 표현하고 배우는 가장 좋은 장르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또 “아이들이 서로 눈을 맞추면서 화음을 만들고, 함께 노래하는 행위만큼 좋은 인성교육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한다. 이는 곧 그가 30여 년 동안 음악 교사로서 교실수업 외에도 합창단 운영과 합창동아리 지도교사 등을 지속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옥갓티 코러스’는 해마다 40명 남짓한 학생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올해는 3학년 단원이 부재한 기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1∼2학년생들이 연습시간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연대회나 연주회 일정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년쯤에는 부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어 ‘옥갓티 코러스’ 합창단 아이들이 마음 놓고 노래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기사 이미지합창음악이야말로 학생들이 '사랑과 감사, 배려'를 표현하고 배우는 가장 좋은 장르 중 하나라는 서 교사가 3학년 학생들과 음악수업을 하고 있다


위로와 감사가 가득했던 2015 정기연주회

  ‘옥갓티 코러스’를 창단하던 초기에는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성악적 재능이 돋보이는데도, 학업에 방해된다면서 합창단 활동에 손사래를 치는 학부모도 있었다. 서 교사는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한 끝에 그 아이를 음악가의 길로 인도했노라며 전하기도 했다. 또 ‘옥갓티 코러스’가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후부터는 학부모합창단도 결성되는 등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합창단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2015년의 정기연주회는 저로서도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추억이 남아 있는 이벤트였어요.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합창단이 모두 하나의 목소리로 저를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제자들이 <스승의 은혜>를 합창하는 동안, 연주회장은 눈물바다가 되었었죠.”


  2015년 초, 서 교사는 암 진단을 받으면서 잠시 학교를 쉬어야 했다. 1년 내내 학교를 비울 수가 없어 여름방학 기간과 연계한 병가를 내야 했다. 수도권 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주말엔 학교에 내려와 학생들을 지도했다. 서 교사는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준비해 온 과정들을, 또 예고 진학을 앞둔 학생이 그 기회를 잃지 않도록 치료 기간임에도 강행군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선생님의 투병 소식을 전해 들은 학생들은 경연대회 때마다 더욱 분발했고 그해 ‘옥갓티 코러스’는 전국대회에서 두 개의 상을 연거푸 받았다. ‘옥갓티 코러스’는 지금까지 대상 6차례를 비롯하여 모두 11회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보유 중이다. 


  “학창 시절에는 저 역시 성악가를 꿈꾼 적이 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정형편도 기울게 되면서 그 꿈을 내려놓게 되었죠. 당시 독학으로 화성학을 공부하면서 작곡을 통해 그 아쉬움을 달랬었습니다. 비록 저의 꿈은 오래전 유보됐지만, 우리 아이들의 진로지도에 제가 더욱 세심하게 관심을 두고 매달렸던 연유이기도 합니다.”


  성악은, 그리고 합창음악은 도공이 질그릇을 빚어내듯이 한 호흡, 한 호흡, 시간과 기나긴 싸움을 하듯 갈고닦아야 한다고 전하는 서 교사.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베이스인 본래 음역대를 잊고, 마치 테너와 같은 음역대의 발성이 튀어나오기도 한다면서 그는 웃었다.



합창음악은 도공이 질그릇을 빚어 내듯이 한 호흡, 한 호흡, 시간과  기나긴 싸움을 하듯 갈고닦아야 한다는 서 교사가 대천여중에  부임하자마자 결성한 '옥갓티 코러스' 합창단의 정기연주회 모습합창음악은 도공이 질그릇을 빚어 내듯이 한 호흡, 한 호흡, 시간과 기나긴 싸움을 하듯 갈고닦아야 한다는 서 교사가 대천여중에 부임하자마자 결성한 '옥갓티 코러스' 합창단의 정기연주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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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후에도 지역에서 음악봉사 계속할 터”

  “음악 교사인 제게 합창음악의 교육적 뿌리를 내리게 해주신 분이 함태균 교수님이셨어요. 합창음악에 대한 열의가 누구보다 대단하셨죠. 군산시립합창단을 창단하기도 하셨고요. <예맥 아라리>, <가시리> 등 다수의 합창 명곡을 직접 작곡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소탈하신 성품인 데다 제자들에게 탈권위적이셨고, 늘 소통을 강조하던 분이셨어요. <예맥 아라리>는 저희 ‘옥갓티 코러스’가 부천 전국청소년합창경연대회에서 연주하여 대상을 받기도 했었죠.”


  합창음악 예찬자로서 십수 년 전만 해도 짜릿한 그 묘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점차 향유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는 서 교사. 앞으로 정년을 4년 앞두고 학교에서도 합창음악 교육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할 예정이란다. 또 정년퇴임 후에는 지역사회를 위한 음악 봉사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음악의 가치는 그 어떤 예술 장르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일상적이고, 소중하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지역사회에서는 학교와 예술인 단체가 상생하면서 문화적 토양이 다져지고,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보령지역의 자랑인 ‘옥갓티 코러스’가 가교가 되어 연주 활동도 잘 조율해 나갈 계획이고요. 기회가 닿는 대로 더욱 많은 합창단과도 교류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4월 6일, 대천여중 음악실에서 만난 3학년 유아현 학생은 “음악 시간에는 선생님과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도 컸지만, 학교에 오면 언제나 우리를 따뜻하게 챙겨주셔서 더욱 감사하다.”라면서 서 교사를 자랑했다. 


  서승제 교사는 지난해 12월, 학교현장의 합창음악 발전과 사교육 없는 진로지도에 기여한 공로로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2020 올해의 스승상’ 최종 6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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